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주요 주제 핵, 현실 속 전쟁 공포가 주는 예상 밖 몰입감에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이달 초 美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소화하기 전, 방일을 앞두고 올린 트위터(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전세계적 이슈가 됐다. 

“진주만을 기억하라. 애리조나함을 기억하라. 그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미국 하와이 주의 오아후 섬 펄 하버 (진주만)을 기습적으로 공습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미국은 사상자만 2000명 5척의 전함과 200여 대의 항공기가 파괴됐고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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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본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차례대로 점령하며 세계전쟁에서 승리를 확신 한다. 반대편에서 미국은 'Remember Pearl Harbor(진주만을 기억하라)'를 외치며 ‘원자폭탄’ 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4년 뒤인 1945년 히로시마는 미국의 원자폭탄에 초토화 됐다. 생전 처음 보는 엄청난 살상력을 경험하고 공포에 빠져 즉각 항복했다. 당시의 그것은 파괴력이 더욱 더 업그레이드 돼 오늘날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인류는 과거 ‘원자폭탄’에서 진화된 ‘핵’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핵만큼 비인간 적이고 잔인하며, 종말을 노래하는 공포의 무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류의 문명은 전쟁의 역사 속에서 발전했다. 교통수단과 공장 자동화. 철강산업 부터 의료와 농업에 이르기 까지 모두 전쟁과 함께 발전했다. 이렇게 전쟁을 거듭하면서 당연히 첨단무기가 등장했다. 무기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대담하고 사악하게 진화하고 있다.

무인폭격기 ‘드론’은 과거 오락실에서 동전 깨나 긁어모았던 ‘애프터버너’ 조종기와 유사한 컨트롤러 하나로 수백,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 머지않아 드론에는 소형 핵탄두도 탑재 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실이 게임 같고 게임이 현실 같은 시대가 됐다.

게임의 소재로 등장하는 ‘핵’ 은 현실에서 집약된 공포가 더욱 가공돼 있거나 아예 정반대로 과소평가 돼 있다. 게임의 장르와 세계관및 특징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략게임에서 핵사용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엄청난 스케일의 핵폭발 장면을 감상(?)하고 싶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핵 사용에 따른 책임도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몫으로 남게 된다. 턴제 전략게임 문명은 게임에서 핵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플레이어에게 핵 을 사용하면 따라오는 참혹한 현실과 그에 따른 댓가를 묻는다. 

이 게임에서 핵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초토화된 땅 뿐이다. 오염된 쓸모없는 땅이다. 복구를 하기 위해선 아주 긴 턴이 요구되며 복구를 위해 쓰이는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치다. 주변 국가들에게는 “당신과 같은 전쟁광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경멸의 메시지도 받는다. 우방국의 교류도 줄어들며, 핵을 자주 사용하면 미치광이 취급을 받고 고립된다.

이런 방식의 승리는 게임엔딩에서 조차 냉소를 품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승리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 게임을 만들 제작자는 실제로 '반전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무력통일 보단 외교나 문화로 승리하는 플레이어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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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핵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게임으로 넘어오면 플레이어의 시선은  '대안'에서 멈춘다. 전략과 상황에 따라 완전히 무시되기도 한다. 핵 사용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해주지도 않고, 상황에 맞는 선택이 중요한데 무리해서 핵 테크를 타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핵 한방에 드는 비용과 빌드도 부담스럽다. 차라리 핵 시설을 건설할 자원으로 골리앗을 더 뽑아서 지대공 공격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

여기서 핵은 단순한 수단이고 도구일 뿐이다.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전투는 효율성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서 핵 사용에 대한 경각심은 나타나지 않는다. 설령 핵 공격을 당했다 해도, 패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반전에 반전을 만드는 드라마틱한 장치가 곳곳에 내제돼 있다. 무엇보다 핵이 의미하는 상징적 의미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처럼 인류의 종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맨드앤컨커는 스타와 유사한 방식의 전략 게임이지만 리얼리티 부분이 더욱 강조됐다. 폭격기 한 대를 띄우더라도 급유를 해야 하며 폭격 후엔 동선을 따라 기지로 돌아와 착륙하는 부분까지 현실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핵 제조 및 발사의 경우도 복잡한 절차가 있고 핵 개발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핵을 발사하면 적 진영의 대부분을 파괴시킬 수 있다. 퍼져나간 방사능폭풍은 아군에게 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이 게임에서 바라보는 핵의 시선은 현실의 핵미사일과 다를 바 없다.   

문명온라인이 그린 핵미사일 확보 과정은 더 복잡한 절차를 따른다. 핵분열 기술을 발견하고, 핵미사일 발사대를 짓고, 우라늄 광맥을 찾아 현대 우라늄 정제소를 건설해야 한다. 또, 정제소를 통해 핵연로 손짐을 80개까지 구하고, 핵미사일 발사대 NPC(Non Player Character)에게 핵연료를 주어 핵가방을 얻어야 한다. 이 핵가방을 첩보원이 들었을 때 핵미사일 발사 준비가 완료된다.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핵에 대한 관점이 턴제 문명과는 완전히 다른 반면, 핵사용에 대한 경계적 접근보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승리적 접근에 가깝다. 핵을 발사할때의 방법도 스타크래프트의 고스트와 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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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둠의 존재들을 지상에서 불태웠을 때, 우린 과연 잃은 것이 없을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인 폴아웃과 매트로 시리즈는 핵 사용 후 처참해진 지구의 모습을 담는다. 국가는 붕괴되고 도로는 파괴됐다. 이와 함께 인간성도 같이 파괴된 ‘지옥’과 같은 모습이다. 바이오쇼크 역시 전쟁에 노출된 지상에서의 탈출과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모습까지 담는다. 핵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 시작부터 끝까지 게임 전반에 깔려 있다.   

폴아웃의 엔딩은 핵전쟁으로 망한 지구에서 또 다시 핵이 발사되고 멸망된 지구를 더 멸망하게 하는 듀얼 코드를 심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알리는 첫번째 메시지와 더불어 그렇기 때문에 모든게 리셋되고 새로운 시대의 창조가 필요하다는 두번째 메시지가 교차된다.

이 같은 장르에서 상징하는 핵은 문명의 이기가 만든 괴물이고.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낳은 죄값으로 표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지옥'이 된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조차 가공할 무기를 찾는다. 사이비 종교와 무정부주의가 등장하고 이념은 다시 대립 한다. 문제의식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심, 실종된 도덕과 윤리적 가치관에 대한 자조섞인 메세지가 공통적으로 내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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