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즐기는 요소가 사라지는 게임들

[게임플] 지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이후, AI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관련 대학, 부처에서는 AI를 사이에 둔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그 연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알파고로 인한 이른바 ‘AI 대란’이 오기 전부터 게임에서는 AI가 당연한 요소였다. 몬스터, NPC 등 플레이어의 손길을 타지 않는 모든 요소들이 AI로 인해 행동하고 움직이면서 게임 플레이의 질을 높였다.

AI의 수준이 높아 실제 플레이어와 같이 움직이는 NPC, 플레이어로 하여금 많은 파훼법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몬스터가 있는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곤 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게임의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모바일게임 시장 태동기에는 캐쥬얼 게임이 자리하면서 간단히 즐기는 게임들이 대세를 이뤘으나, 점차 모바일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대형 게임사들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PC게임에 버금가는 게임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변화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좋은 사양의 컴퓨터가 있어야, PC방에 가야, 집에 있어야 할 수 있는 그런 ‘제약’이 걸린 게임들이 PC게임이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으며, 모바일기기의 사양도 큰 격차가 없기에 즐기는 데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다.

기대한 이러한 변화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드러났다. 한창 AI도 함께 발달을 했기에 그 결과물들도 시장 변화에 고스란히 나타났는데, 이 방향은 다소 ‘뒤틀려’ 있었다. 몬스터는 그저 방망이를 휘두르고 전방으로 불을 내뿜기만 했으며, NPC는 그저 퀘스트를 주는 기계에 불과했다.

실제 같이 움직이던 NPC, 클리어에 큰 어려움을 주던 몬스터는 없었으며, 그 안에 발달한 AI는 존재하지 않았다.

플레이의 ‘질’을 높여주던 AI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플레이어다. 직접 조작하고 즐겨야 할 플레이어의 ‘자리’에는 AI가 떡 하니 있었다.

사냥, 퀘스트 수락, 완료, 이동 등 모든 것이 클릭 한번으로 끝이 났으며, ‘사람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AI는 ‘플레이어’가 되어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는’ 재미를 느끼게끔 했다. 더 화려한, 더 똑똑한 AI는 계속해서 모바일게임에 반영됐으며, 이제는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보다 AI가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더 효율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러한 플레이는 어쩌면 퇴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옛날 교과서에서는 기계가 발달한다면 사람은 그저 컴퓨터가 부착된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배운 적이 있다. 걸어다닐 필요가 없으며 모든 사람들은 기계에 앉아 있게 된다. 그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어 팔다리가 ‘퇴화’하게 될 것이라는 조금은 극단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게임에 불어오는 AI 발달은 이러한 극단적인 추측과 다소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자신의 캐릭터는 ‘휠체어’라는 AI를 타고 있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저 버튼 하나만 누른다면 모든 플레이를 AI가 해주는 것이다.

이는 ‘즐긴다’라는 게임의 본질을 다소 벗어 났다는 생각이 가지게끔 하는 것과 동시에, AI의 성장과 반비례해 모바일게임 자체가 퇴보하고 있다 느끼게 해준다.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NPC와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 캐릭터가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실제’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다는 건 다소 게임의 잘못된 방향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AI의 발달을 환영하는 플레이어들은 많다. 자신이 굳이 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성장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선에서의 과금만 있다면 알아서 강해진다. 자신이 무언가를 파훼하거나 함께 조작하며 즐기는 요소들은 언제 어디서든 즐겨야하는 모바일게임과는 다소 맞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AI의 발달은 분명 다른 면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 자동이 아닌 어느 정도 모바일 환경에 맞게끔 전투를 보조하는 시스템이라거나, 몬스터의 행동 패턴을 PC환경과는 다르게 설정한다거나 하는 등, 모바일에 최적화되는 AI는 분명 ‘자동 전투’말고도 다른 방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게임사들이 ‘직접’ 조작하는 모바일게임이라는 모토를 많이 내세우곤 한다. 물론 전체적인 게임의 요소 중에서는 극히 일부지만, 이러한 방향성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몬스터의 패턴이 다양해지며, 파훼법이 필요한 던전이 점차 생기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다시금 조작하게끔 만드는 게임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AI는 환경에 맞게 적응과 발전을 거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점차 AI가 더 발달한다면 어느 방향이 될까? 그때 우리는 모바일기기에 손가락 하나조차 대지 않은 채 게임을 ‘관망’하고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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