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꾸준하게 발전 중인 '던전앤파이터'

기사 요약

- 던전앤파이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리의 약속과 믿음'.

게임사의 일방적인 운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게 된 값진 교훈을 얻은 이후 유저들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면서 발전해 나가는 던전앤파이터의 미래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임플] 던전앤파이터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키리의 약속과 믿음'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된 '키리의 약속과 믿음'은 해당 기간 동안 아이템 강화에 실패해도 장비 파괴와 강화 단계 하락이 이뤄지지 않는 캐시 아이템을 판매한 이벤트다.

던전앤파이터의 강화 시스템은 일정 단계 이상부터 실패 시 아이템 강화 수치가 0으로 하락하거나, 아이템 자체가 파괴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지금이야 장비 보호권으로 +12강화(증폭)까지 보호할 수 있고 이벤트를 통해 +12강 아이템이 많이 보급되어 평균 스펙으로 취급되지만, 당시에는 +12강 장비를 착용한 유저들도 고스펙으로 불릴 만큼 귀했고 시세 또한 높은 금액으로 형성됐다.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에서는 +4~12강 장비 강화(증폭) 시 장비 보호 효과를 가진 '키리의 약속'과 +12~14강 장비 강화(증폭) 시 방비 보호 효과를 가진 '키리의 믿음'을 각각 11,700원, 36,700원에 판매했다.

얼핏 보면 현금만 넉넉하게 사용할 경우 누구나 황금색 이펙트를 자랑하는 +15강화(증폭) 아이템을 쉽게 얻을 수 있어 혜자롭고 좋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료 아이템으로 좋은 아이템을 제공할 경우 '부분 유료화' 게임 특히, MMORPG 장르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요소 중 하나인 '아이템 가치'를 보존할 수 없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획득하고 간절한 기도와 함께 강화 버튼을 클릭하면서 완성시킨 소중한 아이템의 가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면 그 어떤 게이머라도 게임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는 아이템 가치 보존 문제 외에 콘텐츠 입장에 대한 유저들의 암묵적인 진입장벽을 높게 만들어 신규 유저들의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악효과까지 불러왔다.

언제 자신의 아이템 가치가 급락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존 유저들은 고성능 아이템을 경매장에 다수 올리기 시작했고 던전앤파이터를 한창 즐기는 유저들은 +13~15강화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엔드 콘텐츠를 스펙 격차로 해결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이벤트는 네오플의 매출을 단 기간에 급격하게 상승시켰고 해당 이벤트를 통해 좋은 장비들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저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당시 던전앤파이터 이용률 하락세가 지금까지 회자되면서 영향을 끼친 것을 보면 확실하게 실패한 이벤트라고 단정할 수 있다.

관련해서 네오플도 2012년 4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가장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반성을 하고 있고 실망하신 게이머들에게 진짜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키리의 약속과 믿음'은 유저들이 쉽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좋은 취지를 가졌어도 두 번 다시 반복되선 안 될 이벤트다.

다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유명 게임사와 게임 모두 매번 호평 가득한 서비스만 보여주면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등 수년간 서비스를 유지하는 장수 게임은 다양한 도전으로 때로는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때로는 혹평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최근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고의 MMORPG로 거듭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도 시즌1에서 보여준 '욘 대륙', '레이드 즉시 완료권', '안타레스 던전' 등을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신규 유입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열렬한 환호를 받지 못했을 뿐더러, 갑작스레 변경된 강화 시스템과 지루함을 유발하는 무한 반복 콘텐츠로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방향성을 모색한 결과 시즌2와 군단장 레이드에서 열럴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던전앤파이터도 마찬가지다. 만약 팬들과 개발진에게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가 진행되기 이전 시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재빨리 돌아가서 팬들은 이벤트 진행을 더욱 거세게 막고 개발진은 즉시 철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와 그로 인한 결과를 경험했기에 던전앤파이터는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10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시행착오가 전혀 없진 않았다.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 이후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게임에 치명상을 입힐 만큼 일방적인 시행착오가 없었다는 의미다.

일례로 던전앤파이터 강정호 전 디렉터는 새김, 계승, 업그레이드, 진 각성이라는 신규 콘텐츠와 편의 기능으로 던전앤파이터의 새로운 전성기를 불러왔지만, 기약 없는 파밍 구조와 콘텐츠가 추가될 때마다 끊임없이 높아지는 파밍 계단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윤명진 총괄 디렉터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강 디렉터의 아쉬움을 해소했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 'THE NEXT THING'을 준비하고 있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유명 스포스단과 선수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문구다. 던전앤파이터가 16년 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것은 팬들의 사랑, 네오플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이며, 그것은 던전앤파이터가 친숙한 '명품 게임'이기에 가능한 성과다.

앞으로도 던전앤파이터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수차례 겪을 것이다.

그것이 '키리의 약속과 믿음'처럼 유저들이 납득하기 힘든 일방적인 시행착오가 아닌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미 깊은 시행착오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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