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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 그리고 게임에서의 서부극200년의 시간을 거쳐 게임에서도 하나의 장르가 됐다
김한준 기자 | 승인 2018.10.26 17:29
영화 황야의 무법자

[게임플] '서부극'을 바라보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망토 걸친 수염난 남자들이 말 타고 권총 쏘는' 이미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미국인들에게 서부극은 역사의 한 페이지이며 지금의 헐리우드를 존재하게 만든 거대한 콘텐츠다.

때문에 서부극을 소재로 한 각종 미디어에 대한 반응 역시 한국과 미국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공감대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타국의 강압적 지배를 받은 바 없는 미국인이 한국의 일제치하 시대극에 깊은 공감을 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서부극은 미국 대중문화 곳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임 노벨'이라 불리는 값싸고 자극적인 소설에서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주인공들의 '활극'을 다루기 시작한 것이 서부극의 시작.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영화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짧은 역사 탓에 이렇다 할 역사적 사건과 시대가 없는 미국인들에게 서부극은 서부개척시대라는 실질적 역사와는 관계 없이 모험, 영웅들의 서사가 숨쉬는 시대처럼 묘사했다. 그리고 이는 이 서부극이 하나의 시류로 미국 대중문화에 스며드는 계기가 됐다.

가장 기본적인 서부극의 클리셰는 다음과 같다. 정처없이 떠돌던 한 사나이가 악당에 의해 고통 받는 마을에 도착해 주민을 수호하고, 악당들을 처벌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기에 가까운 권총 사격 실력을 뽐내는 장면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뚜렷한 선악구분과 결국은 무너지는 악당의 결말은 많은 이들을 열광케 했다.

영화와 게임에서 서부극의 요소를 차용한 작품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는 배경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서부극과 많이 닮아있으며, 매드맥스의 경우도 시각적인 면에서 서부극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만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역시 이런 서부극의 영화를 받은 대표적인 영화다.

레드데드리뎀션2

게임에서도 서부극의 영향을 받은 게임들을 수 없이 찾을 수 있다. 아니. 아예 서부극 그 자체를 게임의 아이덴티티로 삼은 게임들도 대단히 많다. 오늘(26일) 출시된 락스타게임즈의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 '레드데드리뎀션2'는 서부극을 소재로 한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다.

서부극의 클리셰를 정확히 담아낸 스토리, 그 당시의 시대상을 디테일하게 살려낸 게임 속 오브젝트와 등장인물의 모습 및 행동거지 묘사는 이 게임이 희대의 성공작이 되는데 일조했다. 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이 게임으로 그대로 옮겨졌으며, 영화에서 보던 주인공 혹은 악당의 모습을 유저가 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9년에 마그네틱 이미지가 출시한 '금광을 찾아서'(Lost Dutchman Mine) 역시 당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 인기를 얻었던 PC 게임이다. 서부극 소재라기보다는 서부개척시대라는 실제 역사적 시기를 구현한 것이 '레드데드리뎀션'과의 차이.

잊혀진 금광을 찾는 것이 목표인 이 게임은 금광에서 금을 캐고,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거나 낚시를 해서 돈을 번 후에 장비를 마련해서 이곳저곳을 누비며 금광을 찾는 수고를 하게 된다. 100개가 넘는 금광, 이동 중에 벌어지는 독사, 무장강도와의 이벤트 전투, 잊혀진 금광의 위치가 담긴 지도를 얻기 위한 여러 노력 등 '골드 러시' 시대의 로망을 담아낸 게임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두 게임을 제외하면 서부개척시대, 서부극을 소재로 한 게임 중 성공을 거둔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화 시장에서 서부극이 거둔 엄청난 흥행을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다. 

콜오브후아레즈

물론, 선셋라이더즈, 와일드오브웨스트 카우보이즈 오브 무 메사, 블러드 브라더스 같은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통 서부극이라기보다는 런앤건 플랫폼 액션, 슈터 장르에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수준으로 서부개척시대를 묘사했기 때문에 정통 서부극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들이다.

'금광을 찾아서'가 1989년에 출시됐고 '레드데드리뎀션'이 2010년에 출시됐으니 서부극이 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데에는 약 21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는 이 사이 출시된 대부분의 서부극 소재 게임들이 서부극의 다양한 매력포인트 중 선악구조와 이들의 대립에만 치중하며 서부극의 다양한 매력을 그려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혹은 2001년에 스펠바운드가 개발한 전략게임 '데스페라도', 테크랜드의 2006년작 '콜오브후아레즈'처럼 평이한 완성도로 크게 부각되지 못 한 경우도 있다.

뚜렷한 선악구조, 권선징악, 권모술수 등의 서사 요소와 희망을 찾아 서쪽으로 달려온 이들이 가능성을 찾기 위해 황무지를 누볐던 실제 역사가 어우러진 서부극은 이제서야 게임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하게 된 듯 하다. 서부극이라는 개념을 처음 선 보인 '다임 노벨'이 1800년대 후반에 유행했으니 서부극이 소설에서 영화를 거쳐 게임으로 이어지는데에 2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김한준 기자  khj1981@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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