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90년대 히트곡 다수 수록... NES·패미컴 즐기던 닌텐도 세대 겨냥
1985년 첫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마리오 시리즈 역사를 하나로 녹여내

[게임플]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글로벌 개봉 26일 만에 총수익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한화로 약 1조 3천억에 달한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던 지인으로부터 “영화가 재미없다”는 혹평을 들었다. 스토리도 진부하고, 개연성도 떨어지며, 속도감만 빠른 영화라는 평가였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겐 호평이 이어졌다. 왜 이렇게 평가가 갈리는지 궁금해 직접 영화를 봤다. 직접 보니 지인의 혹평, 관객들의 호평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슈퍼배드’, ‘미니언즈’ 같은 아이들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이 제작하긴 했지만, 실상은 8, 90년대 NES·패미컴과 함께 자란 ‘닌텐도 세대’를 위한 영화다.

이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보면 알 수 있다. 2000년 개봉 영화 ‘신 인의 없는 전쟁’의 주제가부터 비스티 보이즈의 ‘No Sleep Till Brooklyn’, A-ha의 Take On Me’ 등 닌텐도 세대의 히트곡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또한 영화의 대부분이 1985년, 어쩌면 그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요소들로 이루어졌다. 단순히 원작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보기엔 그 수가 많다. 오히려 영화는 게임의 요소들을 영화 속에 잔뜩 숨겨놓고 관객들이 이를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화 초반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가 만든 광고는 1989년 방영한 동명의 TV 시리즈를 패러디한 것이며, 영화 속 뉴욕 시장은 최신작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속 ‘뉴동크 시티’의 폴린 시장이다. 그 밖에도 버섯 왕국을 비롯한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 주인공 일행의 액션 하나하나까지 모두 닌텐도의 게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평가가 갈리는 분기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영화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동키콩’, ‘마리오 카트’, ‘스매시브라더스’에 이르기까지 슈퍼 마리오를 뿌리로, 긴 시간 동안 뻗어져 나온 닌텐도의 무수한 가지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했다. 보여줘야 할 게 많으니 자연히 전개는 가쁘게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개연성은 옅어진다. 원작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겐 이 부분만 보일 뿐이다.

반대로 원작을 아는 이들에겐 즐길 거리가 천지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애초에 스토리라고 할 게 없다. 쿠파에게 피치 공주가 납치당하고, 마리오가 이를 구하기 위해 온갖 역경을 이겨낸다는 이 간단한 이야기가 시리즈 내내 이어진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일절 없다. 씬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게임 속 요소들에 추억을 떠올리고, 환호하기도 바쁜 90분이었다.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가족들이 많았다. “공주님은 다른 성에 있어요!”라는 키노피오의 대사에 웃음을 터뜨리는 부모들이 여럿 있었다. 닌텐도 세대들이 어엿한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함께 온 아이들도 영화 속 요소들을 잘 알고 있던 점이 인상에 남았다. 1988년 출시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에서 처음 등장한 너구리 마리오를 아이들도 알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세대를 초월해 같은 캐릭터를 보고 환호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슈퍼 마리오 시리즈, 그리고 닌텐도가 가진 저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닌텐도의 목표가 슈퍼 마리오 시리즈,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실현됐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게임 원작 영화가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어설프게 원작 IP만 활용해 팬들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있는 그대로 살려서 팬들을 만족시켜야 성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영화는 결국 '일루미네이션이 만든 추억의 닌텐도 맛 과자'다. 러닝 타임 90분은 누군가에게 추억의 맛이면서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온 가족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과자 같은 영화였다. 그 과자는 1983년부터 2023년까지, 50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맛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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