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포근한 매력, 부담 없는 과금, 최고의 정성 운영
국내 서비스 2천 일 기념 전시회를 돌아보며
게임 1주년만 되어도 생존을 자축하게 되는 시대다. 3년을 무사히 넘기는 모바일 게임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2천 일, 약 5년 반 동안 국내 서비스와 오프라인 이벤트를 유지하며 여전한 사랑을 받는 게임이 있다.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리코네)'는 2019년 3월 28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는 서브컬처 게임이 지금처럼 대세로 자리잡기 직전이었다.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IP도 아니었다. 카카오게임즈의 퍼블리싱 선택에 의문이 나오기도 한 이유였다.
하지만 폭발력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높은 유저 수와 매출 및 화제성으로 업계를 놀라게 하면서 국내 시장에 다른 서브컬처 게임들이 뛰어드는 기폭제가 됐다. '마코토' 같은 고성능 캐릭터를 최대한 가지고 시작하려는 당시 유저들의 열성 덕에 '인권 캐릭터'라는 용어가 처음 알려진 계기이기도 하다.
출시 초기 시끌시끌해도 순식간에 내려앉은 게임은 많다. 하지만 '프리코네'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2,000일을 기념해 열린 오프라인 특별 전시회는 개발진과 유저 사이의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손 떼지 않고 함께 걸어가겠다는 약속과도 같았다.
게임의 또다른 의의는 정성이 담긴 국내 운영이었다. 매우 높은 퀄리티의 현지화, 팬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편의성 개선과 이벤트는 쉽사리 게임을 떠나지 않게 했다. 이것은 카카오게임즈 서비스의 신뢰를 올려준 무형 자산이다.
유저가 부담을 느낄 픽업 등 과금 일정은 일본 서버와 완벽히 동일하게 가져갔다. 반면 '천장'처럼 유저가 환영할 편의성 개선은 최대한 먼저 들어왔다. 무엇을 똑같이 하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는 운영진부터 게임 이해도가 매우 높아야 파악이 가능하다.
한국만 존재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래시 동면' 방지다. 접속을 하지 않아야 누적되는 일일 무료 뽑기 이벤트를 접속해도 누적이 가능하도록 바꾸면서, 게임을 그대로 즐기면서도 원하는 픽업에 모든 무료 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유저들이 느끼던 불편의 가장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다른 게임들이 한국 서비스 차별 논란을 한 차례씩 거치는 동안, 오히려 한국만의 특혜를 계속 누리도록 해주는 사례로 정착됐다. 그만큼 유저들이 재화를 아끼기 때문에 당장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유저 수와 팬덤 애정, 그리고 기업 이미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 지금 '프리코네'는 큰 돈이 될 게임은 아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플레이해온 입장에서도 "수익은 나올까" 싶을 정도다.
1년 가량 월정액을 지불한 이후 계속 아무 과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시' 도움으로 필수 캐릭터만 뽑은 결과, 수중에 5만 주얼이 남아 있다. 육성과 콘텐츠도 모두 완료했고, 풀 오토만 사용해도 클랜전 보상은 충분하다. 그만큼 게임에 부담이 없다는 의미다.
아무리 운영이 훌륭해도 게임 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캐릭터나 UI 디자인은 지금도 낡지 않았다. 스토리가 훌륭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높은 퀄리티 애니메이션이 계속 이어지면서 보는 맛을 더한다. 거듭된 게임 개선으로 재화 수급도 풍성해졌다.
무엇보다, 언제 접속해도 편하다는 것은 감성적으로 큰 매력이다. 클랜전 기간만 제외하면 하루 10분으로 필수 육성이 끝나고, 잠시 쉬었다 돌아와도 큰 불편이 없다. 복잡하고 어두운 세계에 피로를 느꼈을 때 언제든 아무 고민 없이 찾아와 힐링할 수 있는 게임이다.
"너와 만나고, 너와 함께 갈 해피 엔딩의 너머에서"
예나 지금이나, 근본 오프닝 곡인 'Lost Princess'는 이 게임의 정체성과 매력을 응축하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만한 동화풍 왕국 판타지 속에, 밝고 긍정적인 동료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든다. 언제나 따뜻한 분위기의 화풍과 음악들도 그 감성을 거든다.
시간이 쌓이면서 장수 서비스의 가치는 더 주목을 받는다. 약 2년 전부터 커뮤니티에 돌기 시작한 문구 중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임계에서, 여전히 그 모습과 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운 성과다. 지금도 '프리코네'보다 월간 유저 수가 높은 서브컬처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 서버 운영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한국 서비스 역시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10주년을 볼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유저들의 성원과 운영 의지가 있다면 가능할 일이다. 그 해피 엔딩의 너머를 오래 함께 바라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