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로 몰리는 수익 모델, 게임의 발전 저하.. 유저들 개선 해야 '한 목소리'

[게임플 고광현 기자] 게임 산업의 기조가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확률형 수익 모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도 비슷한 수익 모델은 꾸준히 있었지만 대 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을 수익 모델로 채택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는 게임 업계 여러 이슈 중 확률형 아이템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산업 트렌드가 전환되며 확률형 아이템이 대다수 모바일 게임의 주요 수익 모델로 채택되고 있고, 이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친 게임 정부로 알려진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만큼 게임 업계 역시 이번 국정감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본지에서는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이슈가 업계와 정부부처에서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사행성과 확률형 아이템

‘바다이야기 사건’은 오늘날까지 그 여파가 게임 산업에 남아있을 만큼 큰 사건이었다. 불법 도박과 일맥상통하는 바다이야기의 분류가 ‘사행성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고포류 게임은 물론이고 확률성 요소가 있는 게임들은 사행성 게임이라는 낙인이 찍혀야 했다.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로 게임에 ‘사행성’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관련 규제들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바다이야기가 철퇴를 맞은 이유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불법 환전 때문이지 사행성 자체에 있지는 않았다.

이후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게임 업계에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 게임 유저들이 꾸준히 늘고 게임 산업이 콘텐츠 수출을 이끄는 효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규제 완화 주장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일반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이란 유료 과금으로 구매하는 아이템으로, 개봉했을 때 어떤 결과물을 얻을 지 모르는 상태인 아이템을 뜻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고 모바일 게임 이용률이 늘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는 게임이 등장했고, 큰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PC 온라인 게임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들던 확률형 아이템이 모바일 게임에서 대두되기 시작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한 점, PC 게임에는 있는 월 결제 한도가 모바일 게임에는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핵 과금러’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 또한 이때부터였다.

■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안과 법안 발의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 또한 ‘요행을 바라는’ 심리, 즉 사행성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결국 유저들의 불만과 확률형 아이템에 거금을 탕진한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랜덤 박스는 법률상 도박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미국의 민간게임심의단체(ESRB, 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가 밝힌 입장이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로 미국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게임 '쉐도우 오브 워'

ESRB 규정에 따르면 실제 도박(Real Gambling)은 실제 현금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것을 걸고 진행되는 모든 종류를 의미하며, 시뮬레이트 도박(Simulate Gambling)은 실제 현금이나 이에 상응하는 것을 걸지 않고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시뮬레이트 도박이라는 것.

국내도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행성 게임물'이라 함은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 내용 중 확률형 아이템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재산 상에 이익 또는 손실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돼 있는 게임은 '사행성'이 있지만 '사행성 게임물'로는 규정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제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한국게임산업협회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다. 문제가 더 커져 더한 법적인 제제를 받기 전에 업계 스스로 자정을 하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2015년 처음 시행된 자율 규제안은 협회 가입 업체를 대상으로 결과물 내용을 공개하고 확률을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법적인 강제성을 가질 수 없는 협회 특성 상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할 수는 없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자율 규제는 2017년 5월 두 번의 개정을 거쳐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되는 모든 결과물 공개 및 개별 확률 공개까지 이르렀다. 내용물의 개별 확률 공개는 2017년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게임 유저들이 가장 원하는 내용이었지만 자율 규제 시행 2년 만에 포함됐다.

2015년에는 당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국내 게임업계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내 소비자의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한다”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발의된 법안은 자율 규제와 비교해 확률형 아이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기존 게임에는 미적용 하는 등 문제점을 가졌지만 유저들은 대체적으로 법안 자체에는 환영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자율 규제에 법안까지 발의되며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물과 세부 확률까지 공개됐지만 유저들이 피부로 느끼는 모바일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은 결과적으로 줄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유저들이 결제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유저가 게임에 과금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정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고 싶어서, 강해지고 싶어서 등 다양한 게임마다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과금을 한 유저가 하지 않은 유저보다 강한, 일명 ‘페이 투 윈’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게임사는 게임을 개발할 때 과금을 하지 않아도 시간을 들이면 과금을 한 유저처럼 강해질 수 있도록 설계해 놓는다. 시간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거액을 들였는데도 원하는 만큼 강해지지 못하거나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실태는 분명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확률형 아이템 자체 보다는 요행을 통해서만 강해지거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시스템과 그것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공중파 뉴스에서 몇 분만에 수 천만 원을 확률형 아이템에 사용하는 유명 사례를 소개할 만큼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논의는 과열된 상태다. 2017년 들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등장하는 게임마다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내 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사례가 꾸준히 들려오며 게임 산업 인식 개선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이 아니더라도 공개된 자리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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