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시즌 LCK 챌린저스 서포터로 모습 보일 '레클레스'
내수 넘어 글로벌 흥행 노리는 LCK 구단들에게 새로운 사례 될지 주목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는 2023년 최대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페이커’와 T1이 있었고 선수와 팀이 속한 리그 LCK는 다시 한번 전 세계 e스포츠 씬에 비중과 영향력을 증명했다.

시즌 피날레인 롤드컵 종료와 함께 시작된 스토브리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든 T1 선수들의 거취가 주요 관심사였다. 다년 계약이 맺어져 있는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을 제외한 ‘제우스’ 최우제,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세 사람까지 재계약에 이르면서 T1은 스토브리그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거물 선수 이적이 이미 T1에 예고된 바 있었는데 LEC의 대표 스타 플레이어 ‘레클레스’ 마르틴 라르손이다. 지난 11일 T1이 공식 발표를 내면서 ‘레클레스’의 T1 2군 이적, LCK 챌린저스 코리아 데뷔는 확정된 상태다.

리그 내 팀 이적은 있어도 굵직한 선수의 리그 이적으로 인한 선수 유출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던 LCK 스토브리그에서 ‘레클레스’의 T1 이적 소식은 강렬하다. 특히 매해 선수 유출로 ‘셀링 리그' 전락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던 LCK가 거의 모든 스타 플레이어를 보존하고 심지어는 타국 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를 데려온 것이다.

‘레클레스’의 T1 이적은 2019 시즌 당시 BBQ 올리버스 2군에서 활동한 ‘말리스’ 세바스찬 에드홈과는 궤가 다르다. 올 시즌 초에 리그 프로팀에 외국인 선수가 등장할 것이며 그게 ‘레클레스’라고 말했다면 모두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을 것이다.

‘레클레스’의 이적 소식에 LEC를 비롯한 해외 커뮤니티도 한동안 시끄러웠으며 LCK 챌린저스 경기를 챙겨봐야겠다는 팬들이 늘고 있다.

중국 LPL에서는 LCK 선수가 늘어가는 가운데 LCK는 오랜 시간 자국 국적 선수들로만 이뤄진 팀을 운영해 왔다. 몇몇 도전은 있었지만, 결말은 딱히 좋지 못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프로 리그인데 왜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이지 않는가? 답변으로 크게 리그의 자본 차이와 쏟아지는 유망주 풀을 거론하곤 한다. 

LPL은 2015 시즌부터 LCK의 뛰어난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롤드컵 트로피를 든 ‘더 샤이’ 강승록, ‘루키’ 송의진, ‘스카웃’ 이예찬, ‘도인비’ 김태상과 같은 자국 내에서도 엄청난 팬덤을 이끄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중국 시장에서도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자국 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트로피를 든 외국인 용병이 자리 잡은 일련의 모습은 선수 시장 측면에서 LPL 리그의 경쟁력이 LCK보다 한발 앞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2018, 19, 21 시즌에 팬들은 물론 업계 내부에서도 LCK가 경쟁력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오갔다.

해당 시기부터 LCK는 프랜차이즈 도입했고 2022년에는 루키 육성권, 특별 협상 제도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샐러리캡 제도 시행까지 예고하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LPL과 자본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방편들이다. 최근에는 LPL에도 소프트캡이 도입되고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구단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구단들 역시 좁은 내수 시장을 떠나서 실질적인 생존 방안을 찾기 위해 글로벌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커’와 T1이 ‘LoL’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모범적인 성공 사례이며 현재 많은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팀의 인기 스타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정 팬을 늘리고 글로벌 시장에 다각도로 접근하고자 한다. OK저축은행브리온은 2022년 베트남 선수 ‘당탄롱’을 영입하고 베트남 스트리머 ‘하티푸우’와 계약을 맺는 등 LCK 팀 중 동남아 시장에 먼저 접근하고자 한 사례다. 팀의 선수 ‘모건’ 박루한은 베트남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T1의 ‘레클레스’ 영입은 이런 글로벌 시장 접근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 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레클레스’의 T1 2군 서포터 이적은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가장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리그나 구단의 입장에서 덕분에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미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T1이지만, ‘레클레스’의 영입으로 관심을 가지는 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흥행과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해외 용병의 국내 리그 입성은 환영할 만하다.

리그에 더 많은 해외 프로 선수들이 문을 두드릴수록 리그 흥행은 물론 수준도 함께 오를 것이다. ‘레클레스’와 함께 뛰는 선수들의 이름 역시 더 많은 곳에 알려질 것이므로 챌린저스 선수들의 경쟁력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의 “최고의 선수가 있어야 할 곳은 T1이다”는 말대로 올해 LCK는 최고 수준의 선수와 팀을 보유한 리그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은 물론 흥행까지 끌어 내는 구단과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구단과 선수, 리그까지 노력의 삼박자가 맞았을 때 리그는 비로서 경쟁력과 흥행까지 겸비할 것이다. T1의 '레클레스' 영입은 '페이커'처럼 리그에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지도 모른다.

‘페이커’가 LCK에 모범적인 사례로 남은 것처럼 ‘레클레스’가 리그에 새로운 모범 사례를 남기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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