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침해한 표절 'No', 성과를 침해한 부정경쟁행위 'Yes'
게임 표절 범주, 저작권 침해 요건 명확한 규정 필요해져

[게임플]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다만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결이 나면서, '리니지라이크'의 법적 표절 쟁점은 이제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김세용)는 엔씨의 '리니지M'과 웹젠 'R2M' 사이의 유사성을 인정했다. 이에 "R2M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 번안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피고(웹젠)는 원고(엔씨)에게 10억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2021년 6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며, 소송비용 역시 웹젠 측이 부담하게 됐다. 

엔씨와 웹젠은 서로 항소 의지를 밝혔다. 엔씨는 항소를 통해 배상 청구 금액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웹젠은 선고 당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된다는 판결에 대해 추가로 다투는 것이 목표다. 저작권 침해에 관한 중지 요청은 1심에서 이미 기각됐기 때문이다. 

'R2M' 서비스 초기 플레이 화면
'R2M' 서비스 초기 플레이 화면

■ "저작권을 침해한 표절은 'No', 성과를 침해한 부정경쟁행위는 'Yes'"

게임계에서 표절이 인정되는 길은 극단적으로 좁다. 프로그래밍 코드나 아트 리소스를 그대로 복사해온 경우만 인정되는 편이며, 시스템 및 디자인을 모방해 만든 것은 법적인 표절로 해석되는 사례를 보기 어렵다. 

이번 판결 역시 '저작권 침해(표절)'는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한다. 게임물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구성요소 각각은 물론 기술적 구현 과정에서 다른 게임물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정도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가 존재한다. 

단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다루는 '성과물'의 침해는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게임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제공하고 있는 바, 이런 부정경쟁행위로 인해 원고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게임업계 관행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며 판결 근거를 밝혔다.

판결문에서는 엔씨가 제시한 각 구성요소가 선택, 배열 및 조합을 구현해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음을 인정했으며,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엔씨의 성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R2M이 출시되기 이전 기존 게임에서 이런 요소를 유사하게 구현한 방식 게임은 리니지M을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었고, 리니지M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점으로 인해 부정경쟁행위로 판별하고 있다.

데이터AI 인텔리전스와 웹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9월까지 R2M이 기록한 서비스 매출은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엔씨는 웹젠 측 매출을 파악하기 어려워 손해액 중 10억 원을 청구했지만, 항소를 통해 배상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웹젠 사옥
웹젠 사옥

■ "항소 결과, 추가 소송 전개 따라 게임 저작권 범주 논의 더욱 필요해질 것"

1심 판단을 요약하면 "R2M이 리니지M을 모방한 것은 맞으며, 저작물보다는 성과를 침해한 것"이다. 이로써 엔씨와 웹젠에게 동시에 항소에서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또한 리니지M 장르의 창의성 보호 범위에도 새로운 물음표가 떠올랐다.  

2017년 리니지M 대흥행 이후, 이 시스템에 착안해 개발된 '리니지라이크'는 국내 개발 대세 장르가 됐다. 유저가 비교적 적더라도 1인당 과금액이 압도적이고, 극한 경쟁이 가능해 초반 모객만 순조롭다면 큰 사업 이득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타사 게임을 그대로 모방하는 게임들이 나타나면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현대 게임에 점점 복잡한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게임 속 저작물과 표절의 범주를 정밀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엔씨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향후 두 소송의 전개에 따라 국내 게임 개발 환경의 축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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