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결제 한도가 온라인 게임 시장 발전에 발목 잡았나

[게임플 고광현 기자] 현재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은 한 달 50만 원 이상 결제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50만 원 이상 결제가 가능한 게임은 게임위에서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는 2003년 처음 시행됐다. 이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는 꾸준히 언급돼 왔다.

지난 6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판교에서 게임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월 결제 한도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졌다. 도 장관은 간담회 자리에서 월 결제 한도를 비롯한 셧다운제 등의 게임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결제 한도 규제 완화는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확률형 아이템과 함께 월 결제 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2003년 도입된 온라인 게임 월 결제 한도

온라인 게임 월 결제한도는 지금부터 14년 전인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월 결제한도 규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현 한국게임산업협회) 및 게임사 간 임의로 정한 규제로 시행됐다.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 이하 게임위)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거부해 왔다.

사실상 게임산업법 및 등급분류기준에 법적 근거는 없는 규제인 셈이다. 게임위가 실질적으로 등급분류 기준과 연계해 강제하고 있는 규제로, 관련 기관과 업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규제 완화에 법 개정 등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치 않다.

2003년 월 30만 원이었던 결제한도는 2009년 게임위와 한국게임산업협회, 업계 등의 합의를 통해 월 50만 원으로 한도가 상향됐다. 이 때 한도를 상향 후 1년 간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제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규제 폐지는 불발됐다.

■ 문체부 주도로 규제 완화 협의체 출범

이후 2016년까지 잠잠하던 월 결제한도 규제는 강신철 현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의 취임 후부터 다시 규제 완화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토론회나 포럼을 개최하며 업계와 여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결국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7년 4월 온라인 게임 월 결제한도 규제를 완전한 자율 규제로 시행할 것을 공표한다. 하지만 이 공표는 게임위와 합의된 발표가 아니었다. 당시 게임위 관계자는 "결제 한도 자율규제는 합의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월 50만 원의 결제 한도 규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분위기는 6월에 반전됐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판교에서 게임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도 장관은 "새 정부의 게임 산업 규제정책은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에서 벗어나, 게임업계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주도로 민관 합동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월 결제 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을 전면 검토한다고 밝힌 것이다.

게임산업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지난 8월 정식 출범했다. 협의체가 “그 동안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공감에 바탕을 둔 합리적 게임규제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월 결제 한도 규제를 비롯한 셧다운제 등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규제가 실질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게임 산업 진흥에 도움 될까

업계에서는결제 한도 폐지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산업에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가 친 게임 인사를 정부 인사로 영입하고 있는 가운데 문체부가 직접적으로 규제 완화를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 결제 한도 폐지가 당장 게임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애초에 월 50만 원 이상 결제하는 유저 비율이 크지 않고, 현재 게임 산업 트렌드 자체가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유저들 또한 환영하는 반응은 아니다. 게임 커뮤니티의 한 유저는 "50만 원 이상 결제하는 유저가 소수인 상태에서 월 결제 한도가 폐지되면 게임사의 게임 업데이트 등의 운영 방향이 결제를 많이 하는 유저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온라인 게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월 결제 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근거로 개인의 자유, 온라인 게임 발전의 걸림돌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유저가 개인 의지로 게임에 과금을 하는데 있어 규제를 하는 국가는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없다. 월 결제 한도 규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규제인 셈이다. 하지만 월 결제 한도가 온라인 게임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는 주장 역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월 결제 한도 규제가 만들어진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정액제’를 채택하고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이온’ 등 당시 흥행 게임들은 한 달 2~3만 원 사이의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이후 게임 내에서 추가로 결제가 필요하지 않다. 월 결제 한도 규제 자체가 사실상 필요 없는 규제였던 것이다.

구시대적 규제인 월 결제 한도는 폐지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저들이 걱정하고 있는 게임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협회와 업계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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