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소울 어드벤처' 등 B급 게임, 특유의 연출로 인기 몰이 성공
B급 게임의 아이캐쳐, 인터넷 방송 문화 만나 흥행 신화 이끌어
바야흐로 B급 게임의 시대다. 과거엔 조용히 묻어있었던 B급 게임이 인터넷 방송 문화를 만나면서 이제는 어엿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관건은 ‘재밌게’ 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AAA게임 급의 자본과 인력이 아닌,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에셋과 엔진일지라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캐쳐(eye-catcher)’가 있는 이상한 게임이 상품성을 가진다.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를 끈 몇 가지 게임이 있다. 10일 출시된 ‘스시 소울 유니버스’는 지난해 인터넷 방송계를 강타했던 ‘이제 스시를 먹지 않으면 죽는다!’의 후속작이다.
이제는 시리즈로 거듭난 이 작품은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당위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는 플롯과 무료 에셋으로 점철된 비주얼, 맵 곳곳에 흩어진 초밥을 모은다는 단순한 게임성까지. 그럼에도 우리가 이 게임을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것은 게임 내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주인공의 목소리다. 소위 ‘열혈물’에나 어울릴 법한 성우의 열연이 만든 강한 인상이 감미료처럼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또 다른 게임 ‘8번 출구’ 역시 특유의 아이캐쳐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리미널 스페이스’를 아이캐쳐로 내세웠다.
응당 지하도에는 출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에선 그것을 찾을 수 없다. 0번 출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에서 시작해 계속 반복되며 이어지는 복도에서 이상 현상을 찾으며 게임은 진행된다.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된 리미널 스페이스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와 그에 어울리는 이상 현상을 찾는 과정이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B급 게임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게임을 하나 뽑자면, 바로 ‘매니즈’다. 투박한 폴리곤 덩어리로 이뤄진 그래픽과 게임의 초반부를 차지하는 낚시 구간만 보면 이 게임은 영락없는 '똥겜'이다.
그러다 무인도에 갑자기 ‘매니즈’라는 이름의 햄버거 가게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흥미로운 전개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이어지는 반전과 서스펜스, 그리고 약간의 유머가 섞인 독한 칵테일이 우리를 완전히 마비시킨다.
B급 게임의 아이캐쳐는 인터넷 방송 문화를 만나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유저의 시선을 넘어 그의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전례 없는 B급 게임의 흥행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흥행은 인터넷 방송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어떤 스트리머처럼 누군가는 계속해서 이런 B급 게임을 발굴하고, 그렇게 발견된 게임은 다른 스트리머의 라이브러리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수요가 있다면 자연히 공급도 따라오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더 많은 게임들이 자신만의 연출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