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도도 좋지만, 변화를 꺼릴 수도 있는 유저들

[게임플] 게임은 끊임 없이 변화해왔다. 장르, 그래픽, 기기 등 다방면에서 변화가 이루어졌고, 현재의 게임으로 발전해왔다.

게임에게 있어 업데이트, 패치 등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필수다. 너무 정체되어 있다면 콘텐츠가 모두 소모될 것이고, 소모된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유저는 떠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변화가 유저를 떠나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파격적인 변화나 업데이트, 패치가 이뤄진다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저들은 떠나갈 것이고, 추후 뒷수습을 한다고 해도 돌아올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게임은 변화해야 한다.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와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이와 같은 것들이 유저들에게 ‘재밌다’라고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개발사들이 시행하는 정책은 ‘테스트 서버’. 정식 서버에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 테스트 서버를 이용해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미리 알아보기 위해 오픈 하는 서버다. 하지만 테스트 서버는 여러모로 모자란 점이 많다.

콘텐츠의 오류, 업데이트나 개선 후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효율적일지 모르나, 업데이트 이후 게임 내, 유저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변화’에 대해서는 미리 알아채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개발사들은 테스트 서버에서 어느 정도의 표본만을 수집한 채 정식 서버에 내곤 하는데, 이것이 가끔은 하나의 ‘실험’이 되기도 한다.

출시 이래 아직도 승승장구 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이러한 실험으로 인한 변화는 일어났다. 물론 초기에는 개발사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결국엔 이조차도 변화로 받아들여졌고 당초 혼란스러웠던 상황에 비해 현재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다.

‘변화’의 발단은 8.10 패치가 시작이었다. ‘바위게’라는 정글 캠프가 중요해지자 교전이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미드 – 정글 – 탑 간의 초반 다툼이 심화됐다. 이어진 8.11패치에서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이 대폭적인 하향을 받았다.

당시 라이엇게임즈는 “원거리 딜러 라인의 캐리력을 늦추기 위함과 동시에 탑 라이너들의 힘을 키워주기 위한 패치”라고 말했지만, 이는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변모시켰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아예 나오지 않고, 게임을 초반부터 지배해 순식간에 ‘싸움’만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챔피언들이 바텀 라인을 비롯한 전 라인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때의 변화 자체가 다소 고착화 되어 있던 리그오브레전드의 게임 방식에 변화를 가져다주긴 했으나, 기존 원거리 딜러 챔피언만을 고집하던 이들에게는 다소 성향에 맞지 않았다. 이는 각종 프로리그에서도 나타나 한동안은 원거리 딜러 라인의 프로 선수들이 다른 챔피언을 연습하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변화는 좋았다. 게임은 더 활기를 띠었고 새로운 방식, 창의적인 공략법들이 많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추후 라이엇게임즈는 계속해서 ‘이전 상태’로 돌리려는 듯한 패치를 진행했다. 다시금 원거리 딜러를 상향시키고 그에 걸맞은 아이템의 가격을 낮추는 등 다시금 변화 이전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현재는 메타가 안정되어 원거리 딜러 챔피언도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싸움 잘하는 챔피언들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됐다. 이렇듯 개발사의 의도치 않은 ‘실험’은 게임의 변화를 낳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지난 8월 8일, 블리자드는 자사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확장팩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를 출시했다. 블리자드는 확장팩의 키워드 자체를 ‘실험’이라고 발표했다.

TCG인 이상 이번 확장팩으로 인해 여러 카드의 조합, 강점 등에 따라 메타의 변화는 분명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실험’이라도 하려는 듯이 블리자드는 하나의 확장팩에 합체, 프로젝트, 오메가 등 다양한 새 키워드를 도입했으며, 신규 전설 주문과 같이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카드도 추가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에 행한 그것과 다른 건, 개발사 측에서 혼란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가 원하는 결과를 낳기 위해 ‘실험’을 했다면, 블리자드는 알아서 유저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주길 바라며 ‘실험’을 했다.

실제로 하스스톤에 존재하는 여러 직업 전설 카드들이 자신의 직업 덱과는 다소 맞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잘 쓰이지 않거나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리고 TCG인 이상 능력치가 다소 떨어지는 카드들은 잘 쓰이지 않고 사장됐다.

이에 대해 하스스톤 선임 게임 디자이너 다니엘 에몬스는 “우리는 최대한 여러 종류의 덱을 지원하고 싶다. 성기사 중에는 힐기사도 있고, 사제도 버프 사제로 덱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며, “유저들이 최대한 그들에게 맞는 덱을 구성하고 조합을 짜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카드를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을지 고민 하는 것도 하스스톤의 재미라 생각하기 때문에, 사장된 옛 카드를 상향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두 개발사의 의도는 어느 정도 비슷하면서도 상충되는 면이 많다. ‘실험’이라는 면모는 같지만 그에 대해 대처하는 자세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실험’에 대한 대처는 일종의 딜레마를 수반한다.

그냥 두자니 유저들이 떠나고, 바꾸자니 번복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는 신작 게임들에게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처음 신작을 출시 할 당시에 ‘파격적인’ 콘텐츠로 눈길을 끌고 사람들을 이끌었지만, 그 기조를 유지하려다 보니 되려 원래의 게임성에 익숙했던 유저들이 떠나가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기존의 방식으로 게임을 바꿀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해지지 못한 유저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떠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개발사들이 겪는 시행착오이며 ‘실험’이다.

인류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왔다.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해서든, 어떠한 큰 발견과 변화 속에서 다툼을 했든, 변화의 과정에는 항상 시행착오가 존재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실험’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게임도 고여있다 보면 물처럼 썩어버린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실험’은 계속되어야 하고, 게임의 변화는 일어나야 한다.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