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분위기

[게임플] 신작 사이에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독특한 ‘코드’는 단연 돋보인다.

8월은 '전쟁의 서막'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달이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시작으로 대항해시대 오리진, 히트2 3종의 출시가 1주일 사이에 집중됐다. 컴투스, 라인게임즈, 넥슨의 3파전 구도는 업계의 시선을 모은다. 그 이상으로 모든 신작이 모바일게임이자 MMORPG라는 점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신작들엔 공통점이 있다. 장르가 같고 세 게임 모두 모바일, PC 버전을 지원한다. 어필하는 매력 포인트 역시 비슷하다. 여러 유저들과 함께 즐기는 다인 콘텐츠와 캐릭터 혹은 길드 성장의 재미를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각 신작들은 인터뷰와 영상을 공개하며 차별화된 게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동 조작, 특별한 시스템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특히 색다른 방향성을 설정했다. 단순히 독특해서 눈길을 끌기보다 기존 모바일 MMORPG의 틀에 도전하는 과감함이 엿보인다. 

MMORPG의 특징이자 강점은 성장의 재미를 녹여낸 콘텐츠다. RPG는 캐릭터, 파티가 강해질수록 즐길 거리가 늘어나고 게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 

국내에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든 모바일 MMORPG들은 이러한 재미를 경쟁 콘텐츠로 풀어냈다. 경쟁의 형태는 성장치를 간접적으로 비교하거나, 직접적인 전쟁이 될 수 있다. 높은 경지에 오를수록 다른 유저들보다 막대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다수 게임들은 하드코어한 분위기를 두르게 되었고 이를 즐기는 유저들과 함께 부담이 된다는 반응도 나오게 됐다. 

이 점을 감안하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결’이 다른 게임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성장을 체감하는 재미는 동일하다. 제독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항해사를 모아 선단을 키워, 거대한 선박을 운용하면 진출 해역도 넓어지고 벌어들이는 수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고속 성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빨리 육성해야하는 압박도 없고 타 유저를 압도해야할 부담감도 없다. 자신의 템포에 맞게 두루 콘텐츠를 즐기고 게임을 플레이해도 괜찮다. 경쟁 요소는 존재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자연스레 참가가 가능하니, 굳이 승리를 위해 출혈을 감내해야할 필요가 없다. 

성장의 지름길인 뽑기 요소도 도입하지 않았다.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에는 뽑기가 존재했으나,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다음 테스트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앞으로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개발사 모티프의 이득규 디렉터는 “기본 방향성은 콘텐츠를 합리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쪽이다”라며 “확률형 과금모델을 내지 않겠다는 전제 아래,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고 유저들이 납득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운영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모바일 MMORPG의 운영 전략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다. 성장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레 긴 플레이 타임으로 이어지고 패키지 구매를 고려하는 계기까지 제시하니, 긍정적 지표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이러한 메리트에 얽매이지 않았다. 시리즈 특유의 방대하고 섬세한 콘텐츠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최근 과도한 과금 유도를 둘러싼 이슈가 커뮤니티에서 다뤄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선택이 오히려 긍정적 지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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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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