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인디 비주얼 노벨 게임 중, 군계일학 같은 작품
역전재판 스타일의 추리 게임, 대화와 체포 사이의 줄타기가 일품

여러 인디 게임이 출품된 올해 플레이엑스포에서 특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은 게임이 있다. 슈퍼웨이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추리 게임 ‘There is NO PLAN B(이하 플랜 비)’가 바로 그것이다.

인디 게임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플랜 비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3월 텀블벅을 통해 시작된 펀딩은 무려 4,255만 원의 모금액을 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스마일게이트의 인디 게임 유통 플랫폼 ‘스토브’를 통해 출시된 데모는 이용자 86%에게 호평을 받았다. 한국 외에 일본에서도 게임에 대한 기대 섞인 반응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용자들이 입을 모아 게임의 독특한 비주얼과 내러티브를 게임의 매력으로 손꼽는다.

잠깐 솔직해지자. 최근 국내 인디 게임 시장에선 비주얼 노벨 장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비슷한 비주얼의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는 비슷한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개발 환경의 한계가 존재하는 인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참작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서브컬쳐를 전면으로 내세운 익숙한 모습의 반복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마따나 닭들 사이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한 마리 두루미가 등장하곤 한다. 앞서 출시된 ‘스태퍼 케이스’처럼 독창적인 비주얼과 내러티브를 가진 게임은 인디 게임 시장을 뛰어넘어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곤 한다. 그리고 플랜 비 역시 이와 같은 가도(街道)를 밟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직접 시연해보니, 이들의 기대가 잘못된 근거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시연이었지만 게임의 특징과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렇게 직접 용의자와 접촉해 사건을 해결해간다. 그런데 소개말을 저렇게 해놓고 절도 용의자를 만나도 될까...?
이렇게 직접 용의자와 접촉해 사건을 해결해간다. 그런데 소개말을 저렇게 해놓고 절도 용의자를 만나도 될까...?

게임의 진행방식은 ‘역전재판’ 스타일에 가깝다. 사건을 의뢰받은 주인공 ‘B’는 자신의 로봇으로 현장에서 사건을 수사해 단서를 모은다. 역전재판이 법정에서 인물들은 심문했다면, 플랜 비에선 사건의 중심에서 용의자를 심문해 그를 체포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대화에서 느껴지는 ‘말맛’이다. 특정 캐릭터성을 드러내기 위해 현실에선 꿈도 꾸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말을 내뱉는 것보다는 실제로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대사가 이어지는 것이 좋다. 플랜 비는 후자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너 납치된거야” 같은 커뮤니티의 밈을 적절하게 사용해 웃음을 주는 것도 역시 좋았다.

대화하는 상대의 표정만큼이나 주인공 B의 표정도 다양하다.
대화하는 상대의 표정만큼이나 주인공 B의 표정도 다양하다.

또 하나 맘에 든 부분은 내러티브를 살리는 다양한 표정 연출이다. 이 게임에서 B는 직접 등장할 일이 거의 없다. 화면을 채우는 것은 대화 중인 상대방이며, B는 대화창 한 편에 작게 얼굴만 등장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말맛 있는 대사와 함께 출력되는 다양한 표정이 풍성한 리액션으로 다가와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시연 버전에선 세계관과 설정 전반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이 전개됐다. 여기서 체포를 앞두고 용의자로부터 더 많은 단서를 캐기 위해 대화를 이어가는 것과 수상함을 눈치채고 도망가기 전에 그의 손목에 수갑을 거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너무 재밌게 하다보니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너무 재밌게 하다보니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정리하자면 플랜 비는 쏟아지는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확실하게 자랑하는 한 마리의 고고한 두루미와 같은 작품이다. 이용자들의 기대가 식기 전에 하루빨리 출시된다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게임이라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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