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압도적으로 강한 리그가 아니다

[게임플] 지난 5월 3일부터 시작된 ‘2018 LoL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가 20일에 펼쳐진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우승은 LPL(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가 차지했으며, 국내 리그(LCK) 대표팀인 킹존드래곤X(이하 킹존)는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무르게 됐다.

이번 MSI에서 돋보인 건 바로 해외 리그팀들의 ‘해답’이었다. 지난해 펼쳐진 ‘2017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까지, 국내 리그 팀들이 보여준 ‘LCK식 운영’은 빈틈이 없었다. 물샐 틈 없이 짜인 운영방식에 해외 리그팀들은 대부분 무너졌으며, 이러한 운영 방식은 언제까지고 통하는 ‘정석’이 될 것이라 모두가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롤드컵의 경우 2013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국내 리그 대표가 제패했으며(SKT T1 3회, 삼성 화이트 1회, 삼성 갤럭시 1회), MSI도 지난 2년간은 SKT T1이 우승을 차지해왔다. 물론 올스타전이나 리프트라이벌즈는 국내 리그팀이 패배한 적이 많으나, 이는 ‘이벤트성’ 매치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MSI에서 킹존이 보여준 LCK식 운영은 번번히 가로막혔다. 해외 리그팀들은 지금껏 국내 팀들이 보여준 운영에 대한 답으로 ‘싸움’, ‘변수’ 등을 가지고 왔으며, 이는 여실히 먹혀 들어갔다. 특히 LMS(홍콩, 대만, 마카오) 대표인 플래시울브즈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카직스, 리신, 야스오 등 장기적인 운영보다는 당장 눈앞의 ‘교전’에 능하고 변수창출에 탁월한 챔피언들을 주로 골라 경기에 임했다.  

그 중에서도 정글러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킹존은 자연스레 정글 파밍 단계에서부터 밀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적의 동선예측이 되지 않으니 당할 수 밖에 없었고, 경기를 주도하는 ‘운영’을 주로 해온 킹존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경기만이 지속됐다.

게다가 국내 스프링 시즌 당시 정석으로 자리 잡았던 ‘미드-탑’, ‘탑-정글’의 플레이, 소위 말하는 ‘상체 위주’의 메타가 바텀 중심으로 변화했다. 본디 다른 라이너들의 집중적인 ‘보호’를 받으며 후반을 도모했던 바텀 라인이, 초반부터 경기를 이끄는 모습을 다수 보여준 것이다.

특히 카이사, 이즈리얼, 자야 이 세 챔피언이 1티어 원거리 딜러 챔피언으로 대두하면서 그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이 세 챔피언 모두 성장 대비 피해량이 월등히 높고 도주기 또한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를 받기보다는 앞장서서 교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이사로는 E스킬(고속충전)을 이용한 은신과 궁극기를 활용한 ‘교전 유지력’을, 이즈리얼은 E스킬(비전 이동)과 Q스킬(신비한 화살)을 이용한 ‘카이팅 능력’을 보여줬으며 자야로는 궁극기(저항의 비상)로 생기는 순간적인 무적상태를 이용해 뛰어난 ‘생존력’으로 교전을 주도했다.

게다가 이 챔피언들 모두 하나의 코어 아이템만 가지고도 높은 피해량을 자랑하기에 이제 ‘후반을 바라보는 포지션’이 아닌 초반 경기를 지배하는 포지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이었던 킹존은 여전히 스플릿 운영을 위한 ‘상체 키우기’를 주 전략으로 채택했다. 물론 그로 인해 탑 라이너인 ‘칸’ 김동하가 경기를 이끄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으나, 패배한 경기들을 보면 바텀 라인이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해외 팀들은 바텀 라인을 중요시 했기에 현재의 메타에서 그러한 문제점은 더 확연히 드러날 수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제 LCK식 운영은 정석이 아니다. 더불어 LCK가 해외 리그들에 비해 압도적인 강하지 않음도 증명됐다. 비록 이벤트성 매치였긴 하지만 지난해 열린 올스타전부터(중국 우승) 이러한 기조는 엿보였으며, 이번 MSI에서 그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비단 이것은 출전했던 킹존의 문제만이 아닌 LCK 전체의 숙제가 될 것이다. 바둑과 같은 경기가 아닌 알까기와 같은 경기가 된 이상, 이제 다시금 변수와 미시적인 교전을 신경 써야 할 것이고, 수년 전에 종종 등장하던 ‘깜짝 픽’이 더 많이 준비해야 될 시점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최근 있었던 승강전을 뚫고 섬머 시즌부터 LCK에 참가할 그리핀은 이미 그 루트를 밟고 있는 셈이다. 승강전에서 그리핀이 보여준 교전 능력, 특이한 픽(미드 탈론)으로 창출하는 변수는 무난한 메타에 적응하기만 하는 LCK에 ‘일침’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자는 평시에 전쟁에 대비한다”라는 말이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이 있듯, 언제든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는 팀이 강한 법이다. 이제 ‘언제나 강자’로 군림하던 시대는 끝났다. 해외 모든 팀들은 왕좌에 앉은 LCK를 언제나 대비하고 있었으며, 모두가 강해졌다.

가장 가까운 세계대회는 오는 7월에 있을 리프트라이벌즈다. 8월에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지도 모른다. 안주하면 안 된다. LCK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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