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흐름,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할 게임

[게임플] 한 때는 ‘빨리빨리!’가 미덕이었던 대한민국이지만, 유독 새로운 것에는 지체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저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이 그러했으며, 각종 제도부터 제품, 문화, 그리고 외국인까지. 낯선 무언가가 정착하기에 여전히 우리나라는 썩 좋은 나라는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게임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노는 것’ 그 이상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못했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이 거대화 된 현재까지도 게임은 기성 세대에게 있어 아이의 ‘학업’을 방해하는 요소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가 단적인 예다. 현재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발의가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진부진하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를 통한 모바일게임은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적다는 판단으로 적용이 유예되긴 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어른’들이 게임에 지니는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게임이 어떠한 해를 끼쳐서라기 보다는 단순히 ‘중독이 된다’, ‘학업에 방해가 된다’, ‘그저 노는 것일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무조건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PC가 나오기 이전, TV에게 가졌던 인식처럼 말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TV는 ‘바보 상자’라는 오명 아래 지금의 게임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독서나 사회 활동을 하지 않게 만들고, 멍청하게 만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그 어느 누구도 TV를 ‘바보 상자’라고 하지 않으며, 해를 끼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제 TV는 단순한 미디어 송출 기기를 넘어 집 안의 가전 기기를 제어하거나 아이들 학업, 놀이에 도움을 주는 등 여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런 형태로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현재 학생, 아이들, 젊은 세대들이 ‘숨쉬듯이’ 하고 있는 이러한 게임도 점차 시간이 지난다면 하나의 자연스러운 ‘무언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하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제는 ‘그 어른’들 조차 게임을 즐기고 있다. 평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이며, PC방에서도 심심찮게 최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한창 진행되고 있는 아시안게임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로 인해 e스포츠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지상파 뉴스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곧 있을 경기는 지상파 방송국인 SBS에서 생중계를 할 계획이다.

국제대회의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다른 곳도 아닌 지상파 방송에서 e스포츠를 방송한다는 것은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는 점차 국제적인 시각을 넘어 국내에서도 게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게임 산업은 점차 발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총 매출엑은 10조 8,945억 원이다. 사업체 수만해도 제작 및 배급 업체는 908개이며, PC방은 1만 655개, 아케이드 게임장은 800개에 이른다.

이러한 산업 발전은 이제 게임이 하나의 놀이, 문화를 넘어 하나의 직종으로도 자리하게끔 만들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게임업계 종사자 수는 7만 3,993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게임만 해서 뭐 먹고 살래?”라는 충고가 전혀 효력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지상파 뉴스 진출도 이러한 현상에 한 몫을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추정 연봉은 30억으로,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 연봉인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보다 높다.

물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ICD-11 등으로 인해 게임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국내, 외 모두 이제는 각종 협력 부처, 협회 등이 이러한 현상에 반발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드라마의 대사 중에 “역류에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나, 상대방의 역류에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역류다”라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현재 우리네 세대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은 게임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있어 역류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순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는 언젠가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은 무언가를 해치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현 젊은 세대가 게임을 즐기는 것은 여러 발전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조금 더디긴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변화와 그에 대한 적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스포츠, 바둑 등과 같이 언젠가는 게임도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 직업의 한 수단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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