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작 독단 유출 보도, 보안 문제 논란... 대통령상 권위 흔들
'게이머들의 적'으로 불린 김규철 前게임위원장 공로상 "싸우자는 건가"
실무 개발자들과 게이머 시각과 동떨어진 행태, 존재 가치 있나
한국 최고 권위의 게임 시상식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보안 구멍과 의문의 공로상 선정으로 신음하고 있다.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어라이즈'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글로벌 141개국 다운로드 1위와 5천만 유저 돌파의 전무후무 기록을 세웠으며, 한국 웹소설 웹툰 IP의 재해석과 확장을 함께 이뤄내 큰 의미를 가진 게임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대상 시상식은 '김 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루 전인 12일 밤, 한 매체에서 대상작을 독단으로 유출 보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혼렙'이 대상작으로 선정됐다는 것과, 경합 작품이 무엇이었는지가 모두 드러난 것.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은 대통령상에 해당하는 최고 등급의 영예다. 대통령상급 수상 선정을 행사 전 미디어가 대놓고 유출한 것은, 게임대상은 물론 비슷한 시상식 역사를 통틀어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의 돌발 행위로 풀이된다.
이번 유출이 치명적인 이유는 또 있다. 대상 수상을 둘러싸고 3파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흥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 역대 가장 수상작을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모든 화제가 사그러드는 결과를 낳았다.
대상 수상 기쁨을 온전히 누려야 했을 넷마블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내부 관계자는 "대상 결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이쪽에서 유출된 정황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유출 사건 이후 쏟아지는 문의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도 들린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온라인 생중계는 매년 최대 동시시청자가 3~4천 명에 달하는 등 적지 않은 화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모든 송출 플랫폼을 합쳐 최대 1,500명이 넘지 않았다.
인기 신작이 많은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반 토막'이 났다. 이미 결과를 알고 보는 시상식에 아무런 열기도 생길 수 없음은 당연했다. 주최측의 안일한 보안, 독점 경쟁 속에 잃어버린 보도 윤리가 합쳐진 총체적 난국이다.
모두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모습은 시상식 진행 중에 발생했다. 게임 산업과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을 김규철 前게임물관리위원장에게 수여한 것.
김 前위원장은 국내 게이머 사이에서 최악의 여론을 가진 인물이다. 게임위원장 재직 시절 드러난 과거 내부 비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심의와 사전 검열 관련 대응과 발언에서 연달아 논란이 불거지며 게임에 대한 근본 시각이 의심받기도 했다.
현재 게임 검열 헌법소원이 헌정 사상 최대 규모 서명으로 이어진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에게 공로상을 주는 것은 게임인들을 향한 집단 무시와 기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 유저는 "지금 정몽규에게 올해의 대한체육인상을 수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의 시각 역시 실제 게이머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대상과 최우수상 등을 가리는 본상 부문은 심사위원단 의견이 60% 반영된다. 업계 전문가 및 일반 게이머 집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다. 또한 공로상 등 주최측에서 수여하는 상은 순수하게 내부에서 결정한다.
반대로 전문가 투표 100%로 수여하는 우수 개발자상은,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선정되자 "올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온라인 시청자들 모두가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오직 일반인 투표로 뽑힌 인기 게임상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대상의 가장 중요한 선정을 보면 게임을 직접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기준도, 전문성도 없다"며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하는 시상식이 존재 가치가 있을지나 의문"이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 게임은 시련을 딛고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수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성과에 수여되는 시상식은 갈수록 더 흔들리고 있다. 지금 수여되는 이 상이 '대한민국 게임대상'일까, 아니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심사위원들의 모의일까. 이제는 똑바로 길을 정할 때가 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