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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레이더의 여전사. 라라 크로포트의 아이러니20년이 지나도 아무리 달라져도 똑같은 점만 지적하는 이들
김한준 기자 | 승인 2018.10.01 19:03

[게임플] 툼레이더 시리즈의 최신작.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가 출시되기 전, 게임의 주인공 라라 크로포트의 디자인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사실 라라 크로포트는 1996년에 첫 시리즈가 출시된 이래 툭하면 그 외형적인 면에서 화제몰이를 했던 게임 캐릭터였다. 비단 유난히 옷을 짧게 입는 캐릭터의 외형적인 면이 화제가 됐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폴리곤을 활용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캐릭터라는 점이, 그 다음에는 소위 '엘라스틴 효과'라 불리는 헤어웍스 적용으로 절벽에서 떨어지고 총알이 빗발치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와중에도 유난히 찰랑거리는 머릿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라라 크로포트의 외모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사례들과는 그 궤를 달리 한다. 전작에 비해 좋게 말하자면 외모가 현실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외모가 덜 매력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이 이번 라라 크로포트 외모 논란의 중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라라 크로포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전작에 비해 섹시함의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현실에서 볼 수 없을 듯한 외모가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수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외모를 향한 지적이다.

라라 크로포트의 외모는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된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유독 이번 캐릭터의 외형 변화에 유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서구권 게임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PC(정치적 올바름) 가치관이 영향을 줬다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움직임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부분마저 차별 요소로 지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굳이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 무리해서 이러 요소를 도입하는 캐릭터가 영화나 게임에서 나타나고, 이것이 작품의 몰입을 헤치는 지경까지 이르자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적 소수자 캐릭터나 외모가 덜 매력적인 캐릭터가 모두 억지스러운 PC의 부산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라라 크로포트에 성차별 요소가 있다거나 성 상품화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페미니즘을 자청하는 서구권 여성 운동가들 중에는 라라 크로포트가 삐뚤어진 남성의 성적 지향점이 반영된 캐릭터라는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툼 레이더가 출시될 당시 라라 크로포트는 기존 게임계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조연으로 등장하거나 사이드 킥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던 여성 캐릭터가 대부분이었으니, 무려 '단독 주연' 자리를 꿰찬 라라 크로포트의 등장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여기에 그저 신체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고고학에 정통하다는 설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라라 크로포트는 '문무를 겸비한 여성'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더해 벌어지는 모든 일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당찬 여성이라는 점까지. 라라 크로포트는 당대의 페미니즘을 반영한 캐릭터였다.

라라 크로포트의 특징은 '양성평등'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도 여성에게 요구되는 덕목인데, 라라 크로포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를 갖추고 있던 셈이다. 때문에 당시에도 라라 크로포트를 향한 질책은 캐릭터의 겉모습만 바라보고 캐릭터의 특성은 파악하지 못 한 짧은 식견이라는 반박을 받고는 했다. 

물론 섹시함이 과하게 강조된 캐릭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라라 크로포트를 디자인 한 게임 디자이너가 캐릭터를 '섹스 심볼'로 부각하는 마케팅에 염증을 느끼고 툼레이더 개발 일선에서 물러난 일이 있을 정도로.

이런 마케팅이 라라 크로포트를 잘 모르는 이들의 인식 속에 라라 크로포트를 그저 '입술 두꺼운 핫팬츠 입은 여자 총잡이' 정도로 자리하게 만든 원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에 적용된 라라 크로포트의 비주얼은 이렇게 잘못 자리잡은 라라 크로포트의 이미지를 지금 시대의 감성에 맞게 재조정한 셈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라라 크로포트는 이제 섹시함이 아닌 강인함이 부각되는 캐릭터다. 게임 마케팅 역시 이 캐릭터의 강인함과 냉정함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라라 크로포트를 성 상품화의 상징으로 보는 이들은 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여전히 라라 크로포트의 '핫팬츠'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캐릭터의 섹시함 이외의 매력이 많이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각종 히어로 무비에서 기존 캐릭터의 재해석에는 감탄을 하는 이들도 희한할 정도로 라라 크로포트의 정체성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이 정도면 논쟁 속에 사는 것이 라라 크로포트라는 캐릭터의 '팔자'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김한준 기자  khj1981@gamep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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