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으로 사간 망아지가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게임플]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일본의 실존 경주마들을 미소녀화한 게임입니다. 훌륭한 퀄리티에 더해 개성 있는 캐릭터, 그에 얽힌 서사가 흥행 비결로 꼽힙니다.
'우마무스메 열전'은 매주 주요 캐릭터의 원본마 스토리를 살펴보고, 이것이 어떻게 IP로 재해석됐는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알고 즐기면 더욱 뜨겁고 감동적인 우마무스메들의 '스포츠 드라마'로 초대합니다.
■ 평범한 망아지와 국민가수의 만남
이 이야기는 일본의 한 가수로부터 시작합니다. 키타지마 사부로, 엔카의 대부이자 일본 원로 국민가수로 불리는 거물입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냐 하면, 이 대단한 가수의 부업이 바로 마주였거든요.
당시 마주 경력만 50년이 넘었지만, 대형 마주는 아니고 취미 생활에 가까웠습니다. 영세 목장 말을 저렴하게 사서 돌보고 지방 경마에 내보내는 식이었죠. 중앙 G1 도전은 다른 세계 이야기였고요.
2012년 어느 날, 키타지마 마주는 여느 때와 같이 구입 대상을 물색하다 망아지 한 마리를 만납니다. 그냥저냥 무난한 혈통, 밥을 굶나 싶을 정도로 바짝 말라서 여리여리한 다리. 전혀 팔릴 것 같지 않아 목장에서도 지분 절반을 부담할 생각까지 하고 있던, 경주마로는 전혀 기대되지 않는 망아지였습니다.
키타지마 마주는 이런 망아지를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직접 밝힌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얼굴이 나와 비슷하고 미남이라서"
아마 반 정도는 농담이었을 겁니다. 헐값에 살 수 있던 것도 있지만, 그곳의 선대 목장장과 공동으로 목장을 운영했던 인연으로 의리 삼아 구매했다는 설이 정설로 취급됩니다.
이름은 '키타산 블랙'으로 지었습니다. 키타지마 본인의 이름을 딴 관명 '키타산'에 아버지 '블랙 타이드'의 이름 일부를 따서 완성된 이름. 일본어 기준에서는 꽤나 촌스러운 어감이라고 합니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만남이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였을 줄은.
■ "축제다!"
성장기에 접어든 키타산 블랙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커졌습니다. 키는 원래 큰 편이었는데 여기에 근육과 살이 제대로 붙으면서, 수말 경주마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거구가 됐죠.
데뷔와 함께 폭풍 연승을 시작합니다. 데뷔전을 가볍게 승리하고, 다음 경주는 9번 인기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도 3마신 넘는 차이로 완승. 이어 사츠키상 전초전인 스프링 스테이크스(G2)도 비록 접전이지만 승리하면서 3연승에 중상 승리까지 따냅니다.
결국 대망의 클래식 G1 1관문 사츠키상에 진입.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015년 클래식 시즌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듀라멘테'라는 화려한 혈통의 기대주가 사츠키상, 일본 더비를 압도적으로 쓸어버리면서 2관을 차지한 거죠.
키타산 블랙은 듀라멘테를 노리기는 고사하고, 클래식 G1 기준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츠키상은 3착으로 선전했지만 더비는 오버페이스에 14착으로 침몰하고 말죠. 물론 지금까지만 해도 키타지마 마주 입장에선 커리어 하이 경주마지만, 50년 만에 발견한 유망주인 만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키타산 블랙 입장에서) 희소식이 날아옵니다. 듀라멘테의 부상 이탈.
토카이 테이오 때와 똑같은 흐름이죠. 절대 강자가 3관 달성을 눈앞에 두고 빠져버리니, 마지막 국화상 경주를 앞두고 뒤에 숨어 있던 주자들의 춘추전국 구도가 펼쳐집니다.
거기에 키타산 블랙은 만성형에다가 아직도 신나게 성장 중이던 상태. "해볼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 법했습니다.
키타산 블랙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엔카의 대부로 불리는 국민가수, 그의 애마가 클래식 G1 유력주자라고 하니까요. 더군다나 우승하면 국민가수가 경마장에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공약을 하는데 관심이 안 몰리면 이상합니다.
얼마나 화제가 됐냐면.
"마츠리(축제)다, 요도(교토 경기장)의 마츠리다. 키타산 마츠리다!"
키타산 블랙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순간, 아나운서가 이렇게 외칠 정도로요. 우승 당시 체중은 530kg, 역대 국화상 우승마 중 최고 중량 기록입니다. 그 말랐던 망아지가 어느덧 그런 거구로 자라난 겁니다.
'마츠리(축제)'는 1980년대 키타지마 사부로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입니다. 중앙 G1 우승은 경주마를 가진 모든 개인 마주들에게 꿈과 같은 목표. 평생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는 비율은 손에 꼽는다고 하죠. 그 꿈을 수많은 대중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이룬 셈입니다.
그날 경기가 끝나고, 요도에서는 정말 '축제'가 열렸습니다. 키타지마 마주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공약대로 경주 트랙에 내려왔고, 관중들의 박수를 반주 삼아 자신의 곡 '마츠리'를 개사와 함께 불렀습니다.
그 모습은 수많은 카메라와 함께 전국에 퍼져나가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우마무스메를 계기로 영상을 다시 접한 시청자들은 "이게 바로 원조 위닝 라이브?"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 여기도 등장하는 그 이름, 타케 유타카
선배 고마들과 함께 붙은 첫 아리마 기념에서는 3착에 그쳤지만, 3파전 접전 끝에 석패하면서 "국화상은 빈집털이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2016년 고마 시즌, 키타산 블랙의 기수가 바뀝니다. 바로 이 특집에서도 수없이 언급된 일본 최고의 기수 타케 유타카. 그는 이후 키타산 블랙 은퇴까지 전용 담당 기수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해 키타산 블랙은 봄과 가을에 하나씩 걸쳐 G1 2승을 추가합니다. 텐노상(봄)과 재팬 컵, 각각 3,200미터와 2,400미터의 긴 코스죠. 중거리에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거리가 길어질수록 이 말의 페이스를 감당해낼 상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이때 정착된 키타산 블랙의 스타일은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도주 혹은 강선행 위치에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경기를 조율해가고, 후발주자들의 호흡과 체력을 흐트러뜨리는 플레이가 큰 이득을 봤다고 하죠. 그 분야에서 이미 전설적인 컨트롤 능력을 보여주는 타케 유타카 기수의 역량도 한 몫을 했고요.
하지만 아리마 기념에서는 또다시 아깝게 패배합니다. 그 상대는 한 살 후배이자 '우마무스메 절친'인 사토노 다이아몬드. 100미터 앞까진 여유롭게 선두를 지키는 듯했지만 바로 뒤에서 추격해오던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스퍼트가 제대로 터지고 맙니다. 승부는 접전, 목 차이였습니다.
■ 2017년, 아무도 가지 않는 '왕도'를 걷다
2017년 5세 시즌, 유종의 미를 준비하는 이 해에 키타산 블랙의 출전 기록은 심플했습니다. 하지만 굵었죠.
오사카배 - 텐노상(봄) - 타카라즈카 기념 - 텐노상(가을) - 재팬 컵 - 아리마 기념.
단 여섯 경주, 하지만 모두 G1. 그것도 봄 3관과 가을 3관으로 이루어진 알짜배기 중장거리 고마 왕도였습니다. 오사카배가 G1으로 승격된 첫 해라 전무후무한 도전. 6전 모두 1번 인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감과 화제성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우선 오사카배를 무난하게 승리한 뒤 텐노상(봄)에서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다시 만납니다. 양강 구도로 평가된 레이스는 야마카츠 레이덴이라는 대도주마로 인해 엄청난 하이페이스로 흘러갔고, 키타산 블랙은 마지막까지 숨막히는 체력 부담을 이겨낸 끝에 선두로 골인하면서 아리마 기념의 설욕을 통쾌하게 해냅니다.
사상 네 번째 텐노상(봄) 2연패, 그리고 딥 임펙트 이후 11년 만에 레이스 신기록 경신. 이 대회는 한동안 1번 인기마가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그것도 11년 만에 깨뜨렸습니다.
본래 계획은 타카라즈카 기념 재패 뒤 프랑스 개선문상 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텐노상에서의 페이스가 부담이었을까요, 혹은 외곽 게이트가 부담이었을까요. 최종 직선에서 원래 컨디션을 전혀 보이지 못하면서 9착으로 내려앉습니다. 해외 원정은 취소됐고요.
열광적인 팬과 "레이스 조건을 너무 타는 것 아니냐"는 안티를 모두 품은 채 시작된 텐노상(가을). 그런데 마침 조건이 최악이었습니다.
전날까지 태풍이 몰아치면서 마장은 진흙탕에 비바람 부는 날씨, 설상가상 스타트에서 게이트에 머리를 박아버리며 한참 늦게 출발하고 맙니다. 일반적인 강선행마 입장에서 승부는 여기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진창이 된 마장 맨 뒤에서, 키타산 블랙이 조금씩 순위를 올려갔습니다. 3코너에 접어들 때쯤에는 슬그머니 5위권까지 진입. 그리고 최종 코너에서 타케 유타카 기수는 과감하게 최내각 코스로 진입합니다. 진흙이 가장 험하게 고여 있어서 다른 말들이 피하려 한 바로 그 지름길로.
승부수는 적중했습니다. 그걸 이겨낼 피지컬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키타산 블랙은 비바람을 뚫고 선두로 달려나갔습니다. 지난 타카라즈카 우승마 사토노 크라운이 턱밑까지 추격해왔지만, 골인하는 그 순간까지 목 차이 리드를 지켜냅니다.
"이게 바로 현역 최강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완벽한 '쇼 앤 프루브'였죠. 마장 상태나 게이트나 출발이 어떻든간에 "완벽하진 않을지 몰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길 능력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증명합니다.
키타산 블랙의 힘을 느낄 수 있던 명승부로 아직까지 회자되곤 합니다. 봄과 가을 합쳐 텐노상 총 3승도 이전에 티엠 오페라 오밖에 없었던 대기록입니다.
다만, 그 다음 재팬 컵은 매번 키타산 때문에 우승을 놓치며 칼을 갈던 슈발 그랑에게 일격을 맞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경주 도중 왼쪽 앞다리 편자가 빠졌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죠.
■ "그리고, 모두의 애마가 되었다"
마지막 대회는 세 번째 아리마 기념이었습니다. 이 대회 이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으므로 라스트 런. 아직 키타산 블랙이 손에 넣지 못한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국민가수의 애마를 넘어 '국민 애마'가 된 키타산 블랙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려들었습니다.
시작부터 완벽한 흐름이었습니다. 초반 1천미터 통과 기록 61.6초로, 키타산 블랙이 가장 좋아하는 슬로우 페이스 속에서의 선두. 최종 직선 진입과 함께 타케 유타카 기수는 곧바로 스퍼트 신호를 보내면서 후속주자들과의 차이를 벌려나갔습니다.
슈발 그랑이나 스와브 리처드 같은 경쟁마들이 뒤늦게 쫓아왔지만, 자신의 페이스대로 진행된 키타산 블랙의 지구력은 당해낼 상대가 없었습니다. 은퇴전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나이가 물러나는 순간이다!"
격렬한 아나운서 멘트와 함께 키타산 블랙이 선두 골인. 키타지마 마주는 평생의 애마를 향한 눈물을 흘렸고, 나카야마 경기장의 모든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은퇴식도 그날 함께 치뤄졌습니다. 키타지마 마주는 새로 준비해온 곡 '고마워 키타산 블랙'을 열창했고, 이 곡은 차트에 올라갈 만큼 히트곡이 됐습니다. 키타산 블랙의 첫 G1 우승은 '축제'와 함께였고, 마지막 일곱 번째 우승 역시 '축제'였습니다.
총 전적 20전 12승, G1 7승. 심볼리 루돌프-티엠 오페라 오와 함께 역대 G1 승수 타이 기록. 누적 상금은 18억 7,684만 3천 엔으로 당시 역대 신기록 경신.
고마 왕도로 불리는 중장거리 G1을 한 해에 모두 도전하는 것은 키타산 블랙 세대에 와서 찾기 힘들어진 일이었습니다. 점차 효율적인 기업형 운영이 트렌드가 됐고, 확실하게 강한 조건의 레이스만 골라 유력마를 나눠 출전시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과거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비록 침몰할 때가 있다고 해도 정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키타산 블랙의 모습에 수많은 팬들이 환호했습니다.
마주와의 만남부터 마지막 시즌 왕도까지, 현 시대에 없던 '낭만'을 그려낸 경주마입니다. 자연스럽게 인기도 폭발적이었습니다. 키타산 블랙으로 인해 일본 경주마 업계가 다시 붐이 일어났다고 할 만큼 말이죠.
지금은 한창 종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 받는 자식으로는 올해 클래식에 출전 중인 이퀴녹스가 있는데요. 외할아버지는 킹 헤일로라서 나름 또 절묘한 인연으로 연결됩니다.
사츠키상과 더비에서 모두 최외곽 게이트에 당첨되는 불운으로 연속 2착에 머물렀지만, 아버지의 만성형 유전자와 외가 쪽 호화 혈통이 발현된다면 앞으로 대형 사고를 칠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사실, 지금 시점까지는 성적도 아버지보다 좋긴 하네요.
■ "테이오 씨의 팬이에요!"
우마무스메 IP가 만들어질 때 키타산 블랙의 이야기는 계획에 없었을 겁니다.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된 시기는 2016년, 키타산 블랙은 현역으로 막 고마 시즌에 접어들 때쯤이거든요.
그런 키타산 블랙이 어린 꼬마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것이 애니메이션 시즌2, 1승 1패를 주고받았던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단짝 친구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린 시절이라 뛰는 모습은 없지만, 토카이 테이오를 동경하면서 열렬한 팬심을 선보이는 동시에 테이오에게 의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죠. 메지로 맥퀸의 팬인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고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현역 시절 키타산 블랙은 반대로 메지로 맥퀸과 자주 비교됐습니다. 만성형이며 텐노상(봄) 2연패로 장거리에 특히 강했다는 점, 선두그룹에서 페이스를 이끌며 뒤쪽의 흐름을 빼앗는 전술도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주전 기수도 둘 다 타케 유타카였고요.
작중 주인공인 토카이 테이오와 가장 최근 아이돌 경주마였던 키타산 블랙을 놓으면서 시간대를 교차시키는 구도였습니다. 어찌 됐든 시나리오 측면에서 그 구도는 완벽했습니다. 비록 주인공의 서포트 역할이었지만, 시즌2의 감동을 완성하는 데는 키타산 블랙이라는 캐릭터의 공도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임 1주년 기념 단편 애니메이션에서도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함께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애니메이션 시즌2 이후 트레센 학원에 입학해 겪는 이야기를 다루죠.
원본마가 외할아버지인 사쿠라 바쿠신 오에게 영입 제안을 받는 등 고증을 살린 여러 볼거리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마지막은 둘이서 가장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아리마 기념 경기장에 나란히 들어서는 순간을 짤막하게 그려내며 마무리합니다.
원본마, 캐릭터, 성능(!)까지 모두 인기가 뜨거운 만큼 차후 이야기가 그려질 가능성도 큰 편입니다. 이전까지는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제외하고 동시대 캐릭터가 없어 난관도 컸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듀라멘테가 없는 이상 초반부 이야기가 붕 뜰 위험은 남아 있고요.
그래도 그밖의 경쟁자들이었던 슈발 그랑이나 사토노 크라운으로 추정되는 캐릭터들이 모습을 드러낸 만큼, 언제든 단독 작품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낼 만한 동력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자, 기다리셨죠? 축제 무스메!"
게임 출시 1개월 뒤 키타산 블랙이 서포트카드로 먼저 등장하면서, 그 성능 때문에 또다른 의미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훈련 효율, 지급 스킬, 육성 이벤트 효과 등 모든 면에서 그간 다른 모든 카드보다 우월한 완성형 카드였기 때문이죠.
아마 한국 서버를 플레이할 유저들도 키타산 블랙을 둘러싼 계획으로 머리를 싸매는 모습입니다. 이 카드가 없다고 뭔가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유저간 대결에서 한결 편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1년도 훌쩍 지난 일본 서버에서도 아직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서포트카드 중 하나고요.
카드 일러스트는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꺾던 2017년 텐노상(봄)을 배경으로 합니다. 둘의 구도, 거리 차이, 골 지점 디자인까지 동일합니다. 카드 에피소드에 '이번에는' 내가 이기겠다는 문구도 들어가면서 그 전해 아리마 기념의 패배를 암시하기도 하죠.
여담이지만, 한창 키타산 블랙 픽업 시기에 "키타지마 사부로의 '마츠리'를 들으면서 가챠를 돌리면 이상하게 잘 뽑힌다"는 미신이 일본 웹에서 퍼지기까지 했습니다. 국내에도 뽑기나 강화가 있는 어지간한 게임마다 비슷한 미신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참 게이머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 싶습니다. 한국 서버에서도... 혹시?
육성 우마무스메로는 1주년 기념으로 추가됐습니다. 고유기 애니메이션 연출이 꽤 재미있습니다. 원본마를 상징하는 '축제'와 함께 마주의 엔카 속성이 십분 반영됐거든요.
일본 전통축제 배경에 노래방에서 쓸 법한 마이크를 들고 한 곡조 부르는 동작을 취한 다음,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는데요. 이런 몸짓이 모두 키타지마 마주가 국화상 우승 뒤에 했던 퍼포먼스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게다가 개인 스토리에서는 아버지가 유명 엔카 가수라는 설정까지 공개돼서, 사실상 키타산과 키타지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우마무스메 세계관에 남아 있습니다.
'서포트로 키타산 블랙을 넣을 수 없다'는 유일무이한(?) 단점 때문에 걱정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훌륭한 성능의 장거리 도주마로 평가받습니다. 1주년 기점으로 바뀐 키 비주얼에서도 가장 앞에 선 것을 보면, 확실히 사이게임즈가 IP의 '미래'로 점찍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주 키타지마 사부로는 시골에서 태어나 어릴 적 홀로 상경해 술집 무명가수를 전전하다 국민가수까지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키타산 블랙 역시 싸구려 망아지에서 출발했지만, 여러 좌절을 이겨낸 끝에 결국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남긴 말입니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유명 마주와 경주마의 스토리는 현지 국민들을 더욱 열광시켰습니다. 우마무스메에 들어온 키타산 블랙은 IP의 '축제'를 실시간으로 이끌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과연 한국 서버에서도 흥행 축제가 벌어질 수 있을까요? 출시를 눈앞에 둔 지금 괜시리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NEXT: 번외1. 이사장님, 그리고 초록 누나는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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