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은 긴 시간이다

[게임플]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첫 번째 공식 세계대회인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 2018'(이하 PGI 2018)이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에서 펍지와 배그 e스포츠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면 늘 지적됐던 중계 기술이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보는 재미, 조금 더 정확히는 '대회를 관전하는 재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한 번에 수십명의 유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마주하는 상황을 유저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PGI 2018의 중계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 직관성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음을 알 수 있다. 각 무기의 궤적을 화면에 그려내면서 유저들이 '누가 어떤 무기를 어디에서 어디로 쐈는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화면을 보면서도 CCTV를 보는 것 같은 무미건조함을 느끼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많은 관중과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고, 열띈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된 PGI 2018은 첫 대회임을 감안하면 분명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을 내려도 좋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점과 의구심을 남겼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계의 직관성은 늘어났지만 PGI가 아닌 국내 리그에서도 중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대회에서 방송사는 한국 대표팀인 젠지 골드와 젠지 블랙 위주의 화면 송출과 그에 기반한 해설을 펼쳤다. 사실상 맞춤형 중계가 가능했다. 

한 번에 다수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야 하는 배그 e스포츠 특유의 난제에 대한 해법은 PGI에서 기대할 수 없었다. 애초에 한국 팀 위주의 '편파중계'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일종의 국가대항전이 아니고서야 특정 팀에 초점을 맞추고 중계를 진행할 수 없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PGI는 큰 의의를 지니는 대회다. 또한 펍지가 지니고 있는 대회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회는 뜻 깊다.

펍지는 배그 e스포츠를 5개년 계획 하에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그 기반을 닦고, 2019~2020년에는 안정화를 꿰한 후 2021~2022년에 생태계 고도화와 입지 강화를 노린다는 것이 펍지의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그 텀이 제법 길다. 펍지의 이야기대로라면 배그 e스포츠 안정화가 마무리 되는 것은 2020년이다. 

배틀로얄 문법을 내세운 경쟁작이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2년간 안정화를 하겠다는 것은 느긋하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펍지는 이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가 그 시간 동안 세를 불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게임이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게임의 기세가 꺾이게 되면 이런 계획은 연쇄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 경쟁작이 많은 상황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다. 강력한 경쟁작이 이미 등장했으며, 배틀로얄 모드를 더한 기존 유명 IP의 신작이 예고된 것이 현 상황이다. 지금 배틀로얄 장르는 펍지의 입지는 자신들만의 의지만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황이 제법 급박한 가운데 펍지는 배그와 배그 e스포츠 성공을 위해 속도를 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배그 e스포츠 5개년 계획이 너무 느긋하고 낙관적인 관측 하에 세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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