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찬란했던 과거와 아쉬웠던 방향성을 발판 삼아 새롭게 나아가는 던전앤파이터 '결투장'

기사 요약

-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개최되는 던전앤파이터의 꽃이자, e스포츠 대회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결투장'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게임플] 올해 던전앤파이터 결투장 대회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이하 DPL)'이 여름, 겨울 단위로 개최되면서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결투장 대회는 과거부터 늘 그랬다.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콤보로 이어가거나 HP가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역전을 이뤄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감탄을 표하고 때로는 함께 웃고, 함께 울며 감정을 공유해왔다.

기자도 '온게임넷 던파 리그'로 던전앤파이터 e스포츠판에 입문한 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던파 결투장 대회를 즐겨보는 중이며, 2008~2009년에는 결투장 최상위 등급인 '투신'까지 달성했던 만큼 애정이 깊다.

던전앤파이터 결투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체계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퀵 스탠딩, 중력 보정도 없어 한 번 넘어지거나 공중에 띄워지면 죽을 때까지 맞기만 했고 무색큐브 스킬의 피해량이 너무 높아 순식간에 캐릭터가 삭제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2D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누군가와 대결을 한다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많은 수의 유저들이 유입됐고 전문적인 개념을 숙지하거나 스킬 세팅이 필요하지 않아 진입장벽도 굉장히 낮았다는 장점도 존재했다.

이후 퀵 스탠딩, 중력 보정, 중력 초기화, 대미지 조정 등 결투에 필요한 개념들이 도입됐고 등급도 10급~1급, 1단~10단, 지존1~지존10(달인, 명인, 소패왕, 패왕, 투신)으로 구분되면서 대회를 열 수 있을 구색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개념이 생겨 진입장벽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전에는 너무 단순하고 식상해 변화된 모습이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당시 추억을 잠깐 떠올리면 던전앤파이터 결투장을 심도 있게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지존 등급 이상만 사용할 수 있는 '통합 결투장'을 기억할 것이다.

보통 같은 서버에 있는 사람들과 대결을 펼쳤다면 지존 등급부턴 모든 서버의 고수들이 모이는 통합 결투장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결을 겨룰 수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기자가 결투장을 한창 즐겼을 때는 늙은용, 쏴죽일껄, 웰빙메카닉, 히든 등 각 직업의 네임드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결투장 매칭으로 그들과 만났을 때 굉장히 감격스렵고 뿌듯했던 추억도 여전히 남아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PvP 콘텐츠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보정 시스템이 보완되고 관전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공식 대회 '온게임넷 던파 리그'가 개최됐다.

공식 대회 외에도 아프리카TV에서는 '던파TV 리그' 등 유저들이 모여 개최하는 소규모 대회도 자주 열렸던 상황은 당시 던전앤파이터 결투장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였다.

이렇게 결투장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넥슨과 네오플은 2011년 4월 28일 '공정한 결투장'이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추가했다.

공정한 결투장이란, 45레벨 이상 캐릭터가 입장할 수 있는 특수 결투장으로 모든 캐릭터가 레벨 70, 아바타·엠블렘 옵션 미적용, 외부 아이템 옵션 미적용, 전원 공정한 결투장 전용 아이템 사용 등 모든 유저가 공정한 스펙으로 결투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즉, PvP를 원하는 유저들은 억지로 사냥하고 아이템을 맞추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레벨만 올리거나, 이벤트 점핑권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즉시 결투장을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공정한 결투장도 완벽하진 않았다. 스핏파이어, 아수라, 소울브링어 등 상태이상 효과를 부여하는 캐릭터들은 최대한 스킬 레벨을 높여 Miss 확률을 줄이는데, 스펙을 일정 수준까지만 올릴 수 있는 공정한 결투장에선 내성 보주와 장신구 효과로 상태이상 Miss 확률이 크게 높아져 오히려 불리해진 것이다.

여기에 45~50레벨 캐릭터가 양산되면서 넥슨과 네오플의 수익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 실제로도 캐릭터만 키워서 결투장을 즐기는 유저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그 결과 Max 레벨 콘텐츠를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추가한 결투장이 오히려 던전앤파이터의 메인 콘텐츠가 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넥슨과 네오플은 2013년 1월 31일 공정한 결투장과 일반 결투장을 다시 하나로 통합했다.

이때부터 던전앤파이터의 결투장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캐릭터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진입장벽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장비에 따라 밸런스가 크게 무너져 이른바 '핵과금 유저'들의 양민 학살장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실력과 관계없는 무법지대가 된 것은 아니다. 장재원, 김태환, 김현도, 김진 등 결투장 실력자들은 아이템을 맞춰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고 장재원, 이재명을 포함한 일부 선수들은 중국으로 진출해 한국 게이머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또한, 보는 재미도 여전했기에 중국·일본 선수들도 참가한 국가대항전, OGN 던파리그, 액션토너먼트,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 등 각종 대회의 시청률도 준수했고 대회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e스포츠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결투장 유입률 하락은 막을 길이 없었다. 결투장을 즐기기 위해선 사냥, 결투장 세팅을 개별적으로 맞출 필요가 있는데, 칭호 외에 특별한 보상이 없었던 결투장 콘텐츠를 굳이 진입장벽을 뚫어가면서 즐길 필요가 있냐는 평가였다. 

공식 대회도 PvP보다는 PvE 레이드 타임어택이 메인 콘텐츠로 자리를 잡으면서 던전앤파이터 결투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점점 팬들의 머릿속에 추억으로만 남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사실 레이드 타임어택 대회는 결투장만큼의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끼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e스포츠 대회의 핵심 중 하나인 선수들과 팬들이 만들어가는 서사를 그려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역시 던전앤파이터 대회의 진정한 재미는 '결투장'에서 나온다고 판단한 강정호 디렉터는 2020년 4월 사라진 '공정한 결투장'을 다시 부활시켰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양민 학살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강 디렉터의 공정한 결투장 체제에서는 결투장을 즐기려면 '검귀', '헤카테', '총검사' 등을 제외해도 과거보다 훨씬 많은 수의 캐릭터 매커니즘을 숙지해야 했기에 입문 단계부터 망설이는 유저가 많았다.

하지만 김현도를 필두로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개인 방송을 통해 결투장을 홍보하고 '간지남렌', '들쥐콩', '소질' 등 실력 있는 신규 유저들을 스폰 대결로 섭외해 적응을 도운 덕분에 조금씩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e스포츠 대회인 'DPL'도 다시 부활탄을 쏴올렸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대회의 열기를 느낄 순 없는 상황이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 페스티벌 대회를 기점으로 꾸준하게 결투장 대회가 개최되는 중이다.

강 디렉터 이후 지휘봉을 잡은 윤명진 디렉터 또한 던전앤파이터를 위해 오랜 기간 헌신했던 만큼 누구보다 결투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개선안을 적용하면서 유저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린 만큼 오는 19일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 'THE NEXT THING'에서도 좋은 소식을 들고 오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과연 던전앤파이터 결투장이 과거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찾아 국내 e스포츠 대표 PvP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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