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 활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
2014년 이슬람 무장단체 ISIS 게임 연출 활용한 조직원 모집해
[게임플] 러시아가 게임을 정치적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의 미디어적 가치가 높아지는 현재,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의 ‘리터러시’ 함양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이하 NYT)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게임을 선전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NYT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저들은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솔레다르 전투를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재연했다. 이들은 이를 녹화해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SNS인 프콘탁테를 통해 공유했다.
또 다른 샌드박스 게임 ‘로블록스’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 6월 한 유저는 러시아의 국경절을 기념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 러시아 내무군(현 러시아 국가근위대)을 로블록스로 구현했다. 앞서 언급한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모두 저연령층 유저가 많아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 외에도 NYT는 러시아의 레스타 스튜디오가 서비스 중인 ‘월드 오브 탱크’의 구 버전에서 나치 독일 패전 78주년을 기념해 1945년 열린 소련의 탱크 퍼레이드를 재연하는 등 러시아군의 위용을 선전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활동이 게임뿐만 아니라 스팀과 디스코드 등의 커뮤니티에서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러한 게임을 활용한 선전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경절을 맞아 마인크래프트에서 개최된 콘서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참여했으며,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이 스팀과 디스코드를 통해 선전 활동을 진행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게임이 사상과 체제의 선전물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이하 ISIS)’는 락스타게임즈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GTA 5’를 활용해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기 위한 선전 영상을 제작했다. 해당 영상에선 게임 내에서 군인과 경찰 등을 무참히 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ISIS에 가입하면 이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조직원들에게 바디캠을 부착해 전시 상황을 FPS 게임 속 한 장면처럼 1인칭으로 담아내어 이를 선전 영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게 우리의 ‘콜 오브 듀티’이며, 우리는 ‘잔나(이슬람교의 낙원)’에서 ‘리스폰’할 것이다”라는 선전 문구도 함께 인터넷을 떠돌았다.
하지만 항상 게임이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사례도 있다. 1985년 프랑스의 기자 로베르 메나르가 창설한 기구 ‘국경없는기자회’는 2020년 국가 기관의 검열을 반대하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보도를 모아놓은 ‘검열 없는 도서관’을 마인크래프트 세계 안에 구현했다.
마인크래프트 디자인 스튜디오 ‘블록웍스’와 함께 협업해 3개월간 1,250만 개 이상의 블록을 활용해 만들어진 도서관은 이집트,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에서 활동하다 처벌받거나 살해당한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책으로 엮어 보관 중이다. 원하는 누구든 해당 맵에 참여해 이들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게임의 매체로서의 기능 및 가능성을 시사한다. 게임은 어떻게 혹은 어떤 메시지를 담느냐에 따라 정치적·사상적 선전물로, 또는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발언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 접하는 정보를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게임의 미디어적 가치가 높아지는 현재, 이에 대한 ‘리터러시’ 역시 발전 속도에 맞춰 함양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