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일색이지만 콘텐츠 해갈은 시급

[게임플] 넥슨은 지난 1월 25일 약 5년 반의 긴 개발 기간을 끝내고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를 출시했다. 이은석 디렉터가 총괄을 맡아 화제가 됐고, ‘공룡시대에서의 생존’이라는 흥미를 끄는 게임 장르로 출시 후 단숨에 인기 순위를 꿰찼다.

출시 직후 서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으나 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듀랑고의 DAU(하루 서비스 이용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에서는 4위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듀랑고의 행보는 양산형 MMORPG로 고착화되어 있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나치지 않은 과금 모델, 샌드박스형 모바일게임 등 여러 혁신적인 시도가 듀랑고에 모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전투가 아닌 생활이 주가 되는 게임이기에 유저들의 남녀 비율, 연령대 모두 고르게 형성됐다.

협동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 게임인 것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했다. 실제로 듀랑고는 30레벨이 넘어가는 구간이 되면, 혼자 플레이하기엔 다소 진행에 무리가 온다. 채집, 옷 제작, 무기 제작 등 여러 아이템 수급을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듀랑고의 특성상, 혼자서 저 많은 걸 하기에는 다소 오랜 시간과 높은 레벨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저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스킬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찾았고, 현재 듀랑고의 부족들은 하나의 ‘회사’와 같은 체제로 형성됐다. 물론 ‘전투’만을 행하는 부족, ‘요리’만 하는 부족 등 편향적인 성향의 부족들도 많이 나타났으나, 그런 부족들에서는 필요에 의해 부족단위의 ‘연합’을 보여주는 모습도 나타났다.   

별다른 목표나 최고를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했다. 혼자서 옷을 만들어 입고, 요리를 하고 집을 짓는 아주 ‘사소한’ 일을 함에도 유저들은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전투나 이른바 ‘랭킹’을 중요시 하는 게임들에 비해 여성 유저의 비율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듀랑고의 아카이브나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면 ‘오늘은 이런 요리를 만들어 봤어요’, ‘듀랑고의 그림 그리는 장인들’ 등 전혀 게임과 관련 없는 콘텐츠마저도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내고 있는 걸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팻말에 도트 형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유저들이 많아져, 후에 추가될 ‘예술가’라는 직업이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비노기에는 음악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테스트 당시에는 등장했으나 아직까지는 업데이트 되지 않은 ‘악기 연주’도 유저들이 기대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은석 디렉터가 총괄했던 마비노기가 악기 연주 콘텐츠로 호평을 받았고 현재도 즐겨오는 유저들이 많기에,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은 것이다. 실제로 마비노기에는 지속적으로 연주회 등을 여는 유저들이 많아 지난 2016년에는 음악을 주제로 하는 대형 콘텐츠가 새롭게 업데이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과는 반대로 현재 듀랑고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3위, 매출도 10위권 밖인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도가 심하지 않은 과금 모델의 특성상 일부 핵심 유저가 아닌 전체 유저의 수에 영향을 받는 듀랑고이기에 매출 순위 하락은 예정돼있었다고 하나, 인기 순위마저도 떨어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러한 현상은 신규 유저 유입의 하락과 동시에 늘고 있는 기존 유저의 이탈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듀랑고에는 평소 이용시간이 짧은 라이트 유저도 이미 최고 레벨인 60레벨을 찍은 유저가 많고, 콘텐츠도 거진 다 소비한 상황이다.  

듀랑고의 인기순위는 현재(26일) 23위까지 하락했다

그런 상황과 맞물려 핵심 콘텐츠인 ‘생활’에 있어 편의 기능이 많이 부족한 것도 문제가 됐다. 듀랑고는 ‘사냥 – 채집 – 제작’ 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순환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직접 조작이 많이 요구되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 순환 틀의 반복 횟수 또한 많아지기 때문에 유저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은석 디렉터는 “앞으로는 각 아이템에 존재하는 ‘잠재 속성’의 조합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허나 잠재 속성 중 ‘뽀족함’이나 ‘단단함’ 등 전투에 영향을 주는 속성만이 유저들의 선호를 받고 있는 형국이고, 그나마도 생각보다 쉬운 게임 내 재화의 수급으로 인해 유저 간 거래로 구하는 경향이 많아져 별 효력이 없어 보인다. 안 그래도 반복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은 게임에 ‘속성’이라는 복잡함마저 더해졌기에 유저들의 눈길이 쉽사리 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3일 추가된 무법섬과 부족전 콘텐츠도 이미 대형 부족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버려 상대적으로 작은 부족이나 솔로 유저들의 경우는 즐기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부족전이 서로 약탈하고 전투를 즐기는 콘텐츠인건 알지만 너무 몇몇 강한 부족들에게만 유리한 콘텐츠”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부족전이 일어나는 무법섬의 자원은 상당히 높은 희소성을 지니고 있어, 한 부족이 독점할 시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문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데이트된 부족전, 무법섬

앞으로 솔로 유저나 소규모 부족을 위한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과연 그때까지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고 기다려줄지도 의문이다. 만약 추가되는 콘텐츠가 단순한 최고 레벨 확장에서 그친다면 유저들의 이탈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퇴근을 하고 듀랑고를 접속했는데 또 일을 하는 기분”이라는 유저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한 반복성을 늘리는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으로 유저들에게 동기부여가 될만한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듀랑고를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놀이터’라 지칭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의 듀랑고는 그저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또 하나의 ‘직장’이 되어버렸다. 전투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지만, 되려 반복되는 생활에서 오는 지루함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듀랑고라는 새로운 사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현재 게임에는 유저들을 ‘힐링’ 해줄 콘텐츠 해갈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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