비슷한 인상에서 출발, 유저 피로와 낙오 줄이기 위한 디테일 보여
사냥 비용 완화, 모든 아이템의 제작, 유저 콘텐츠의 보호, 높은 최적화
전쟁 MMORPG 선호 유저에게는 장르 단점 줄인 매력적 게임 될 듯

2024년에도 '경쟁 MMORPG'가 통할 것인가. 평가 기준은 이 물음에서 출발했다.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이하 롬)'은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하드코어 MMORPG다. 언제나 굳건하게 이 장르를 만들어온 개발사와 개발진이다. PC-모바일 글로벌 원 빌드로 2월 27일 출시해 한국과 대만 매출 최상위권에 다다랐다.

경쟁 MMORPG는 '리니지M' 흥행 이후 공식이 정해진 장르다. 자동사냥과 월드 콘텐츠를 통해 성장해나가고, 길드 등의 세력에 속해 대규모 전투에서 서버 안팎의 패권을 다툰다. 게임에서 지정한 스토리보다는 유저들 사이에 자유롭게 발생하는 서사와 사회적인 요소가 경쟁을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수많은 경쟁작이 범람하고 유저 피로감도 불거지면서 이제는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 시점에서 '롬'은 오히려 장르 본연의 하드코어를 표방했다. 점점 화려한 연출과 전략을 내세우는 시장에서 역으로 눈에 띄는 시도였다.

사냥과 재료 파밍을 거듭하다 보면 스펙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사냥과 재료 파밍을 거듭하다 보면 스펙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기본 유의사항이 있다. 기존 모바일 경쟁 MMORPG가 맞지 않았던 유저는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 철저하게 이 장르 유저층에 집중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게임 평가도 장르 선호 유저들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게임 외관과 초반 플레이 인상은 기존의 같은 장르 게임들과 다를 것이 없다. 성장 시스템은 큰 조작을 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작동되며, 꾸준히 사냥을 돌릴수록 자연스럽게 레벨과 장비가 갖춰지는 구조다.

하지만 플레이를 계속하면서 유저가 낙오되지 않도록 대비한 디테일이 보인다. 사냥 비용 감소, 가치 높은 제작, 엔드 콘텐츠 전까지의 유저 보호 등이 주요 키워드다. 이런 것들을 시스템으로 안전 장치를 완성한 것이 지금까지 유저가 줄지 않은 비결이다.

지금의 자동사냥 MMORPG는 일종의 시뮬레이션과 같다. 현재 스펙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효과적인 사냥터를 선택하고, 최대한의 물약과 함께 효율 높은 스킬 및 버프 아이템을 세팅한다. 의뢰와 던전 등 부가 콘텐츠도 매일 꾸준하게 관리하면서 손실이 적은 루트를 밟아나가는 것이 성장 비결이다.

'롬'은 타 게임들의 번잡한 버프 아이템을 요리 포함 세 가지 정도로 압축했고, 물약 공급책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이것은 관리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로 나타났다. 일반 필드의 파밍 기대치도 높아 사냥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극히 드물다.

게임을 진행하면 과금 없이도 다양한 재료와 장비 상자 등을 얻는다. 처음은 하찮아 보이지만, 이것들이 계속 쌓여가면서 바로 상위 성장과 직결된다. 일반 장비 상자에서 영웅 장비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상자 자체를 게임에서 풍부하게 얻기 때문에 시행 회수가 많다. 확률적으로 기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제작 범위가 넓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보통 게임에서 과금이나 이벤트로만 얻어야 하는 코스튬과 가디언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운이 좋아 고등급을 얻지 못하더라도, 컬렉션을 제작으로 계속 채우면 스탯 향상이 계속된다. 일반-고급 아이템으로 채울 수 있는 컬렉션이 유독 많고, 특히 몬스터 도감으로 얻는 능력치 증가는 상상 이상이다. 

의뢰 퀘스트와 보호 던전 시간도 타 게임보다 많은데, 여기서도 제작을 돕는 재료가 꾸준히 나온다. 게다가 '심연의 성역'으로 입장하는 필드 보스는 타 유저에게 죽지 않는 보호 구혁이다. 즉, 사냥에 비례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게임에서 얻는 아이템 대부분은 거래소에 내놓을 수 있다. 강화 주문서 등 몇몇 아이템에 귀속도 존재하지만 극히 일부다. 무과금으로 일주일 플레이하는 동안 수백 개 다이아를 벌었고, 이를 통해 부족했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했다. 

'롬'의 사냥 시스템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택적 하드코어'다. 성장 과정은 전혀 하드코어하지 않다. 누구나 성장을 보장한 뒤, 엔드 콘텐츠에 접근했을 때 제대로 원 없이 붙어보자는 듯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점이 게임 생태계와 야무지게 잘 맞는다. 학살당하지 않고 성장할 길을 항상 열어두고 제작 파밍을 늘리면서, 장르 최대 장벽이던 극단적 페이투윈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 이번 달 가드 시스템이 업데이트되면 전쟁 구역에서의 사냥 위험이 더욱 감소될 가능성도 있다. 

최상위가 아닌 필드에서 영웅 장비가 튀어나오는 게임은 이 장르에서 흔치 않다
최상위가 아닌 필드에서 영웅 장비가 튀어나오는 게임은 이 장르에서 흔치 않다

필드에서의 돌발 '득템', 각종 콘텐츠에서 안정적으로 얻는 재료. 이를 통해 유저층이 가장 원하는 파밍의 기쁨을 구현한다. 경쟁 MMORPG 유저들이 원하는 부분을 키우고, 힘겨운 부분을 줄였다. 개발 노하우, 그리고 최근 장르에 대한 연구가 섬세하게 결합된 결과다.

무엇보다 최적화가 압도적이다. 서버가 포화 상태에 이르는 와중에도 대규모 전투에서 끊김과 렉이 극히 적다. 세부 그래픽은 그만큼 희생했지만, 이 장르 유저층에게 차순위에 해당하는 요소다. 최우선 순위로 최적화를 선택한 결과 저사양 기기가 많은 해외 유저들의 접속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었다. 

고칠 점은 게임의 세부 조작 정도다. 장비 강화나 제작, 컬렉션 작업 중 바로 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다. 또 제작 중에 지금 내가 가진 해당 아이템이 몇 개인지 표기해주는 등의 편의성 향상도 필요하다.

네트워크 불만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기자 입장에서는 56레벨까지 PC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한 번도 접속 해제가 없었으나, 모바일과 일부 PC에서는 심하게 튕긴다는 제보가 나온다. 실제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골드 부족 문제는 베타 테스트에 비해 크게 완화됐지만, 텔레포트할 때 골드 비용이 아직 심하다는 감이 있다. 그밖에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기 이상하게 어려운 점, 자동사냥 옵션이 부족해 서로 간격 유지가 어렵다는 점 등이 앞으로 고쳐갈 것들이다.

전쟁 MMORPG를 좋아하지만 최근 애정이 가는 게임이 없던 유저라면, '롬'은 적은 스트레스로 즐길 게임으로서 매력적일 수 있다. 서비스 초기 소통과 작업장 적발 노력이 이어진다면 이 장르에서 새로운 영역을 오래 지켜낼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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