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서브컬처 트렌드, 새로운 시도 멈추지 않는 근본 IP들

[게임플] "이거 완전 오타쿠계의 국공합작 아니냐?"

지난 주말, 일본에서 들려온 소식이 서브컬처 유저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돌 마스터'와 '러브라이브!' 시리즈가 연말 도쿄 돔에서 합동 공연을 펼친다. 가합전 형태로 열리는 이 라이브는 12월 9일과 10일 개최되며, 양측에서 도합 100명 이상의 성우가 출연한다. 

아이돌 마스터와 러브라이브는 2000년대부터 서브컬처 아이돌 IP의 양대산맥이자 라이벌로 군림해왔다. 본가 시리즈에서 시작해 각기 5~6종의 파생 시리즈가 탄생했으며,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성기 시절 유저들 사이에서 서로의 우위를 주장하는 신경전이 자주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느냐는 인식과 달리, 두 IP가 적대 관계는 아니다. 큰 틀에서 반다이남코 계열의 이웃이며, 대형 행사에서 몇 차례 콜라보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이틀 동안 풀 라이브로 함께 뭉친 돔 콘서트 실시는 초유의 사건이다.

최근 양쪽의 공조는 신규 프로젝트 전개에서도 눈에 띈다. 신작 애니메이션이 서로 겹치지 않고 번갈아가며 방영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아이돌 마스터에 이어 7월 러브라이브 측이 애니메이션을 방영 중이며, 10월에 다시 아이돌 마스터 신작이 방영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전례 없던 협업이 연이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차 상호 교류가 늘어나는 업계 트렌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전통 IP들의 시도가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양측 통틀어 역대 최고 흥행 게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
양측 통틀어 역대 최고 흥행 게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

양쪽 프랜차이즈 모두 좋은 추세는 아니다. 새로 출현하는 시리즈들의 파급력이 전성기에 비해 줄었고, 소비자층에서 신규 유입이 적다는 것도 적신호로 읽힌다. '프로젝트 세카이'나 '뱅드림' 등 신흥 IP들이 어린 유저층을 점유했고,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버츄얼 유튜버(버튜버)도 아이돌 소재 IP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이돌 마스터는 새로운 흥행 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게임 분야는 IP의 근본이지만, 8년이 지난 '신데렐라 걸즈' 시리즈의 '데레스테'가 아직도 내부 매출 1위를 짊어지고 있을 정도다. 

'밀리언 라이브'는 초창기 기대만큼 게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상대적 막내인 '샤이니 스타즈'에서 내년 출시할 신작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본가를 주축으로 한 PC-콘솔 육성 게임들 역시 전성기 성적에 비해 부족했다. 

게임 바깥에서도 최근 버튜버 프로젝트로 실시한 '브이아라이브(va-liv)'는 이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인해 흥행에 참패하는 분위기다. 이런 사정으로 최근 애니메이션을 통해 대안을 찾고 있으며, 오랜 기간 영상화가 없었던 시리즈의 사업 전개를 재개하고 있다.

스쿠페스 시리즈 감사제 2023 키 비주얼
스쿠페스 시리즈 감사제 2023 키 비주얼

러브라이브는 애니메이션과 음반 및 공연 사업에서 여전히 순조롭다. 다만 게임 분야는 아이돌 마스터보다 전망이 나쁘다. 폭넓은 신규 팬층을 데려올 수 있는 수단이 게임인 만큼, 이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계속 안고 있다. 

2019년 야심차게 출시한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올 스타즈'의 이른 서비스 종료는 뼈아팠다. 게임 종류가 많지 않은 IP에서, 여러 시리즈를 아우르는 매개체로서 기대가 높았기 때문. 3D 모델링이 구현된 유일한 미디어였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초 '스쿠페스 2'를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전작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은 게임성과 운영 혹평으로 기존 팬덤 이상의 확장을 노리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IP 전체에서 단 하나 남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 수와 매출 모두 저조하며, 프로젝트 전체가 더욱 애니메이션 쪽에 힘을 기울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 IP에 1,500곡은 전무후무한 데이터 아닐까
한 IP에 1,500곡은 전무후무한 데이터 아닐까

아이돌 마스터와 러브라이브는 여전히 큰 존재감을 유지하는 거산들이다. 특히 아이돌 마스터는 18주년을 앞둔 최근 총 보유 악곡 1,500곡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빛나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향한 도전은 필요하다.

합동 공연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양쪽 다 단독 공연만으로 도쿄 돔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신선한 장면도 필요해졌고, 양쪽을 모두 즐기는 유저도 많다. 두 IP에서 인지도가 필요한 '샤이니 컬러즈'와 '하스노소라' 등 막내 주자들이 바깥에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눈 감았다 뜨면 바뀌는 서브컬처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덕후'몰이를 위한 기존 IP들의 연합이 풍성해진다. 내년은 또 어떤 콜라보레이션이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점점 그 무엇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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