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곁핥기 수준에서 게임 언급, 산업 살리기 위해선 내실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

[게임플 고광현 기자] 오는 31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올해 국정감사에 대해 게임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모바일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유저는 물론 업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에서 자율규제를 제시했지만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페이 투 윈(Pay to win)', 즉 과금을 많이 한 유저가 이기는 게임 시스템과 더불어 1만 원 과금이 1만 원 어치 강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의 속성까지 두 가지가 겹친 국내 게임 시장을 향한 쌓여있던 불만은 자율규제 정도로 잠재워질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재제까지 외치는 상황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업계는 유저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지금까지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유저와의 소통, 개선 노력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 올해 국정감사를 강타한 두 키워드···황금 후라이팬과 도박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 승리 상징인 황금 후라이팬

올해 국정감사를 치룬 게임 업계의 키워드는 '황금 후라이팬'과 '도박'이었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직접 황금 후라이팬을 들어보이며 국내 업계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참신한 게임 개발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뛰어난 게임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데도 만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틀그라운드는 국정감사장에서 여러 번 언급되며 국회의원들이 국내 시장에서 획일화된 게임을 비판하는데 일종의 '마스터 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위기에 처했다. 손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게임을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지만 (PC 온라인 월 결제한도, 셧다운제에 비해)확률형 아이템에만 유독 제약이 없다는 것이 의문"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러한 지적에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거들었다. "그것과 관련해 임기 3년 내내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대형 게임사 매출 비중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거의 대부분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규제는 '허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새 장르나 모델 제시되기까지는 지속될 확률형 아이템

대형 게임사들이 국정감사장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묻매를 맞았지만 그렇다고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확률형 아이템이 근절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반적으로 한 분야의 이상적인 산업 체제로 이야기되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이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대기업은 '자본력', 중소기업은 대기업에게는 어려운 '유연하고 창의적인 산업 흐름에 대한 대처'이며, 이는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변하기 어렵다. 이미 검증된 게임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라는 칼을 뽑아들기 전에는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게임 산업에 관한 규제 완화를 각지에서 외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고,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

대형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인기 장르인 RPG를 주로 내놓는다면 중소 게임사들은 기존 게임에는 없는 새로운 게임으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역할을 오히려 국내 중소 게임사들이 아닌 해외 게임사들이 하고 있다.

'붕괴3rd'는 결국 흥행했다

'소녀전선'을 개발한 미카팀(MIKA Team)과 '붕괴3rd'의 미호요(miHoYo)는 모두 중소 개발사다. 이들은 기존 대형 개발사에게는 어려운 유저 간 경쟁요소 제거, 페이 투 윈 요소 배제를 시도했고, 유저들은 새로운 형태의 게임에 매력을 느끼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 주무부처의 깊은 이해와 성찰 필요해

한 스타트업 개발사 대표는 "신작을 공개하기 까지 매 순간이 생존의 연속이었다"며 감회를 밝혔다. 자본금 1억 원과 1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시작한 게임 개발은 은행 대출과 보통주 발행, 크라우드 펀딩까지 자금 조달을 위한 여러 수단이 강구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없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질문에 대표는 "지금도 IT 및 콘텐츠 사업과 관련된 여러 정부 지원 정책들이 있지만 사실상 게임사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실제 중소 업체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게임과 관련된 정부지원사업은 매년 늘고 있지만 게임 외적으로 문서나 증빙 서류 등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은 점,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좋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기 쉽지 않은 점 등이 문제 제기가 돼 왔다.

윗단을 고치기 힘들다면 아랫단부터 키우면 된다. 국내 중소 개발사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중국 개발사에 뒤지지 않는 개발력으로 새로운 게임을 조금씩 제시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업 트렌드는 바뀔 수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황금 후라이팬을 들어올리거나 '도박'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국민들의 관심을 사기는 쉽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부 주무부처의 게임산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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