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역사 50년, 게임 활용한 예술 작품 30여 점 전시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개최
[게임플] 지난 12일, 비디오 게임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다룬 기획전 ‘게임사회’가 국립현대박물관 서울에서 막을 열었다.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비디오 게임 ‘퐁’이 출시된 지 50년이 지났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게임사회’는 이 물음에 답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온 게임은 인간의 감각, 사고, 그리고 삶을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디오 게임과 함께 변화해온 우리 사회를 게임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예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관람객들이 전시 곳곳에 있는 게임들을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전시가 시작되는 4전시실은 현실의 모방하는 예술적 수단으로서의 게임을 보여준다. 독일의 아티스트 하룬 파로키의 ‘평행’ 연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모방한 게임과 그 속에서 확장되는 우리의 경험을 다룬다.
‘젤다의 전설’, ‘마인크래프트, ‘LA 누아르’, ‘레드 데드 리뎀션’ 등 다양한 게임 속 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본떠 만들어졌다. 우리는 게임 속 가상 세계를 감각하고 체험하며 경험의 범위를 더욱 넓힌다.
동시에 하룬 파로키는 ‘시리어스 게임’ 연작을 통해 게임 속 경험과 현실의 경험을 나란히 놓고 대비시킨다. ‘ARMA’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게임 속 아프가니스탄은 고요한 긴장감에 숨이 막힌다. 언제든 총성과 폭발음이 울려도 위화감이 없다. 하지만 바로 옆 화면에서 보여주는 아프가니스탄의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 아프간 사람들은 무장한 미군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비디오 게임이 다루지 않는, 우리 세계의 이야기다.
3전시실에서는 모방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구현하는 비디오 게임에 초점을 맞췄다. 로렌스 렉의 ‘노텔(서울 에디션)’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의 병원이다. 관람객들은 패드를 이용해 직접 노텔 내부를 이동할 수 있다. 사방이 네온 조명으로 꾸며진 무인 병원 노텔의 정경은 사이버펑크 풍의 공포 게임을 연상시켰다.
가상 공간 위에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샌드박스 게임도 함께 전시됐다. 관객들은 ‘심시티 2000’과 ‘마인크래프트’의 공간 위에서 자신의 전능함을 마음껏 뽐냈다.
마지막 2전시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게임에 집중했다.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게임 ‘팩맨’과 ‘포탈’을 지나면 루 양 작가의 ‘물질세계의 위대한 모험’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의 만남의 광장이었던 오락실을 쏙 빼닮은 이 작품은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형상을 빌려 담아냈다. 작품 속에 배치된 아케이드 게임기를 통해 게임으로 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그 옆에는 다니엘 브레이스웨이트 셜리의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가 전시됐다. 오직 비디오 게임에서만 가능한 상호작용을 활용해 작가는 인종 및 성소수자를 향한 시선을 상기시킨다. 선택을 통해 전개되는 진행, 총 모양 컨트롤러를 활용한 게임, 그리고 그 끝엔 방관자적 시선이 있다. 게임 속에서 우리가 취한 행동 하나하나가 작품의 이야기가 됐다.
모든 전시가 끝난 뒤엔 아이들이 빚고 칠한 찰흙 공예들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서울 2033’ 등 친숙한 게임들이 진열됐다. 놀이로서의 게임과 예술로서의 게임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전시가 마무리된다. ‘게임사회’ 전은 5월 12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