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하락, 개발 기술의 도태 등 여러 문제 발생

[게임플]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도 걸린다. 음악 앨범을 출시함에 있어서도 길게는 몇 년이나 공을 들인다. 하물며 게임은 모든 문화 콘텐츠의 ‘정수’라고 불리는 만큼, 그 개발 기간에 있어서 길게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 개발 기간은 출시될 게임에게 있어 독(毒)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중세 RPG 마운트앤블레이드(이하 마앤블)의 개발사인 테일월즈 엔터테인먼트(이하 테일월즈)는 오는 8월에 있을 게임스컴에서 후속작인 마운트앤블레이드2: 베너로드(이하 마앤블2)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새롭게 선보이는 후속작인만큼 전작 팬들의 기대감이 무성할 것으로 보이나, 반응은 이전만 못 하다.

마앤블은 중세 배경에 RPG, 전략, 자유도가 장점으로 인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누적 판매량 600만 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게임이다. 테일워즈는 판매고에 힘입어 이후 후속작을 개발한다고 2012년 밝혔으나, 약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임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테일월즈 측에서는 매년 열리는 각종 게임 시연, 박람회에서 마앤블2의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며 “올해는 꼭 만나게 해드릴 것”이라는 말을 매년 해왔지만 6년이란 기간은 팬들의 기대감을 식히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앤블의 공식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이제는 환상의 게임이 아니냐’라는 반응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게임의 개발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팬들도 함께 지친 것이다. 공식 카페 활동은 몇 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전작을 즐기며 기다리던 유저들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개발 지연으로 생기는 부작용은 비단 기다리던 팬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약 10년 동안 팬들이 기다려오던 밸브의 하프라이프3는 지난 해 8월 스토리 작가의 속편 스토리 유출로 인해 거의 파국에 이르렀다. 지난 해 8월 25일 하프라이프 스토리를 맡았던 마크 레이드러(Marc laidraw)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하프라이프3 에피소드가 담긴 포스팅을 하며, 마지막에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는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리라고 믿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스토리가 유출되면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는 일이 허다하기에 팬들은 이번 사태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전부터 하프라이프 개발진의 연이은 퇴사로 인해 불안감이 싹텄지만, 스토리의 유출로 인해 실낱 같은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처럼 게임 개발의 지연은 개발진의 개발 의욕 및 사기 저하 등의 문제도 동반하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 기간이 지체됐을 때 생기는 문제점은 기술적, 시장 상황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2016년 출시된 네오위즈의 블레스는 이런 경우의 좋은 예다. 블레스는 당시 언리얼4 엔진이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에 출시 됐으나, 7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었기에 비교적 과거의 엔진인 언리얼3 엔진으로 개발됐다.

문제는 그래픽 부문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그래픽으로 찬사를 받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먼저 출시됐고, 결국 블레스는 스포트라이트를 검은사막에 빼앗기며 초기 시장 점유에서 쓴맛을 보게 됐다.

해가 지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MMORPG 장르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실제로 하이퍼 FPS를 지향하는 오버워치가 출시되며 MMORPG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줄어들었다.

이처럼 개발 기간의 지체는 게임에게 있어 여러 가지로 악영향을 끼친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들여 개발을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대감 감소, 시류에 동떨어지게 되는 다양한 부작용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다렸던 기간을 잊을 만큼의 높은 완성도와 실수 없는 운영, 빠른 콘텐츠 업데이트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 게임을 정해진 기간에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올해는 유독 개발 기간이 길었던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는 해이다. 앞서 언급한 마앤블2를 비롯해 넥슨의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모두 오래 개발된 게임들이다.

듀랑고는 새로운 장르로 성공적으로 론칭을 했지만 아직 장기 흥행을 확정 짓기엔 이른 상황이다. 로스트아크도 기대감을 갖는 유저는 아직 많으나 그만큼 관심이 흐릿해지는 유저도 많아지고 있다. 과연 이러한 게임들이 길었던 개발 기간이라는 문제를 이겨내면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 시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