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펜타스톰과 동일한 왕자영요

[게임플] 텐센트와 넷마블. 게임산업에서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기업은 제법 단단하게 결속되어있다. 지난 2014년에 텐센트가 넷마블에게 5,300억 원을 투자함과 동시에 넷마블 지분 28%를 인수하며 3대 주주로 자리한 덕분이다. 

지난 2016년에는 텐센트를 대표하는 모바일게임인 왕자영요가 넷마블 품에 안기기도 했다. 펜타스톰이라는 이름으로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은 왕자영요의 글로벌 서비스 버전인 전설대전의 한국 현지화 버전이다. 

넷마블 측은 왕자영요와 펜타스톰이 별개의 게임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입장 때문에 자칫 넷마블과 텐센트는 판권과 관련 불편한 상황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있다.

텐센트가 왕자영요의 중국 내 e스포츠 리그 KPL를 한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오늘(28일) 공개했다. KRKPL로 명명된 왕자영요 한국 리그는 텐센트가 창운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직접 선보이는 왕자영요의 공식 리그다.

왕자영요의 e스포츠 리그인 KPL은 중국 내에서도 모바일 e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 중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시범종목으로 자리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왕자영요 e스포츠 리그의 네임밸류가 무척 높아졌다는 것이 지목될 정도다.

자칫 e스포츠에서도 '중국산 침공'이 우려되는 상황. 하지만 이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에 넷마블이 펜타스톰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넷마블은 펜타스톰 PSL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 펜타스톰 인비테이셔널 등을 통해 e스포츠 가능성을 타진한 넷마블이 본격적으로 펜타스톰 e스포츠 리그인 PSL를 시작하려는 차에, 텐센트가 왕자영요 e스포츠 리그를 국내에 직접 들여오겠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넷마블이 '별개의 게임이다'라고 이야기 한 것과 달리 이들 두 게임은 사실상 동일한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KRKPL은 PSL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확정적이다. 사실상 같은 게임의 e스포츠 리그가 양립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e스포츠 시장의 파이는 크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PSL 선수들의 KRKPL로의 이탈이다.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연상케 하는 왕자영요의 글로벌 챔피언십을 진행할 것이라는 복안을 내비쳤는데, 이를 통해 왕자영요 리그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KRKPL 참가팀에게 각각 1억 5천만 원을 지급하고, 리그 수익의 30%를 참가팀에게 배분한다는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국내 대회 우승에 그치지 않고 더욱 큰 규모의 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며, 금전적으로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은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이야기다. 펜타스톰과 왕자영요의 게임성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PSL 선수들이  KRKPL로 이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수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팬들 역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선수와 팬의 이탈. 이는 곧 리그의 붕괴를 의미한다. 넷마블 입장에서는 텐센트의 이러한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e스포츠 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선수 발굴을 이끌어왔는데, 이런 선수들이 자칫 왕자영요 KPL에 넘겨줄 위기에 처한 넷마블이다. 반대로 왕자영요 KPL은 넷마블이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해 수월하게 리그를 시작할 수 있는 이득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식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텐센트의 행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넷마블을 통해 사실상 동일한 게임을 퍼블리싱 하고 있으면서 명목상 다른 게임의 e스포츠 리그를 한국에 '직배' 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며, 이는 엄연히 퍼블리셔를 무시하는 행태라는 것이 이런 주장의 골자다.

이와 함께 이번 왕자영요 e스포츠 리그 건이 텐센트와 넷마블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왕자영요 KRKPL 개막을 시작으로 왕자영요가 한국 시장에 출시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왕자영요 글로벌 버전의 한국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펜타스톰에 많은 공을 기울인 넷마블에게 텐센트의 이러한 행보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다. 과연 넷마블이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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