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3년차에 찾아온 레임덕, 시즌1 실패... 반성과 긍정적 마인드로 극복
금강선 디렉터 "좋아하는 것 나누고 함께 즐기는 모습, 아버지를 닮아"
[게임플] 스마일게이트를 대표하는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금강선 디렉터가 16일 지스타 2023에서 “로스트아크 2년간의 개발비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강연 시간을 50분밖에 안 주셨다”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금강선 디렉터는 “개발 7년, 서비스 5년으로 총 12년의 로스트아크의 역사를 50분 안에 가득 채웠다”고 강연의 주제를 소개했다.
지난 2011년, 금 디렉터는 ‘올해의 게임(GOTY)’ 수상, 매출이 아닌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의 ‘인생게임’이 되자”는 소박한 목표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두 개의 ‘하이컨셉’과 ‘세계관’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특히 공을 들였다.
“쿼터뷰 놀이의 블록버스터화”를 목표로 의도적으로 영화적인 연출과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해 쿼터뷰 게임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여러 유저들의 취향이 만나고, 장기간 서비스를 지향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에 맞춰 개발자의 취향보다 유저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세계관을 구현했다. 그렇게 로스트아크의 전신, ‘프로젝트T’가 세상에 등장했다.
하지만 개발이 시작된 이후 3년이 지나자, 개발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가 갖고 있던 선명한 비전은 개발진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결국 ‘레임덕’이 찾아왔다. 여기서 그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2014년 지스타에 게임을 출품한 것이다. 다행히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유저들의 반응과 개발 성취를 확인한 개발자들이 개발의 동기를 품게 되면서 개발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그리고 2018년 11월 7일 대망의 OBT가 시작됐다. 동시접속자 수 35만 명, 당시 월드컵을 제치고 검색 순위 1위 달성, 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이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지만, 미흡한 운영과 엔드 콘텐츠의 부재로 로스트아크의 시즌 1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금 디렉터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반성하며 시즌 2를 준비했다. 차후로 계획되어 있었던 ‘군단장 레이드’를 엔드 콘텐츠로 제시하며 유저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은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이뤄온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 그는 전했다. 그렇게 부진을 디뎌낸 로스트아크는 하루 123만 명 유저가 즐기는 글로벌 MMORPG로 당당하게 성장했다.
이어 그는 게임 운영에 필요한 ‘소통의 기술’에 대해서도 강연을 펼쳤다. 당초 죽어가던 게임을 살리기 위해 기획됐던 ‘LOA ON(이하 로아온)’은 주기적으로 게임의 문제점을 정리하면서 유저들의 니즈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 말한다. 상대의 말 속에 담긴 본질을 찾아 그것에 진심으로 응하며, 사과할 때는 진정으로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가 라이브 방송에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로스트아크라는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유저들과 나누는 이야기니까, 진심을 다하면 몇 시간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엔 금강선 디렉터의 가족들도 참석했다. 그는 “어릴 적 좋아하는 것을 같이 나누고 함께 즐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개발자는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 함께 해준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했고, 청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강연 말미에 그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항상 솔직하고, 또 성실한 모습이고 싶었으며, 좋아하는 걸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일해왔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청중들에게 그는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해 낼 수 잇는 능력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