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작 발 빠르게 베낀 후 출시하는 버릇 못버려, 정부 차원의 강화된 대응 절실

[게임플 고광현 기자] 중국의 '짝퉁' 게임 개발의 마수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중국은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IP를 비슷하게 만드는 일명 '짝퉁'을 만들어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던전앤파이터부터 유사 게임으로 몸살을 앓은 국산 게임은 한 두개가 아니다.

중국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오버워치', '던전 앤 파이터',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비슷하게 만들어 유저들을 현혹해 이득을 취하는 수법으로 전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국산 게임으로 역대급의 판매량과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흥행가도를 올리고 있는 배틀 그라운드도 중국의 짝퉁 손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배틀그라운드를 비슷하게 만든 수많은 게임들이 버젓이 올라가 있고, 마치 배틀 그라운드의 공식 모바일 버전인 것처럼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법상 이런 경우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 하루 이틀 일 아니다

'히어로즈 차지'

블리자드의 WOW IP를 도용해 만든 게임으로 알려진 중국 모바일 게임 '도탑전기'를 둘러싼 표절 소송은 2015년 업계의 큰 이슈였다.

WOW, 도탑전기, 히어로스차지까지 이어지는 물고 물리는 소송이 이어졌던 이 사건은 중국 내에서 표절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됐다. 이후 오버워치가 흥행하자 오버워치를 표절한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말할 것도 없다. 국내 흥행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도 표절게임이 등장했었다. 일단 유저들에게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거의 모든 게임은 표절 게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중국 개발사들의 표절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2017년 초에는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MMORPG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표절한 '로스트테일'이 표절 이슈를 겪으며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주식회사도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표절 게임들로 인해 곤란해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진출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대부분의 콘텐츠 라이센스를 관장하는 기관인 '차이나 오디오 비디오 및 디지털 퍼블리싱 협회(China Audio-Video and Digital Publishing Association)가 배틀그라운드는 너무 피로하고 폭력적인 게임이며, 검투 사상과 같은 게임 사고방식이 사회주의의 가치에서 벗어나 젊은 층에게 해롭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배틀그라운드의 장르인 '배틀 로얄'과 같은 게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해당 장르로는 중국 내에서 영업 허가를 얻기가 힘들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이 배틀 로얄 게임을 개발하지 않고 관련 라이브 스트리밍 또한 권장하지 않는다고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배틀그라운드의 짝퉁 게임이 버젓이 오픈 마켓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의 자세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 업체 차원에서 대응 힘들어

게임 업계에서 중국의 표절 이슈는 매번 꾸준히 나왔던 이슈지만, 역사 자체가 오래됐는데도 지금까지 꾸준히 표절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표절이라는 것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과정 또한 길고 험난하다.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들

무엇보다 표절 소송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게임은 산업 기술이나 아이디어와는 다르게 완벽한 오리지널, 즉 '원조'가 없다는 점이다. 표절 이슈가 있었던 '로스트테일'를 예로 들면, 무기를 사용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업하는 요소 자체는 원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그래픽 요소 만으로는 표절을 입증하기 어렵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배틀 로얄이라는 요소 자체가 기존에 만화나 게임에서 활용되던 요소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나 그래픽만으로 표절 소송을 간다고 했을 때 승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짝퉁 게임들은 보통 다수가 산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모두 대응하기도 힘들다.

■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

중국 디지털 퍼블리싱 협회에서 목소리를 내며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시장 진입을 늦추는 동안, 중국 내에서는 짝퉁 게임들이 판을 치며 시장을 장악할 공산이 크다.

과거 중국의 짝퉁 게임 이슈가 나올 때마다 빠짐 없이 언급되던 이야기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었다. 게임 콘텐츠를 국가 '자산'의 한 종류로 인식하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이동섭 의원이 발표한 자료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 이동섭 국회의원이 중국의 ‘짝퉁’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국산 게임을 보호하는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바가 있다.

이 의원이 2016년 7월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 및 운영합리화 등에 관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골자다.

이 의원은 지적재산권 보호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각 부처들 간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관련한 큰 틀을 우선 마련하고 세미나, 공청회 등을 개최해 세부 대응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국내 게임 시장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획일화된 게임성과 과금 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게임으로 국회의원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희망이, 짝퉁 게임에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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