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보니 선정작, 방향성 모두 달랐다"

2024년 상반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 게임은 무엇일까.

기자들은 매년 수십 가지 게임을 직접 체험한다. 그중 상당수는 기사를 위한 분석을 마친 뒤 바로 내려놓게 되지만, 취향을 직격하는 몇몇 게임들은 업무와 관계 없이 여가 시간을 쏟아부으며 빠져들게 된다. 일이자 취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 지금까지 신작들은 작년에 비해 '대작'이랄 만한 것이 적다. 하지만 뜻밖의 화제를 불러온 복병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연초 '팰월드' 광풍부터 시작해 '헬다이버즈2' 등 새 바람이 쉬지 않고 불었다. 기존 라이브 게임들의 역주행도 만만치 않았다. 

게임플 기자 3인이 개인적으로  3종 게임을 각각 골랐다. 싱글 신작이든, 장수 라이브 게임이든 가리지 않았다. 특별히 논의한 것이 아닌데도 각자 선정한 게임이 전혀 달랐고, 분야도 특색이 나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순수 재미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은 나온다. 

■ 길용찬 기자 - 헬다이버즈2 / 유니콘 오버로드 / 용과 같이8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헬다이버즈2'가 순수 재미로 상반기 최고였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깊은 애정을 가졌던 전작을 잊게 만드는 몰입감을 자랑했다. 예상보다 분위기가 빨리 식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전략 재미를 '유니콘 오버로드'처럼 만들 수 있다면 빈약한 스토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민하고 코딩을 바꾸는 재미, 머릿속 설계가 실현되는 쾌감으로 몇 주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제발 진짜 초고난도 난이도만 업데이트 한 번 해주길.

'용과 같이8'은 장점과 단점이 모두 선명했던 게임이다. 하지만 장점인 전투와 자유로운 성장이 단점을 잊게 만들었다. 엔딩 후 던전 탐험을 이렇게 오래 즐긴 시리즈가 없었다. 상반기는 스토리나 화려한 연출보다, 게임 재미의 근본을 되짚어주는 소중한 신작을 많이 만난 시기였다.

■ 이승훈 기자 - 더 파이널스 / 팰월드 / 인디카

상반기 가장 많은 시간 즐긴 게임은 '더 파이널스'가 아닐까 싶다.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질주하는 콘셉트, 손쉬운 지형지물 파괴, 게임 전반에 녹아든 스튜디오의 건플레이 노하우 모두 감탄했다. 경쟁전까지 열심히 즐겼으나, 핵 문제에 부딪히면서 좌절했다. 가장 즐거우면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기도 하다.

즐거움으로 산정했을 때 '팰월드'를 넘는 게임은 없었다. 스펙타클과 이야기 전달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임이지만, 소위 순수 재미력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논쟁적인 게임 디자인에는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그 덕분에 즐거웠단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11비트스튜디오의 '인디카'는 다른 의미에서 재미있었다. 내러티브에 다소 매몰된 게임이기도 하지만, 이를 전달하기 위해 세션마다 선보이는 게임 디자인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AAA 게임에서 시도되는 영화적인 연출법을 보다 세련되게 선보였다. 게임 매체가 가진 재미에 대해 다시 곱씹을 수 있는 상반기였다.

■ 한지훈 기자 - 던전앤파이터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리틀 키티, 빅 시티

'던파'는 올해 게이머로서 삶을 화려하게 장식해준 게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지만, 밤을 새워 도전해 처음으로 어둑섬 해방 난이도 격파에 성공했을 때 느낀 쾌감은 단연코 올해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앞으로도 이런 쾌감을 선사하는 게임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또 다른 주역을 뽑자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일 것이다. 20년째 서비스하며 게임이 정체될 법도 한데, 쉬지 않고 변화의 길을 걷는다. 좋은 라이브 서비스가 이런 것임을 대선배님이 몸소 보여주는 격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내부 전쟁' 확장팩으로 MMORPG 분야에 좋은 귀감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인디 게임 '리틀 키티, 빅 시티'도 특별한 의미를 느낀 작품이다. 위에서도 알 수 있듯 RPG에 매몰되어 있던 기자에게 인디 게임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한줄리뷰'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에 일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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