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서비스 권한이나 IP 확보보다는 기술력 확보에 중점

[게임플] 펄어비스가 이브 온라인을 개발한 아이슬란드의 개발사 CCP 게임즈(이하 CCP)를 품에 안았다. 인수금액은 약 2,524억 원으로 펄어비스는 이를 통해 CCP의 지분 100%를 차지하게 됐다.
 
이브 온라인은 2003년 출시된 이후 독특한 세계관과 탄탄한 경제구조로 서구권 게임시장에서 큰 인기를 이어온 MMORPG다. 
 
펄어비스의 CCP 인수 소식에 전세계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 국내 유저들도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유럽 PC 온라인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개발사이며, 아이슬란드에서 이브 온라인이 갖는 존재감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펄어비스가 CCP를 인수한 것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그 중에는 펄어비스가 IP 확보 혹은 이브 온라인의 국내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펄어비스가 이브 온라인을 국내에 선보일 확률을 그다지 높지 않다. 이미 이브 온라인은 일본 시장에 진출해 명성에 걸맞지 않은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일본 내 이브 온라인의 서비스 성적은 동시접속자 수가 수백명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2003년에 개발된 이브 온라인을 이제서야 국내 시장에 들여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오래된 게임이기에 근래 게임에 비해 UX 측면에서 불편한 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진입장벽과 게임 템포가 느린 이브 온라인 특징도 국내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펄어비스가 이브 온라인의 글로벌 매출을 노리고 인수했을 가능성도 크게 높지는 않다. 여전히 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이브 온라인은 전성기에 비해 동시접속자 수가 한풀 꺾인 상황이며, 전세계적인 MMORPG 장르의 하향세를 감안하면 이런 시류는 더욱 강해질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가 CCP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펄어비스가 그간 보여온 발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하반기 업데이트 내용으로 월드경영 콘텐츠를 언급한 바 있다. 월드경영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에 무역, 길드 영지 관리 등 경제 관념이 도입된 요소를 융화시킨 콘텐츠가 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월드경영 콘텐츠를 위해 CCP를 인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는 과거 검은사막에서도 경제 시스템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인 바 있던 펄어비스가 여전히 'MMORPG와 경제'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마침 CCP는 이런 'MMORPG 안에서의 경제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게임사다. 이브 온라인 내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강력히 제재함과 동시에 모든 자산, 재화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게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게임 내 물가상승률, 화폐가치 변동률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MMORPG가 게임 내 경제의 붕괴로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2003년에 출시된 이브 온라인 내에서는 이런 경제 위기가 딱히 발생한 적이 없다. CCP의 게임 내 경제체제 유지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런 CCP의 노하우가 향후 개발될 새로운 게임이 될 것인지, 지금 서비스 중인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의 몇년 후 모습이 될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어떤 형태로든 펄어비스의 게임에 영향을 줄 여지가 생긴 것이다. 
 
펄어비스가 서버 기술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CCP 인수의 또 다른 이유로 지목할 수 있다. 펄어비스는 2017년에 서버엔진 프라우드넷을 개발한 넷텐션을 인수하며 서버 기술 개발력 향상을 노린 바 있다. 
 
한편, CCP는 이브 온라인을 오랜 기간 전세계 단일 서버로 서비스해 온 개발사다. 하나의 서버, 하나의 채널 전략을 출시 이후 유지해오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수천 명의 유저가 모여 함대전을 펼치기도 할 정도로 안정적인 서비스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CCP가 지닌 서버 기술은 펄어비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것이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펄어비스가 추후 자사의 게임을 글로벌 원서버로 서비스할 계획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정황을 조합하면 펄어비스가 바라보는 미래의 MMORPG는 CCP가 지닌 경제구조 생성과 유지 능력, 글로벌 원서버 개발 능력, 데이터 관리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게임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펄어비스는 이번 인수로 시장의 지속적으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확보한 셈이다.
 
이번 CCP 인수로 펄어비스는 개발사, 게임사의 입지를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얻게 됐다. 2,524억 원의 거금이 과연 그 이상의 의미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펄어비스의 추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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