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우리를 한방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게임플] 1점차로 뒤진 9회말 2아웃, 주자 1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4번타자, 언제고 단 한 방에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주먹을 가진 복서. 대중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모두 이들이 '묵직한 한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격왕은 포드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은 탄다'는 야구계의 격언이나, 가장 묵직한 파괴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한 헤비급이 복싱계에서 가장 높은 대전료가 오간다는 점은 그만큼 '강력한 한방'에 대중이 열광한다는 뚜렷한 증거다.
 
왜 대중은 한방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방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긴장감이 주는 재미가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한방만 노리는 이를 '로또'에 비유하며 격하하기도 하지만, 이 한방으로 국면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은 모든 대결에 예상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런 특성은 게임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한방이 있는 캐릭터는 예나 지금이나 유저들에게 각별한 존재로 인식되며, 때로는 그 '한방' 자체가 게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하기도 한다.
 
대전액션 장르는 이런 한방의 미학이 가장 잘 살아있고, 직관적으로 표현되는 장르다. 철권 시리즈의 폴이 기합과 함께 날리는 붕권, 일개 기본기에 불과함에도 특수한 명칭이 부여될 정도로 강렬한 대미지와 인상을 남기는 사무라이 쇼다운의 캐릭터, 하오마루의 강베기는 게임계를 대표하는 가장 묵직한 '한방'이다.
 
물론 이런 한방의 미학이 대전게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방의 존재감은 3D 액션게임에서도 나타난다. 딱 한대 맞았을 뿐인데 쓰러지는 캐릭터를 보면서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러드 본의 보스들, 30분을 넘게 싸웠는데 한 번의 실수로 수레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귀환하게 만드는 몬스터 헌터의 괴수들은 대전액션게임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드러나는 한방의 표현 양상이다.
 
 
게임에서 한방은 긴장과 동의어라 할 수 있다. 한방은 언제든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반대로 언제든 내가 쓰러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즉, 한방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유저가 게임에 집중하기 원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한방처럼 효과적인 집중력 유지 수단은 없다.
 
또한 이 독특한 긴장감은 독특한 재미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유저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 한방에 승패를 뒤집는데 성공한 유저가 느끼는 쾌감은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다.
 
세상살이 대부분은 뻔한 승부의 연속이다. 대기업을 이기는 중소기업 소식은 10년에 한번 들려올까말까 한 수준이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지만 대보기 전에도 승패가 예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슬프게도.
 
 
어쩌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한방에 열광하는 것은 이런 뻔한 승부에 질렸기 때문은 아닐까? 적어도 게임에서는 단 한방에 승패를 뒤집는 상황을 직접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한 유저들은 언제든 50홈런을 치는 홈런왕이 될 수도 있고, 관중들을 기립하게 만드는 KO머신이 될 수도 있다. 
 
한방이 게임에서 큰 재미를 주는 것은 한방이 유발하는 독특한 긴장감 때문만이 아니라 유저가 한방을 목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한방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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