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팀 가운데, 3년 재계약으로 왕조 재건 다짐한 쇼메이커
선수 영입 소식에 모든 정성 담아 촬영하고 그려낸 한화생명 e스포츠
22DRX 드라마 써낸 3인, KT 롤스터에 다시 모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토브리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주요 선수들의 거취가 거진 결정된 가운데, 연말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낭만'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 서사의 중심은 디플러스 기아(DK)의 미드라이너 '쇼메이커' 허수다. 2020년 월즈에 이어 2021년 리그를 석권한 DK지만, 최근 2년간 우승은 물론 결승과도 연이 없었다. 특히 상위 3강(T1, 젠지, KT) 팀을 상대로 일방적인 연패를 거듭하며 더 이상 상위권 팀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적 시장이 열리자 정글러로서 DK의 황금기를 이끈 '캐니언' 김건부가 라이벌 팀 젠지로 이적하고, 미드를 제외한 모든 팀원이 팀을 떠나며 쇼메이커 재계약 여부에도 불안감이 형성됐다. 쇼메이커는 팀 황금기의 마지막 멤버이자, 과거 담원 게이밍 시절부터 모든 LCK 경기에 주전으로 참가한 '근본' 프랜차이즈다.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DK 유튜브 채널에 '안녕하세요 쇼메이커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쇼메이커의 근황 전달, 그리고 재계약 선언이었다. 

(영상: 디플러스 기아 유튜브)
(영상: 디플러스 기아 유튜브)

쇼메이커는 "다른 팀 달고 선수 생활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팀이고, 언제나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었던 만큼 팬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 행복했다"며 그동안의 선수 생활을 회상했다. 

또한 재계약 사실을 밝히며 "죽을 때까지, 추해질 때까지 할 것이고 이 판이 없어질 때까지 난 DK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쇼메이커라는 이름 앞에 DK가 빠지면 섭하지 않겠나. 내년 주장답게 팀도 이끌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 핵심 각오다.

영상과 함께 발표된 쇼메이커의 재계약 기간은 사실상 최대치인 3년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팀에 모든 것을 바친 모습에 감동을 받은 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른 LoL 팬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조회수 70만을 넘겼다.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한 동료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는 캐니언과 쇼메이커의 서사도 불을 지핀다. 우승을 향한 갈망으로 새로운 도전을 택한 캐니언의 선택도 프로 선수로서 합당하고 응원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소년 만화와 같은 전개로 뜨거워진 이들의 대결은 스프링 스플릿 젠지 대 DK 경기에서 맛볼 수 있다.

(출처: 한화생명 e스포츠 유튜브)
(출처: 한화생명 e스포츠 유튜브)

한편, 한화생명 e스포츠는 계약 선수 하나하나에 팀 단위로 지극정성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미드와 원거리 딜러를 재계약한 뒤 각 포지션마다 최고급의 선수들로 편성해 우승에 도전할 강팀으로 떠올랐으며, 각 선수 오피셜마다 어마어마한 정성과 시간을 들여 영상을 제작해 모든 팬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먼저 화제가 된 영상은 '제카' 김건우의 재계약이었다. 한강에 단체 수상스키를 띄워 한화생명 깃발을 달고 물살을 헤쳐나가는 장면을 길게 촬영한 뒤, 마지막 전면에 나서는 스키 깃발에 휘날리는 'ZEKA' 글씨를 클로즈업하며 영상이 끝난다. 

한화 그룹의 대표 건물인 63빌딩을 선명하게 뒷배경으로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수상스키의 영상미만큼이나, 대낮에 저 깃발이 누군가에게 목격되지 않도록 찍었다는 것이 더 대단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의 영입 영상이다. 약 2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연결되는 도미노를 비추고, 마지막에 도란의 닉네임을 쓰러뜨린다. 같은 '도'로 시작하는 이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계단을 돌아내려가면서 설치한 도미노는 광기까지 느껴진다"는 팬들의 의견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피넛' 한왕호 영입 영상은 그의 선수 여정을 담은 캐릭터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촬영해 정성과 감동을 함께 전했다. LCK 6회 우승과 바론 스틸 등의 상징물이 들어가 있으며, 한화생명의 다른 팀원을 표현한 물건이 함께 하면서 한 팀으로의 완성을 표현했다. 

(출처: 한화생명 e스포츠 유튜브)
(출처: 한화생명 e스포츠 유튜브)

막바지에 발표된 KT 롤스터의 선수 구성도 화제다. '데프트' 김혁규, '표식' 홍창현, '베릴' 조건희까지 2022년 DRX의 드라마를 연출한 3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LCK 중 최약체라는 예상을 뚫고 월즈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중꺾마'의 기적을 만들어낸 바로 그 멤버들이다. 

많은 연봉 감소를 감내하고 서로 함께 뛰기 위해 영입에 수락했다는 설도 돌면서, 이들의 낭만 로드에도 큰 관심이 몰린다. 한화생명에 남은 '제카'와 DK로 향한 '킹겐' 황성훈까지 다섯 명의 선수가 만나는 경기도 기다려지고 있다.

e스포츠는 스포츠와 다른 점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맨십을 통해 전하는 프로 정신과 서사, 승부의 희노애락은 비슷하게 드러난다. 그 점으로 인해 스포츠가 될 자격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 2024 시즌을 맞이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LCK가 또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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