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의 개발 문법 돋보이는 5년 만의 신작, 즐겁고 가볍다
끊임 없는 도파민 보상 랠리 즐겁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글쎄

"도파민 파티는 언젠가 끝난다"

‘클래시 로얄’, ‘브롤 스타즈’ 등의 작품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이 5년 만의 신작 ‘스쿼드 버스터즈’로 찾아왔다.

슈퍼셀 전작 세계관 캐릭터들이 모여 스쿼드를 만들어 난투를 벌인다는 컨셉에서 알 수 있듯 전작들과 다른 게임성을 보이면서도 슈퍼셀의 익숙한 색채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특히 슈퍼셀의 주요 개발 문법 중 하나인 ‘간결함’이 이번 타이틀에서도 돋보인다. 이를 인용해 ‘스쿼드 버스터즈’를 간결하게 세 개의 단어로 소개하자면 “조작, 성장, 보상”이다.

게임이 간결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내부 프로세스가 생략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조작을 요구하지만, 촘촘하게 짜인 보상 프로세스가 게임을 리드한다. 이 리드에 몸을 맡기면 ‘스쿼드 버스터즈’가 선언한 ‘즐거움’이 찾아온다. 마치 유명 헐리우드 배우 크리스 햄스워스가 등장하는 그 광고처럼 말이다.

‘스쿼드 버스터즈’에서 유저가 마주하게 되는 세션은 크게 2가지다. 재화 소모, 캐릭터 육성, 보상 획득이 이뤄지는 육성 페이즈(마을)와 스쿼드 성장, 전투가 이뤄지는 메인 페이즈(전투)다.

대기실과 전장이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여타 RPG나 난투 액션, 배틀로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두 개의 페이즈는 완전히 같은 하나의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먼저 전투 페이즈를 살펴보자.

플레이어는 총 10명의 플레이어와 경쟁한다. 모든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 때 하나의 스쿼드 구성원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무작위로 선정된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몬스터를 파밍하거나 나무를 베는 등의 상호작용으로 코인을 얻고 다시 맵의 특정 위치에 스폰되는 상자를 연다.

상자를 열면 랜덤한 세 개의 선택지가 주어지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스쿼드에 추가할 수 있다. 스쿼드의 전투력이 추가된다. 계속되는 파밍을 통해 재화를 얻고 스쿼드를 강화하는 식이다.

강화된 스쿼드는 다시 더 강한 몬스터를 잡거나 플레이어를 정복해 코인과 보석을 얻는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강력한 스쿼드를 유지하고 더 많은 보석을 차지해 상위 5인 안에 든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승리 핵심은 파밍과 재화 획득 그리고 스쿼드 강화다.

이제 마을 페이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투가 끝나고 마을로 넘어가면 플레이어는 상자 티켓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상자를 개봉한다. 상자를 열면 무작위의 캐릭터가 랜덤한 숫자로 등장한다.

상자를 열어서 획득한 캐릭터가 10개 이상일 경우 다음 단계로 진화시킬 수 있다. 단계는 베이비(1성), 클래식(2성), 슈퍼(3성), 울트라(4성)로 나뉘며 단계에 따라 캐릭터 스킬이 강력해진다. 즉, 같은 캐릭터를 많이 모을수록 단계가 높아지고 강력해지는 일종의 돌파 개념인 셈이다.

상자는 전투 보상 외에도 진척도, 패스 보상 등으로 얻을 수 있고 진척도와 패스 보상은 당연히 게임 진행률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성장한 캐릭터들은 다음 전투 상자에서 무작위로 얻을 수 있고 플레이어의 스쿼드는 더 강해진다.

이렇듯 ‘스쿼드 버스터즈’는 두 개의 세션이 하나의 플롯으로 꿰어있다. 상자를 열고 스쿼드를 강화하는 전투를 지낸 다음 대기실로 돌아온 플레이어는 상자를 열고 스쿼드를 강화한 다음 전투를 지내고 상자를 여는…… 무한히 반복되는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게임은 무척 배우기 쉽다. 배틀에서도 플레이어는 이동, 마법, 터보 세 개의 조작키만 움직여 보석을 줍는 데만 몰입하면 된다. 또 아주 친절한 튜토리얼 덕에 전투, 보상, 성장까지 하나의 막힘없이 모든 구성을 한 눈에 보고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처음 접한 몇 시간은 내내 터지는 상자와 보석, 코인으로 쉴틈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하나의 전투마다 스쿼드를 모집하고 더 많은 코인을 모아서 더 강한 스쿼드를 만드는 육성의 즐거움도 충분히 느꼈다.

그러나 바꿔 말해 이는 게임이 하나의 구성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곧장 피로와 지루함으로 연결된다.

특히 이와 같은 단점은 전투 세션에서 더욱 부각되는데 다양한 맵과 모드가 등장하지만, 맵은 그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고 모드는 코인이나 보석 보상이 극대화된 일부 모드를 제외하면 재미가 덜하다.

이유는 스쿼드 팀 조합에서 전략적인 측면을 찾아보기 어렵고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상자를 열고 희귀 또는 초희귀 등급의 좋은 캐릭터를 합류시키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플레이어가 소위 ‘상자깡’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분대 지휘자가 되고 만다.

따라서 전투 초반 파밍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스쿼드가 마주쳐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PvP 이점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모든 플레이어가 몬스터 파밍에 집중하다가 남은 시간 1분이 되어서야 중앙 보석 광산에 모이고 그제야 서로 눈치 싸움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스쿼드 버스터즈’는 모바일 게임의 핵심 정체성인 가벼움으로 무장했고 이는 정확히 작동한다. 다만 그 작동 방식이 보상과 육성이라는 한 방향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게임이 광고하는 대로 어디서든 짧게, 그 자리에서 게임을 즐기기에 좋다. 하지만 이러한 끊임없는 도파민 보상 랠리가 장기 레이스에서 쌓을 피로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