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성장 개편 집중, 내년 그 너머를 바라보는 마비노기

[게임플] "더 잘 해야죠"

50분의 대화 동안 열 번도 넘게 들은 말이었습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시기였지만, 조심스러운 태도는 여전했습니다. '마비노기'는 지난해 초 갖은 논란에 휘말리면서 아픈 시기를 보낸 게임입니다.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8대 디렉터로서 활동을 막 시작한 민경훈 디렉터는 뼈를 깎는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수백 개 개선안을 알림판으로 정리해 답변과 적용 체크리스트를 공유했고, 민감한 사안까지 모두 답변하고 공유하면서 소통을 이어나갔습니다.

게임의 근본부터 크게 개편한 결과,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대규모 업데이트와 이벤트는 결정적 계기였죠. 접속자는 2배 넘게 증가하고, 상위 콘텐츠 이용 지표도 극적인 변화가 보였습니다. 18년차 게임의 '역주행'이 실현된 겁니다.

하반기 업데이트를 향해 달리는 가을, 넥슨 사옥에서 민경훈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그간의 성과를 자랑할 만도 하지만, 그보다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비노기' 민경훈 디렉터
'마비노기' 민경훈 디렉터

Q. '마비노기'에게 최고의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 역주행으로 내부 분위기도 좋을 것 같은데, 먼저 개발팀 근황이 궁금하네요.

정말 많은 밀레시안 분들이 마비노기에 찾아오셨습니다. 이렇게 반응이 좋고 결과도 좋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작년 어려웠던 시기엔 많이 혼나기도 했죠.

하지만 운영 경험을 쌓고 방향성을 수립한 과정이 좋은 성과로 돌아오니, 내부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에 힘을 내고 있어요. 칭찬이 계속되니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스스로 일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Q. 특히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직접 나서서 마비노기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놀라웠는데요. 홍보 '짤'의 퀄리티도 굉장했고요.

깜짝 놀랐어요. 본인이 스스로 열심히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홍보해주신 거잖아요. 내부 인원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의 열성을 보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밀레시안 여러분에게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구나'를 체감하고 더 열심히 개발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Q. 추석을 앞두고 마비노기 최초의 라이브 토크도 열렸죠. 직접 진행한 소감은 어땠나요?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하자는 생각은 꽤 오래 전부터 했습니다. 언젠가 꼭 해야겠다 싶었고, 실제 준비도 진행하면서 내부에서 논의해나갔죠. 아무래도 추석 전에 게임이 현황을 알리고 감사한 마음을 충분히 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을 앞두고도 고민은 많았어요. 제가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대중 앞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할 능력도 없으니까요. 재미없다는 말을 듣게 될까봐 걱정했죠.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이브토크에 깜짝 등장한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와 먹방 쇼를 펼치기도
라이브토크에 깜짝 등장한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와 먹방 쇼를 펼치기도

Q.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말이 술술 나오시던데, 마친 뒤 느낌은 달랐을 것 같아요.

뜨겁게 반응해주시는 밀레시안 분들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 겁을 냈구나 싶었어요. 쌍방향 소통 자리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반응을 직접 얻을 수 있어 의미가 컸습니다. 일단 방송을 해보고 고쳐나가며 소통을 늘리는 방향이 맞는 것 같네요.


Q. 그렇다면 앞으로 정기적인 실시간 소통을 기대해도 될까요?

정기적까지는 아니지만, 비정기라도 빈도를 늘릴 계획입니다. 라이브 말고도 쇼케이스 등 다양한 방법도 여전히 있고요. 조금이라도 다가가서 말씀드리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Q. 작년 간담회 뒤로 운영 변화를 약속했고, 그 뒤에 실제로 운영이 극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개발력 자체가 올라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요. 내부에 어떤 변화나 인력 보강이 있었나요?

어려운 과정을 겪고 개발팀이 부족한 점을 뼈저리게 느꼈죠. 사내 유관부서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작년 라이브본부 체제 아래로 편제가 정비된 뒤로 프로젝트 노하우를 많이 믿고 맡겨주시는 편입니다.

개발력이 늘었다고 보일 수 있는데, 밀레시안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듣고 만족스러울 포인트를 잘 찾고 집중해 개발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력 투자 역시 점진적으로 좋은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필하면 앞으로도 늘려나갈 가능성이 충분할 것 같고요.


Q. 업데이트 중 가장 놀라운 변화로는 손가락 표현 개선을 꼽고 싶네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단이 필요했죠. 손가락이 게임 엔진에서 자연스럽게 지원해주는 형태가 아니라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해결을 위해 긴 기간과 인력을 투자해야 했죠.

이전까지는 이런 것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연연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롱런을 위한 많은 의견을 내부에서 나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전향적으로 접근해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고민한 결과 밀레시안 분들이 만족할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죠. 필요하면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Q. 64비트 클라이언트 개발도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것 같네요. 

물론 그것도 고민이 많은 문제였죠. 개발력을 투입하다 보면 소홀해지는 영역도 있기 마련인데요.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서비스를 오래 지속하려면 해야 할 것, 기반을 쌓는 데 필요한 것이 뭔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였어요. 큰 노력이 필요해도 반드시 해야 하니까요.


Q. 어떻게 보면 최대 규모의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어느 정도의 투자로 진행 중인지 궁금합니다.

전담 인력을 실제로 배치해서 상반기 내내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서 테스트를 시작했고요. 게임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테스트가 필요하니 밀레시안 분들의 적극 참여 부탁드립니다. 많은 테스트를 거칠수록 정식 클라이언트 오픈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Q. 여름 업데이트에서 가장 독특했던 패치는 거미를 곰으로 보이게 해주는 아로마 베어 같은데요.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오래 전부터 의견은 있었어요. 거미공포증이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거미뿐 아니라 보기 꺼리는 외형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좀비나 그밖의 그로테스크 외형 몬스터를 모두 해결할 순 없었고, 우선순위를 정해 먼저 선택한 것이 거미입니다.

거미 그래픽이 마비노기에서 유독 디테일한 편이고, 초반에 많이 만나게 되죠. 게임 시작부터 긍정적 경험을 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방법에 대해 내부에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중 최면향을 통해 외형을 바꾸는 시스템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비노기만의 개성이나 세계관과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Q. 바뀌는 대상을 여러가지 중에서 굳이 곰으로 정한 이유도 있을까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놓고 검토했는데 우선 거미를 귀엽게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아예 대놓고 귀여운 외형을 보여드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거미가 아니면서 친근하게 다가올 만한 캐릭터를 찾아본 끝에 채택된 게 아로마 베어였습니다.

Q. 하반기 업데이트 로드맵은 전투와 성장 보강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내년부터의 계획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금 힌트를 주신다면?

둘 중에 조금 더 중요한 테마는 성장에 가까워요. RPG의 기본이기도 하죠. 내 캐릭터의 성장을 어떻게 할지 안내하는 것이 여름에 찾아오신 밀레시안 분들이 안착할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년은 올해와 다른 분야로 집중할 생각입니다. 마비노기가 제공하는 영역이 정말 다양해요. 그 수많은 분야에서 모두 개발이 유지되어야 판타지 라이프를 즐길 환경을 마련할 수 있죠. 내년부터 생활과 비전투 콘텐츠를 차근차근 돌보려 합니다. 다만 이걸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단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긴 쉽지 않죠.


Q. 운영 개발에 끝이 없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지금 평판이 좋지만 한켠에서는 또 수많은 개선 요구나 건의가 들어오고요. 지금 가장 큰 부담이나 불안 요소를 꼽는다면?

앞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점 아닐까요? 마비노기는 요구의 목소리가 굉장히 다양해요. 하고 싶은 플레이가 각자 다르거든요. 오직 전투만 하는 분도 있고, 던바튼 수다떨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 모든 밀레시안을 하나하나 만족시켜드리는 게 우리의 숙명이자 마비노기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콘텐츠 개선을 원하는 목소리도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지금은 작업할 것이 너무 많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해나가다 보면 더욱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장을 먼저 포커싱으로 잡은 이유는, 순수하게 열심히 플레이만 한다고 해서 끝까지 올라가기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과제였고, 9월에 그 변화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외 영역도 차근차근 해결하겠습니다.


Q. 디렉터이자 게이머로서 인상적이었던 경험이나 추억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비노기에 합류해 처음 대규모로 만든 이벤트가 '두근두근 아일랜드'였어요. 처음에는 콘텐츠로 기획됐는데, 노선이 바뀌어 이벤트가 된 경우였죠.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었고 생각하는데, 업데이트 뒤에 게이머로 접속해서 커플을 맺기 위해 소통하고 포인트를 올려봤더니 부족한 점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을 보고 처음이어서 더 의미 있고 감명깊었어요.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고요.

Q. MMORPG 운영이 정치에 비유되기도 하잖아요. 경제나 사회 등 한 세계의 모든 분야를 돌봐야 하고, 하나만 삐끗해도 큰 파장으로 돌아오고요. 그만큼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될 경우가 있어요. 이게 회사 측면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개편을 했는데, 밀레시안분들께 안 좋은 평가를 받을 때는 부족해서 못 챙겼던 부분이 충분히 있기도 해서 죄송할 때가 많아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설명 가능한 수준 내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차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소통하고 있고요. 의견 반영이 불가능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설명하면서 개발해나가는 게 필요하고, 앞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이도가 예전보다 높긴 하지만요.


Q. 난이도는 정확히 어떤 점을 의미하는 걸까요?

게임을 깊이 있게 즐기고 계세요. 예를 들어 재능 관련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견을 많이 봤는데, 많은 분들이 넓은 시야로 게임의 핵심을 짚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게임과 더불어 밀레시안 분들도 오랜 시간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 서비스 수준도 그에 맞춰 올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영역이죠.


Q. 그 말대로 어느새 18년이 지났고, 누군가에게는 게임을 넘어 인생이 됐을 시간인데요. 많은 밀레시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커뮤니티에 마비노기에서 만나서 결혼하고 애를 낳게 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인생을 계속 쌓아나가면서 게임도 쌓여나가고, 그 가운데에서 수많은 밀레시안 여러분이 함께 인생을 밟아나가고 있구나 싶어서 뭉클해지기도 해요.

재작년 온택트 캠핑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아이와 함께 참여한 분도 계셨어요. 계속 하게 되는 말이지만... '더 잘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 아이가 성장해서도 마비노기를 함께 즐기는 환경을 만들고 싶네요.

Q. 앞으로 20주년, 30주년을 맞이하면서 '마비노기'가 어떤 게임으로 불린다면 좋을까요?

저번에 여름 업데이트 공지를 직접 적는데, 밤에 적으니까 센치한 감성에 젖어서 이런 말을 넣은 적이 있어요. '편하게 찾아와서 휴식하는 햇살 같은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고요. 이건 제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마비노기의 이상향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부모가, 그밖에도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어요. 물론 그러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하는 영역도 많습니다. 전투뿐 아니라, 게임에서 뭔가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면 뭐라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현실 생활에 지쳐서 온 분들이 휴식하는 게임으로 남고 싶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니 스트레스나 경쟁 요소가 없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마비노기만의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디테일한 노력을 늘려서 더 잘 해야겠죠.


Q. 오늘 대화에서 더 잘 해야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은 것 같네요. 그만큼 진심이 담긴 말로 해석하면 되겠죠?

계속 말하게 되네요(웃음). 지금도 분명 백 퍼센트 만족을 드리고 있진 못해요. 부족한 부분도 많은데, 그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입니다.


Q. 마지막으로, 밀레시안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서비스 과정에서 모든 분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한번에 보여드릴 수 있는 규모도 한정적인데, 더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플레이해주시면 저희도 그만큼 발전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자긍심을 지키고, '마비노기를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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