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세체정’ 피넛

[게임플] ‘피넛’ 한왕호(이하 피넛)는 2014년 나진 엠파이어(e-mFire)에 입단해, 락스 타이거즈, SKT T1을 거쳐 현재는 킹존드래곤X의 정글러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 팀인 킹존드래곤X는 지난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이하 롤챔스)’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어제(20일) 종료된 ‘2018 LoL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물론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라는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연이은 두 번의 대회에서 피넛이 보여준 ‘경기력’이 마치 다른 사람인양 차이가 난 것은 눈에 띄는 점이다. 지난 롤챔스에서는 육식형 정글러의 표본을 보여주며 ‘정글 패왕’으로 군림했었으나 이번 MSI에서의 피넛은 그야말로 ‘무색무취’, ‘RPG하는 정글러’의 표본이었다.

감독, 코치진에서 어떠한 오더가 내려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피넛은 MSI 결승전 당시 초식 정글러인 세주아니를 두 번이나 선택했다. 게다가 올라프를 선택했을 때도 그저 묵묵히 정글 몬스터만을 취했으며, 라인 갱킹에 있어 유효타를 거의 날리지 못했다.

어째서 이렇듯 지난 스프링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일까?

 

# 피넛은 내수용 정글러일까?

“역시 내수용 정글러였네”라며 피넛이 국내를 벗어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팬들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가장 최근에 치러진 국제 대회인 MSI와 지난해 열린 ‘2017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피넛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잘못’했다기 보다는 딱히 한 것이 없었다.

2017 롤드컵 당시 첫 경기인 C9전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며, 이어진 경기들에서도 낮은 ‘폼’을 보여 결국에는 식스맨이었던 ‘블랭크’ 강선구 선수로 교체됐다. 롤드컵 당시 ‘경기 출전 – 강판’ 흐름은 계속 됐고, 심지어 2주차에 들어서는 주전이 아닌 벤치 신세로 내려가기까지 했다.

이번 MSI에서도 떨어진 기량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동선을 잘 꿰뚫는 정글러를 만났을 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며, 육식형 정글 챔피언인 그레이브즈, 올라프, 트런들 등을 가지고도 상대에게 종종 압도 당했다.

심지어 그룹 스테이지의 마지막 경기인 로얄네버기브업(RNG)과의 경기에서 그레이브즈를 선택, 경기 초반 먼저 킬을 취했음에도 경기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무언가를 시도해서 실수를 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결승전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스프링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피넛(출처: OGN 경기화면 캡처)

반면 불과 한달 전에 끝난 롤챔스 스프링에서는 ‘패왕’으로 군림했던 피넛이다. ‘피넛에게 올라프를 주면 안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킹존드래곤X가 치르는 모든 경기에서 여실히 두각을 드러냈다.

때문에 “역시 SKT T1을 벗어 나니 날개가 돋혔네”라고 말하는 팬들도 다수였으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시나 ‘내수용’ 정글러였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는 볼 수 없는 게, SKT T1 시절 참가한 2017 MSI에서는 ‘괴물 정글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높은 기량을 선보였던 피넛이다. 육식 정글 챔피언의 대표주자인 리신, 그레이브즈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으며, 초식 정글 챔피언인 아이번을 가지고도 게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당시 여타 정글러들이 잘 들지 않던 ‘승부의 강타(빨강 강타)’를 들고 적 라이너들과도 1대 1을 서슴없이 행해,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남겼다.

이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면 피넛이 ‘큰 무대 울렁증’이 있기보다는, 일종의 슬럼프 구간이 있는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 ‘정글 패왕’은 반드시 돌아온다.

피넛이 저평가 받던 시기는 2017년 섬머 시즌부터 그 해 치러진 롤드컵까지다. 하지만 그 전인 2016년부터 2017년 MSI까지는 최고의 기량을 보였으며, ‘저평가 구간’을 지나 2018년 킹존드래곤X에 이적한 이후에는 또 다시 한번 좋은 모습을 내비쳤다. 그런데 다시금 이번 MSI에서 기량이 떨어졌다고 평가 받았다.

개인적인 문제일지, 일시적인 기량 저하일지는 모르나 일종의 ‘기복 구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피넛이 ‘큰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게다가 “SKT T1이 피넛을 잘못썼다!”라는 말도 허황된 소리다. SKT T1에서의 마지막 행보인 롤드컵이 강렬했을 뿐, 이전 1년 간의 플레이는 절대 나쁘지 않았다.

최근의 기량 하락이 지금까지의 ‘구간’보다 다소 짧은 것이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 피넛은 다시금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오는 섬머 시즌이 될지, 다음에 있을 리프트라이벌즈 혹은 롤드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