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기복으로 인한 저평가... 모두 걷어낸 '역대급 서포터 캐리'
LPL 상대 3연승, 역대 최다 킬 등 기록 쏟아져
티저 영상에 단 한 마디 대사도 들어가지 못한 선수가 파이널 MVP 주인공이 됐다.
19일 중국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에서, LCK 팀 젠지가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3: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7년 동안 한국과 인연이 없었던 MSI를 마침내 되찾아오는 동시에, 팀 5인 중 넷이 생애 최초 국제전 우승을 달성하는 기록을 거머쥐었다. 난적 LPL에게 다전제 3전 전승을 거두고 얻은 결과라 의미는 더욱 값지다.
파이널 MVP 역시 2017년 '울프' 이재완 이후 7년 만에 서포터에게 돌아갔다. 젠지 '리헨즈' 손시우는 상대 서포터와 현격한 기량 차이를 벌리면서 한타 승리를 이끌었다. MSI 시작 전 팀내에서 가장 예측 순서가 낮았던 선수의 대활약에 환호가 쏟아졌다.
화려하고 강력한 상체 선수들 사이에서, 리헨즈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스프링 플레이오프와 결승 과정에서 실제로 기복 널뛰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LPL의 강력한 바텀 상대로 버텨줄 수 있느냐"가 LoL 팬들이 꼽는 젠지 우승 조건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젠지 바텀은 대회 내내 LPL의 TOP이스포츠(TES)와 BLG 상대로 쉽게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 리헨즈의 날카로운 노림수가 있었다. 지난 승자전 결승에서 보인 노틸러스 캐리가 대표적이다.
결승에서는 더 나아가 '크랙' 역할을 해냈다. 1세트 고밸류 조합으로 인해 초중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 탐 켄치로 상대 신 짜오를 절묘하게 잘라내 역전의 서막을 이끌었다.
2세트는 역사에 남을 서포터 캐리였다. 블리츠크랭크로 신들린 그랩을 연달아 적중시켜 학살극을 펼친 끝에 원딜 파트너 '페이즈' 김수환의 28킬과 펜타킬을 도왔다. LoL 국제전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킬 신기록이다. 4세트 역시 마오카이 픽으로 본대 싸움 구도를 완전히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 MVP를 확정지었다.
반면 BLG의 '온' 러원진은 게임 내내 말려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내 최고 서포터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승리한 3세트에서도 허술한 위치선정으로 자주 쉽게 끊기며 게임을 끝까지 혼전에 빠뜨렸고, 4세트 역시 중요한 전투마다 무력하게 먼저 무너지면서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BLG는 승리 플랜이 '빈' 천쩌빈의 탑 사이드 돌파와 '엘크' 자오자하오의 원딜 캐리로 한정된 상황이었다. 이 구도를 뒤집기 위해 젠지의 핵심인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을 집중 견제하고 사이드에 힘을 주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서포터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면서 본대 시야와 원딜 캐리력이 밀리게 됐고, 이는 시리즈 전체를 가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빈'이 카밀과 트페 등의 픽으로 사이드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분전했으나, 단단하고 영리하게 대처한 젠지를 뚫어내지 못했다.
리헨즈는 2016년 스베누 소속으로 데뷔해 2부 리그를 전전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으나, 2018년 그리핀 돌풍의 한 축으로 주목을 끌었다. 신지드와 앨리스 등 서포터 특이 픽도 능숙하게 다루면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선수 중 하나다.
당시 쵸비와 LCK에 도전하던 선수가 이제 리그 정상과 MSI까지 함께 점령했으며,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도 사실상 결정지으면서 '골든 로드'에 도전한다. 또다른 낭만 드라마가 탄생할 것인지에 수많은 관심과 응원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