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스페이스의 감성은 그대로, 디자인과 상호작용은 더 풍부하게

[게임플] 그리웠던 그 재미가 돌아왔다.

글렌 스코필드, 이 개발자의 이름 뒤에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게임이 반드시 따라온다. 2008년부터 세 편을 출시하면서 SF 호러 액션의 공식을 정립했고, 후대에도 그 영향은 이어졌다. 하지만 EA와 결별로 인해 IP 명맥이 끊겼다는 점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가 새로운 게임명 '칼리스토 프로토콜'로 다시 인사를 전한다.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과 함께.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목성의 한 위성인 '칼리스토'를 배경으로 한 SF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다. 유저는 교도소에 갇힌 화물선 조종사 제이콥 리를 플레이하게 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현상을 마주하면서 이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야 한다.

12월 2일 출시를 앞두고, 크래프톤 사옥에서 게임 시연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시연회는 글렌 스코필드의 게임 소개 영상부터 시작했다. 그는 "잔인하지만 즐거운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신이 만들어온 게임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 표현에 추가된 '디테일', 섬세한 긴장감을 자아내다

시연 플랫폼은 PS5, 한 시간 반 정도의 분량이었다. 플레이는 게임 중반부 중 하나인 '하비탯'이라는 구역에서 진행했다. 제이콥이 행성 깊은 곳까지 진입한 시점으로, 파이프를 통해 길을 헤쳐나가면서 다양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글렌 스코필드는 하비탯에 대해 "피로 흥건해지지만 다양한 장면이 있어 매우 재미있고 풍부한 공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 말대로였다. 빡빡하게 기계 장치가 늘어선 가운데, 흙탕물과 피바다가 게임 진행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연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모델링도, 배경도 아니었다. 압도적인 사운드였다. 

기계음과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 하수구가 긁히는 소리, 제이콥의 발자국 소리가 풍부한 공간감으로 귀에 전달됐다. 청각 효과는 호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작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보다 기술적으로 거대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익히 알던 감성이다. 주인공 제이콥은 기계식 개폐문을 하나씩 해제하고,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 통로를 기어다니며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간다. 게임은 선형적 전개지만, 맵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 기본적으로 반가운 전투, 한편으로 더욱 전략적

전투 역시 데드 스페이스의 팬이라면 "오랜만이야!"를 목놓아 외칠 만한 시스템이다. 

총을 쏠 수 있지만 게임에서 얻는 총알은 한정적이다. 보는 것만으로 끔찍한 괴물 '바이오파지'를 상대로 근접 전투도 불사해야 한다. 괴물을 쓰러뜨리고 나면 꼼꼼하게 짓밟아주는 것도 글렌 스코필드 게임의 미덕이다. 

바이오파지는 촉수를 통해 더욱 끔찍하고 강하게 변이한다. 체내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보인다면 반드시 그곳을 사격해야 한다. 촉수 제거가 늦을 경우 더 어려운 전투를 마주하게 된다. 그밖에도 머리 위 천장이나 땅 밑에서 튀어나오는 기습도 다채롭게 이뤄지면서 입체적인 전투 공략이 요구된다.

데드 스페이스 시절 액션을 그대로 복제한 것만은 아니다. 새로 추가된 중력 그립은 게임 전략성을 무한대로 넓힐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 주변 사물을 끌어오거나 밀어올 수도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던지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사물에는 괴물도 포함된다. 

강력한 상급 괴물이 공격해오는 순간 그립으로 적을 잠시 밀쳐내고, 그 사이에 자유롭게 공격할 틈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또 소화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던져서 연막처럼 뿌리거나 괴물끼리 부딪치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오브젝트 상호작용이 자유로워지면서 액션 자유도는 획기적으로 늘었다. 예전 액션이 총을 쏘거나 근접으로 두들기거나였던 것과 대비된다. 물론 그만큼 적의 파워 밸런스는 강해졌다. 중력 그립을 사용하지 않고 전투한다면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난이도는 데드 스페이스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성능 업그레이드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총기와 근접 공격, 주인공 신체 등 다양한 부분에서 크레딧을 지불하고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여기에 중력 그립 업그레이드가 추가되면서 성장 경우의 수가 크게 늘었다. 모든 플레이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는 자유도가 생긴 것이다.

■ 세상 모든 방식의 '죽음'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데드스페이스가 선도했고 호러 게임에서 점차 발전해온 요소가 주인공의 사망 연출이다. 글렌 스코필드에게 주인공으로 간택받은 인물은 게임계에서 손꼽힐 만큼의 고생길이 예약된다. 주인공의 끔찍한 죽음 연출은 플레이에서 공포를 더욱 와닿게 만든다.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시연은 후반에서만 몇 번 죽었지만, 죽는 연출은 모두 달랐다. 호기심 때문에 일부러 패드를 놓고 죽어본 적도 있는데,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사망씬을 안배해둔 모습이다.

전투뿐 아니라 스토리 진행에서도 죽음을 놓고 벌이는 긴장감은 쉬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배수구가 터지고 물결에 휩쓸려가면서 마주치는 기둥을 피해야 하는 아케이드 액션이 있다.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는 한편, 기둥에 정확하게 박치기할 경우 화끈하고 잔인한 죽음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죽음은 단순히 많은 씬 작업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게임 곳곳에서 뜻밖의 상호작용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게임 디자인이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증거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가장 발전한 점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 모두가 좋아할 게임은 아니지만... 그만큼 '팬'을 실망시키지 않을 게임

시연 버전은 영문이었는데,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한국어 자막은 물론 음성 더빙도 지원된다. 출시 후 플레이를 다시 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우려는 있었다. 맵 구조나 퍼즐도 데드 스페이스에 비해 입체적으로 변한 감이 있다. 길을 뚫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한정된 시연 시간 때문에 다급해져서일 수도 있지만, 맵 통과의 열쇠를 게임 화면 속에서 바로 찾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시원한 액션 위주로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는 이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다만 길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더욱 배가되는 효과도 있다. 그만큼 게임 속 환경 요소에서 시각적, 청각적으로 정교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SF 생존 호러가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공포를 견뎌야 하고, 징그러움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컨트롤과 판단력이 모두 필요하다. 대신 이 모든 것을 원하는 게이머에는 최고의 아드레날린을 선사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시연 과정에서 느낀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그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듯한 게임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12월 2일,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된다.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게임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교하게 끔찍한 게임이라는 점을 확인했기에 만족스럽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글렌 스코필드에게 바란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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