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자국을 남겨서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장르"
"실황 스트리머, 이제는 게임의 적이 아닌 동맹"

[게임플] "우리는 메시지보다 '질문'을 던진다. 특정 상황에서 개인적인 가치관을 시험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대형 콘솔 게임 개발은 많은 돈이 들어간다. 반면 일회성 판매 외에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기승전결이 완성되는 스토리 위주 게임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상에는 스토리텔링을 극한까지 깎아 거장에 오른 게임사도 있다. '퀀틱 드림'이 바로 그런 곳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을 거둔 게임이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영화적 연출, 수없이 갈라지는 분기로 만들어내는 나만의 스토리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열광했다. 그 결과는 800만 장 돌파라는 기록적 판매량으로 돌아왔다.

퀀틱 드림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온 데이비드 케이지 CEO를 지스타 2022 현장에서 만났다. 지스타 컨퍼런스에 초빙되어 스토리텔링 강연을 위해 방문한 것. 그는 퀀틱 드림의 목표를 "유저가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완전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퀀틱 드림 데이비드 케이지 CEO
퀀틱 드림 데이비드 케이지 CEO

Q. 예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나? 한국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10년 전 비욘드 투 소울 프로모션으로 처음 온 적이 있다. 당시 일정이 바빠 며칠 동안 서울에만 머물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영화의 팬이 돼서 다시 올 수 있어 반갑다. 부산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왔고,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 강연 기회도 가지게 되어 기쁘다.


Q. 퀀틱 드림은 인터랙티브 장르 하나에 집중해온 게임사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스토리텔링에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랙티브 무비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여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만 한 장르에 국한되어 자신을 제한하려 하진 않는다. 다른 장르에도 열린 마음을 가졌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다음 게임인 '스타워즈 이클립스'도 액션 어드벤처다. 다른 장르 스토리텔링도 개척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만의 스토리텔링 방식도 유지할 생각이다.

2010년작 '헤비 레인'
2010년작 '헤비 레인'

Q. 퀀틱 드림의 가장 큰 전환점은 '헤비 레인'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영화적 연출이나 세밀한 시나리오 분기가 세계적으로 인상을 남겼는데, 발전의 비결을 스스로 분석한다면?

당시 굉장히 많은 성공을 거두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험적 도전을 처음 한 것은 '파렌하이트(2005)'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 출시된 헤비 레인이 성공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한 비결을 알고 있다면 그것만 반복해 계속 성공을 이어나가겠지만, 그런 것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다 먹힐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려 하는 시도가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 전달로 유저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모두가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가 다르기 마련이다. 퀀틱 드림과 데이비드 케이지가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는?  

게임에 대해 단일한 정의는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정의가 있을 것이며, 모두가 타당하다. 누군가는 친구와 함께 하고 경쟁을 펼치며, 누군가는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경험을 혼자 즐기고 싶어 한다.

다만 게임산업에서 정의하는 게임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게임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계속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하고, 가치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다.

Q.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기원이 된 10년 전 '프로젝트 카라' 영상을 당시 봤을 때 퀄리티와 영상미에 놀란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게임 개발 구상이 있었나?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이 잡힌 것은 어느 시점인가?

기초적 프로토타입으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었다.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데모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간단한 테스트를 위해 스크립트가 필요했는데 몇 시간 내에 빠르게 썼던 것이었다. 당시에는 게임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를 출시한 뒤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그때 영상을 다시 봤는데, 유튜브 댓글에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은 것을 발견했다. 스토리가 아주 감동적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캐릭터를 가지고 어떤 세상까지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시작됐다.


Q. 파렌하이트 같은 구작들의 리마스터나 리메이크 계획은 없나?

오미크론이나 파렌하이트는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 어렵지 않을까 싶다.


Q.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캐릭터 중에서도 코너는 유독 입체적이다. 유저 행동에 따라 수없이 다른 정체성과 결말이 나타나는데, 게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메시지나 역할을 코너에게 부여하려 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까웠다. 유저가 어떤 상황에서 개인적인 가치관에 대해 도전을 받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롤 플레이, 즉 '저런 입장에 놓였다면?'이라고 가정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코너는 안드로이드가 될 수도 있고, 눈을 뜨게 해서 사람이 되게 만들 수도 있고, 마커스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등 수많은 운명이 존재한다. 여기서 주요 질문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였다. 또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싸움에도 질문을 던지려 했다. 이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고, 소수자 투쟁 문서를 읽는 작업을 2년 동안 거쳤다.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Q.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는 결국 남들이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고,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이 장르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이 종종 하는 오해인데, 인터랙티브 무비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해놓은 내러티브 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텔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스스로 택하는 선택지다.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이유는 인터랙티브 무비 자체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자국을 남겨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 헤비 레인의 경우, 10년 전 플레이한 사람들이 마치 어제 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장르는 굉장히 독특하고 특별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장르가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흥미가 없을 수 있고, 충분히 존중한다. 다만 점차 많은 사람이 이 장르를 좋아하고 더 많은 스튜디오가 참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Q.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국 판매량도 전작들보다 많이 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상했던 일인지, 그리고 현재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세계적 판매고가 800만 이상이었고, 퀀틱 드림 게임을 통틀어 가장 성공한 게임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았다. 한국 역시 매우 판매량이 높아 고무적으로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스토리 게임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큰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퀀틱 드림을 향한 관심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와서 한국 팬들과 관계자를 만나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Q. 스트리밍 방송 연동을 통해 시청자들이 분기를 토론하고, 투표에 따라 선택을 진행해나가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몇년 전부터 생각을 했던 경향이다. 과거 파렌하이트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는 기술적 문제로 실행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가능해졌다.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며 능동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고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직 초기 단계라 개선할 점이 많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 트렌드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Q. 실황 스트리밍의 발전으로 스토리 위주 게임을 시청으로만 소비하는 대중도 많아졌다. 이런 현상이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예전에는 유튜버를 적으로 받아들인 적도 있다. 우리 스토리를 캡처하고 공유하면 사람들이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새로운 진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방송에서 선택한 것과 다른 스토리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경험하고 싶어 구매 욕구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적이 아니라 동맹이라고 생각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우리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꺼내면 오히려 그것이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Q. 헤비 레인에서 육축 센서와 같은 신규 기술을 활용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도 주의 깊게 적용을 검토하는 신기술이 있나?

PS와 협력하면서 하드웨어 면에서도 어떻게 활용을 잘 할 것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측면이 있다. 특히 하드웨어 한계를 밀어붙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콘솔 모든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컨트롤러 무브에서도 많은 혁신을 이루려 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컨트롤러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 쓴 적이 있다. 앞으로도 컨트롤러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Q. 올해 넷이즈가 퀀틱 드림을 인수했는데, 인수 전후로 개발 관점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있는가? 넷이즈가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2019년 처음 넷이즈가 소규모 주주로 참여를 시작했고, 그뒤 2년 정도 협력을 진행했다. 처음에 넷이즈가 찾아왔을 때는 우리의 엄청난 팬임을 밝히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물어왔다. 지금까지 좋은 협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스튜디오를 캐나다에 열거나, 다수 게임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싶기도 했다. 제3 개발사 게임도 퍼블리싱해보고 싶었는데, 이런 비전들을 이룰 수 있도록 넷이즈가 필요한 수단과 자원을 모두 제공해줬다. 전반적인 사업이나 개발이나 모든 면에서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독립성을 유지하는 편이다. 우리 결정이나 창작 비전에 넷이즈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언제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를 모두 우리가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자율성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Q.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어떤 신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앞으로 그래픽과 렌더링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영화적 부분이 개선될 것이고, VR 캐릭터 현실감을 살리는 것도 많은 발전이 생길 것이다. 우리 목표는 유저에게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완전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앞으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굉장히 환영하는 바다. 

퀀틱 드림 내부에서도 독점 엔진과 툴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창조하는 게임을 어떻게 지원을 잘 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다. 머신 러닝 등 다른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 여러분에게 인사 부탁한다.

다시 한번 한국을 방문해 유저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한국 문화에 굉장한 동경을 갖고 있고, 한국의 게임이나 영화와 음악 등이 영향력을 크게 확장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팬 여러분이 보여준 관심과 성원에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한국에 선보일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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