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크리스 스톤이 말하는 게임 표현법

[게임플]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모든 창작 과정을 담은 인터뷰가 공개됐다.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이 주목해야 할 정보 제공처가 있다. 바로 크래프톤 블로그다. 내부 인재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자사 게임과 행사 속이야기, 신작 개발 과정을 알차게 공개하는 곳이다. 공식 발표되지 않은 정보가 이 자리에서 먼저 흘러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달부터 연재하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자들의 인터뷰는 AAA급 콘솔 게임의 모든 개발을 전반적으로 훑어내고 있다. 게임이 완성하고자 하는 메시지부터 시작해 전체적 협업 과정, 게임 디자인에서 발생한 고민과 해결법까지 세계적인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근 시선을 끄는 것은 개발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크리스 스톤의 이야기다. 개발진과 함께 사내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을 살아 숨쉬는 듯 리얼하게 보이려 노력한 인물이다. 

■ "공포는 여러 요소가 잘 조합되어야 하는, 마치 하나의 독특한 레시피와 같다"

CCO의 역할은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요소를 이끄는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시네마틱, 배경 디자인이 여기 포함되며, 시각 효과(VFX)에도 관여한다. 사실상 게임 경험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손이 닿았다고 할 수 있다.

글렌 스코필드 대표가 스톤 CCO에게 연락해온 것은 SDS가 설립되기도 전이었다. 둘은 '데드 스페이스' 개발부터 함께 해온 사이다. 러프한 스토리라인을 전달한 뒤 빨리 읽어보고 의견을 말해달라며 재촉한 것. 당시 스토리 가제는 ‘메테오 다운'이었다.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음침한 교도소와 정체불명의 전염병, 그리고 우주 외딴 곳의 한 위성(칼리스토)라는 배경이 특히 끌리는 요소였다. 스톤 CCO는 "이 스토리 초고가 프로젝트에 수많은 영감을 줬으며, 나 역시 정말 멋지고 특별한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게임 속 모든 몬스터는 한때 인간이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변하게 됐다는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배경 설정에 설득력을 더하는 한편, 유저가 매 순간을 직접 함께 하면서 마치 본인이 블랙 아이언 교도소의 죄수가 된 것 같은 체험을 하도록 한 장치다. 

■ "꼭 구현하고 싶었던 포인트? 차세대 콘솔에서 가장 무서운 게임을 만드는 것"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좀 무서운 게임 그 이상이 되도록 개발됐다. 특히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운 부분이 스토리라인이었다.

게이머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고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감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강력한 내러티브와 그에 뒤따르는 강력한 액션은 꼭 필요했다. 어느 정도 자유를 부여해서 게임을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

크리스 스톤은 데드 스페이스 시절 구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다고 회상했다. 다만 당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많았다. 이제 차세대 콘솔 덕분에 해상도, 라이팅, 비주얼 이펙트 같은 것들을 초현실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게임플레이 경험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디자인에 모션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도 알려졌다. 몬스터들이 유저를 공격할지, 도망칠지, 아니면 뒤를 노려 기습할지 같은 행동을 결정하는 것도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가능해졌다.

또한, 몬스터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는 직접 스캔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제이콥 리 역의 배우 조쉬 더하멜을 데려와 표정 하나, 피부의 모공 하나, 그리고 그의 얼굴과 몸 구석구석에 빛이 비칠 때 반사되는 모습까지 모든 것을 스캔했다. 게임 속 제이콥이 움직이는 모습은 조쉬 더하멜이 움직이는 모습 그대로다.

시연에서 극찬을 받은 사운드 역시 차세대 콘솔 컨트롤러 내장 스피커로 인해 가능했다. 걸어가는 중이거나 다른 캐릭터와 대화 중에도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컨트롤러 진동 기능도 기술의 발전으로 몰입을 더하게 된 비결이었다.

■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그 꿈에 대한 메모부터 시작했다"

SDS 사무실에는 모션 캡처 스튜디오가 함께 자리잡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서 몇 되지 않는 시설이다. 개발진은 여기서 애니메이션 기술도 개발해 수백, 수천 번 촬영해가며 모든 캐릭터의 모션을 촬영했다. 이를 기반으로 몬스터 움직임에서도 아주 리얼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었다.

크리스 스톤은 "무서운 악몽을 꾸며 뒤척이다 일어나면 곧장 그 꿈에 대해 메모를 해 두고, 아침에 출근해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쓴다"면서 "사내가 아니라 모션 캡처를 위해 LA까지 왕복해야 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라고 밝혔다.

칼리스토는 실제로 존재하는 위성이다. 게임이 리얼함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배경 역시 실제의 바탕을 두려 했다. 스토리 초고에 따르면 배경은 황량한 위성이어야 했다. 알맞은 배경을 찾고 고민한 결과, 실제로 '죽은 달(dead moon)'이라고 불리는 칼리스토 위성을 찾았다. 개발진 모두 "이거 뭐,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겠는데?"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엄선한 공간 속에서 모든 것을 리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제이콥이 칼리스토의 표면으로 나오는 레벨에서도, 아주 춥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실제 칼리스토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얼음 폭풍 요소를 더했다. 실제보다 조금 더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을 만드는 '디자인된 리얼리즘'의 일환이다.

"여러분이 지금껏 본 가장 무서운 공포 영화를 떠올려 보라. 그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선사하고자 하는 경험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속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 크리스 스톤의 대답은 '주인공 제이콥이 죽는 장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게임의 일부고,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크리스 스톤은 "크리에이티브함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전반, 미디어는 모든 면에서 다 바뀌었다. 호러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 모든 것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최신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 개발자들이 오랫동안 지녀왔던 생각들을 돌아보고, 그것을 차세대 콘솔과 차세대 유저들의 문법에 맞도록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면서 "호러 팬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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