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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오락실 문화를 기억하십니까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풍경
김한준 기자 | 승인 2018.10.20 10:52

[게임플] 최근 '국내 대전격투게임의 성지'로 꼽히는 오락실 하나가 폐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락실이 사양사업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그런 와중에도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오락실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때문에 이번 폐업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게이머들도 많다. 

지금 PC방이 차지하고 있는 입지는 80년대와 90년대만 하더라도 오락실의 것이었다. 지금 말하는 오락실은 극장 안에 자리한 인형뽑기와 코인노래방 기기가 자리한 그런 오락실이 아니다. 

레버와 몇 개의 버튼, 그리고 브라운관이 장치된 직사각형 캐비닛이 줄을 지어 비치된. 담배 연기가 자욱한 와중에 한쪽 구석에서는 동전을 바꿔주는 오락실 주인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런 오락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이런 오락실은 명백한 사양 사업이다. 상술한 것처럼 대부분의 오락실은 시대의 인형뽑기, 코인노래방에 리듬액션 기기들을 들여놨고, 여기에 구색이라도 맞추듯이 킹오브파이터즈 시리즈, 철권 시리즈,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와 테트리스 혹은 퍼즐버블 정도를 구비하고 있는 형태다. 

'오락기'에 동전을 올려놓고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이나 엄마에게 목덜미를 붙잡혀서 들리듯이 끌려나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정확히는 30대 이상 '아재'들이 기억하는 오락실 문화는 이제 지나간 추억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됐다.

70년대 중후반에 태동해 80년대와 90년대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오락실은 누군가에게는 업주들에게는 '지능개발의 장'이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엔터테인먼트의 장'이었다. 부모님들에게는 '일탈과 탈선의 장'이었지만.

80년대, 90년대 뉴스를 지금 와서 보면 당시의 사회상이 무척이나 낯설게 여겨질 때가 있다. 사람들의 말투는 지금과 사뭇 다르며, 복색과 행동거지 역시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오락실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70년대, 80년대에 영업하던 오락실 중 대다수가 무허가 오락실이었으며, 오락실에 비치된 게임들은 모두 청계천 일대에서 복제된 불법 기판이었으니 당시 오락실의 존재 자체가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특히 당시 오락실에는 다양한 불문율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게임의 이름은 실제 이름이 아닌 오락실 주인이 나름의 작명법을 동원해 만든 새로운 이름이었다. 예를 들면 세가의 횡스크롤 액션게임 '시노비'는 닌자가 나오니까 '닌자'로 표기되어 있거나, 캡콤의 'E.SWAT'는 '경찰'이라고 쓰여있는 식이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칭은 따로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소재의 모 오락실에서 아랑전설2 스페셜을 '아리랑'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다소 황당한 이름이기는 하지만 그걸 또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던 것도 그 당시 오락실 이용자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당시 오락실에는 줄서기 문화가 있었다. 이는 스트리트파이터2가 출시된 이후 오락실에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버스 정류장에서는 안 보여도 오락실에서는 보이던 시절이다. 

이와 함께 자주 보이던 장면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옆에 매달리듯이 앉아서 훈수를 두는 동네 꼬마들의 모습이다. 게임에 대한 팁을 전수하는 꼬마들도 많았지만, 그보다 많았던 것은 조금만 게임을 체험하게 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전하는 꼬마들이었다. 

대전격투게임은 '한 라운드만 하게 해달라', 액션 게임은 '한 목숨만 하게 해달라'는 식이었다. 심지어 슈팅게임에서 '폭탄은 내가 누르게 해달라'고 하는 꼬마나 '게임 끝나고 이니셜은 내가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꼬마들도 흔했다. 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꼬마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오락실에서 퇴장했다. 주로 오락실을 찾아온 어머니가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목덜미를 붙잡고 끌고 나가는 형태였다. 이 경우 꼬마들은 대부분 울며불며 끌려나가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오락실을 찾아와 어제처럼 '모르는 형아'에게 붙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듯 당시 오락실은 꽤 긴장감이 넘치는 곳이었다. 단지 어머니가 불시에 찾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불량 청소년. 흔히 말하는 깡패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는 주로 몰려다니며 어린아이의 돈을 빼앗고, 무리를 지어 특정 게임을 독차지하고 게임을 하는 식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오락실 주인은 이를 크게 제지하지 않았고, 이런 분위기는 부모가 자신들의 아이가 오락실에 못 가게 하는 주요한 이유였다.

오락실은 PC방의 등장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90년대 후반에 PC방이 등장했고, 본격적으로 PC방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에 맞물려 오락실의 수는 매년 절반씩 줄어들었다. 오락실 문화도 이에 발맞춰 자연스레 사라졌다. 

여기에 인터넷 통신망의 보급과 온라인게임의 흥행은 오락실의 쇠락 속도를 높였다. 이 와중에 90년대보다 2000년대 엔화 환율이 높아지며 아케이드 기판을 수입하는 비용이 대폭 증대되기도 했다. 이용자는 줄었는데 운영비는 높아지는 형국이었다. 이런 와중에 오락실 게임 이용요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으니 폐업하는 오락실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마 과거와 같은 형태의 오락실이 부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더욱 아쉽다.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없어진 것만큼이나 그 공간에서만 보이던 특유의 '게이머 문화'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국내 대전격투게임의 성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런 추억이 또 한 걸음 멀어졌다는 느낌 때문이지 싶다.

김한준 기자  khj1981@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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