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 커진 스케일... 연출, 그래픽, 사운드트랙 합격점
게임 핵심이 된 정치 공동체 시스템, 생존과 권력의 균형을 찾아
얼음 사막의 건조함을 더욱 극대화했다. 게임 플레이는 확장됐다. 여전히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선택은 무미건조한 텍스트로 귀결된다.
11비트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스트펑크'가 6년 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절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중시하는 개발사의 철학은 이번 작품에서도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프로스트펑크2'는 연출, 그래픽, 사운드트랙 모두 전작 대비 향상됐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묘사하는 방식은 여전히 냉정하다. 오히려 더 건조해진 느낌마저 든다. 전반적인 스케일은 커졌지만, 개인과 소규모 집단의 생사는 단순한 텍스트로만 처리된다.
이번 작품이 전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인구 단위의 확장이다. 발전기 코어를 중심으로 한 부족 단위의 생존 게임에서 도시 단위의 경영 시뮬레이션으로 진화했다.
플레이어는 도시의 관리인이자 위원장으로서 영구동토를 탐험하고 자원을 수집하며,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도시 전체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
전작의 건물 배치와 세세한 자원 관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타일 구역 단위의 관리와 대규모 자원 운영이 요구된다. 전작이 부족 보안관 역할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도시 행정가로 역할을 한다.
도시의 인구는 8,000명 이상의 단위에서 시작되며, 최대 5만 명까지 성장하는 행정 구역을 관리하게 된다. 한 번의 이주에 1,000명 이상의 노동력이 추가될뿐더러, 자원 규모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도시의 레이아웃은 구역 단위로 지정한다. 마이크로 단위의 건물 배치가 타일 단위 구역 지정으로 변경됐다. 효율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구역간 연계성, 구역 확장, 건물 및 허브 배치를 신경 써야 한다.
난이도에 따라 구역 배치의 미세한 차이가 자원 관리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난이도에서도 게임 초반 구역 배치에 따라 특히 열기 관리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게임 플레이를 돕는다.
구역을 설정하고 건물을 배치하며, 어떤 건물을 어느 시기에 가동하고 물자를 생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영구 동토 탐험, 전초기지 건설, 자원 확보, 증기심 발견을 통한 고효율 건물 건설 등으로 도시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주거, 식량, 자재, 물자, 열우표, 조립식 부품, 열기 이 주요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구역 설정과 기후 변화에 따른 재앙(기아, 범죄, 질병)을 컨트롤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긴장도를 낮게 유지하며, 최종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게임의 UI에서 이번 작품이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열기 및 추위, 자원 등을 나타내는 상단바도 중요하지만, 이번 게임에서 무엇보다 눈이 가는 곳은 하단의 도시 긴장도와 플레이어의 지지를 나타내는 오브와 파라미터다.
긴장도 상승은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며, 모든 지지를 잃으면 지도자 자격을 상실하고 해당 세션이 종료된다. 폭풍이 덮쳐 이 도시를 끝장내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도자 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지지도가 높을수록 시민들에게 가혹한 교대 근무를 조금 더 자주 시킬 수 있으며, 원치 않는 정책이나 연구를 강제할 수 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투표 조작도 가능하다. 지지도가 높으면, 게임을 조금 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셈이다.
한정된 자원에 적절한 구역과 건물을 배치하고 최대의 효율을 내는 동시에, 공동체 정치를 이어간다. 게임 플레이 튜토리얼에 가까운 스토리 모드에서는 영구동토인, 진화론자, 신앙수호자, 뉴런던인과 같은 이해 집단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기 인구 일정 부분을 차지하며, 위원회에서 특정 법률을 제정하거나 연구 아이디어에서 특정한 연구를 추진하는 것을 바란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때로는 동일하며, 때로는 반대한다. 예를 들어 동일임금과 같은 법률은 도시의 많은 시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인 한편, 출산 및 육아 정책 중 일부는 특정 집단에서만 호의를 얻을 수 있다.
특정 집단의 호의를 얻으면, 해당 집단의 보너스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화론자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진행 중인 연구 속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집단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의 반대에 서 있는 집단의 지지를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로스트펑크2'는 급진적 집단의 등장으로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시위와 폭력 사태로 이어져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인명 피해를 초래한다. 플레이어는 경비대를 투입하거나 협상하는 등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극단주의가 격해질 경우, 집단 내 극단주의자들이 반대파를 살해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해 의회 의제를 조정하거나 새로운 연구를 약속함으로써 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극단주의자들을 추방하거나 포용하는 등의 더 극적인 선택지가 제공된다. 이때 강제 이주 정책을 실시하거나 새로운 정착지를 제공하는 등 세부적인 접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모든 집단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프로스트펑크2’의 핵심 게임 플레이이자,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다. 게임 초반에는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자원 관리와 더불어 긴장도와 지지도까지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복잡성으로 인해 난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진다.
대신 스토리 모드에서는 중요한 분기점에서 과정의 험준함을 미리 알려준다. 아마 많은 유저가 게임을 진행하는 초기, 스트레스가 극단에 치닫는 후반 분기점에서 보다 쉬운 선택을 하리라 예상한다.
해당 선택지는 다소 극단적이나, 깔끔하고 쉽다. 실상은 매우 다루기 어렵고 극도로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생존자를 사지로 몰아내는 방법이지만, 나머지 생존자와 게임 난도를 낮추기 위해 선택하게 된다.
'쉬운' 선택은 게임플레이를 용이하게 만들지만, 엔딩에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결정과 그 결과를 냉정히 제시하며 "이것이 최선이었는가?"라고 묻는다.
이러한 가혹한 접근이 플레이어에게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숫자로 나열된 가상 희생자들의 죽음에 애도할 시간은 없으며,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다음 터전을 찾고 더 나은 도시를 만들 뿐이다.
'프로스트펑크2'는 전작의 규모를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역학을 게임 전반에 녹여내고 완벽히 중심 소재로 가져왔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선택의 결과를 체험하게 되고 여론 관리, 협상 등의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많은 유저의 해석이 나오지 않았기에 아직 랜덤성이 짙어 보이는 시스템이다. 스케일도 방대해 게임의 난도를 상당히 높인다. 상위 난이도에서 맞게 될 피로감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게임 특성상 반복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들이 많다. 이들에게 어떠한 평결을 받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도시를 생존으로 이끌며 지지를 얻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강렬하다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케일이 커지면서 미시적 관점에서 다뤄졌던 많은 것들 특히, 생존자 생사가 단순히 행정적인 숫자 또는 텍스트로 치환됐다는 점은 호불호의 영역으로 남으리라 생각된다. 전체적인 게임 방향을 봤을 때 이는 수정할 수 없는 의도다.
결국 실제 유저가 게임 플레이 중 이러한 접근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게임 경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