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선수 주춤해도 유기적인 보완... 센스 넘치는 개인 플레이도 빛난 젠지
T1, 이변 눈앞에 두고 기세 꺾인 통한의 역전패... 유연한 전술도 필요

23일 개막한 2024 발로란트 마스터스 상하이에서 두 한국 팀의 운명이 엇갈렸다. 

지난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 스테이지 1에서, 젠지와 T1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마스터스 상하이 진출권을 획득했다. 젠지는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2연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 선착했으나, T1은 반대로 2전 전패의 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젠지는 마스터스 마드리드에서 한국 최초로 국제대회 결승 무대를 밟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비록 간발의 차로 센티널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풀 세트 명승부를 연출했고,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경계할 팀으로 급부상했다. 

스위스 스테이지 경기는 쉽지 않았다. 아메리카 3번 시드팀 레비아탄, 중국 2번 시드 펀플러스 피닉스(FPX)를 상대로 모두 첫 세트를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상대에 맞춘 전술 변경과 선수들의 침착한 대응이 빛을 발하면서 역으로 단단함을 입증했다.

마스터스 상하이 스위스 스테이지 결과
마스터스 상하이 스위스 스테이지 결과

세계 최고의 타격대로 기대받은 '텍스쳐' 김나라의 경기력이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더욱 활발하게 뒤를 받쳐주면서 팀 전체 유기적 움직임이 돋보였다. 

'메테오' 김태오는 샷 대결에서 언제나 든든했고, '라키아' 김종민이 중요할 때마다 정보전에서 이기며 척후대로서 세계 무대에 걸맞는 능력을 입증했다. 텍스쳐 역시 샷이 말리는 상황에서도 FPS전 45도 각도에 가까운 끌어치기와 같은 슈퍼를레이를 선보여 전 세계 관중을 놀라게 했다. 

스위스 스테이지 종료 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1번 시드 팀들이 차례대로 원하는 상대를 선택하며 대진을 정했다. 하지만 선택권을 얻은 팀 중 누구도 젠지를 고르지 않아 유럽 1번 시드 프나틱과 첫 대진이 결정됐다. 그만큼 맞붙고 싶지 않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는 의미다. 

마스터스 상하이 플레이오프 대진표
마스터스 상하이 플레이오프 대진표

T1은 마스터스 진출만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스테이지로 평가받았다. 상대적 강팀으로 꼽힌 DRX를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진출권을 얻었고, 젠지와의 결승 진출전에서도 저력을 보이면서 접전을 만들어내 기대를 더욱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한 것은, 마스터스 무대에서 이길 수 있는 게임들을 허무하게 내주며 2전 2패 탈락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진도 불운했다. 첫 상대가 가장 강력한 2번 시드인 아메리카의 G2였고, 2라운드 역시 경우의 수 가운데 최악인 레비아탄이 상대로 뽑혔다. 그럼에도 G2와의 3세트 접전을 거의 잡을 뻔했으나, 9:3 리드 상황에서 따라잡힌 끝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후 레비아탄과의 2라운드 경기는 무기력하게 0:2로 패배해 탈락이 결정됐다.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고, 플랜A가 막혔을 때 다음 전술을 준비하는 속도 역시 비교적 늦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G2의 주력 맵인 아이스박스에서 13:1 대승을 거두는 잠재력도 보여줬기 때문에 향후 재정비에 기대를 걸 만하다.

마스터스 상하이 스위스 스테이지는 유럽(EMEA) 팀이 모두 생존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퍼시픽과 아메리카는 한 팀(젠지-G2)씩 올려보냈고, 중국 팀은 안방에서 2개 팀 모두 탈락해 플레이오프에 EDG만 외롭게 생존하게 됐다.

플레이오프는 5월 30일부터 8개 팀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진행된다. 30일은 아메리카 1번 시드 100시브즈와 유럽 3번 시드 FUT e스포츠가 처음 맞붙으며, 다음으로 젠지와 프나틱의 대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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