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챔피언이 아닌 ‘원거리 딜러’ 자체가 죽어버린 이번 메타

[게임플]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 대격변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처럼 새로운 룬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아니고, 시즌이 새로 시작되지도 않았건만 몇몇 패치와 아이템 변경만으로 롤의 ‘판도’ 자체가 뒤집히고 있다.

탑 1명(탱커, 브루저), 정글러 1명(딜러, 탱커), 미드 라이너 1명(메이지, 암살자), 바텀 듀오 2명(원거리 딜러, 서포터)로 대변되는 EU 메타는 롤에서 수년 간 정석으로 자리잡아왔다. 가끔 변칙적인 챔피언 선택이 나오긴 했으나 어느 정도의 ‘틀’은 유지됐으며, 특히 원거리 딜러(이하 원딜), 서포터가 위치하는 바텀 듀오는 최근까지도 게임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 8.10 패치를 시작으로 메타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기존 정글 캠프의 경험치량이 감소하고, 진영 한 가운데에 위치하는 바위게의 경험치량이 증가하면서 ‘소규모 교전’이 빈번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글 동선의 변경이 이뤄졌다(출처: 리그오브레전드 공식 페이스북)

정글 캠프의 경험치량이 줄어듦에 따라 기존의 정글동선(버프-늑대 혹은 두꺼비-버프)만으로는 3레벨을 찍기가 힘들어졌다. 때문에 진영 중앙에 위치한 바위게가 초반 레벨링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그로 인해 정글러간의 1:1 교전 혹은 미드 라이너와 탑 라이너가 합세한 2:2, 3:3 교전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 것이다.

초반 교전이 자주 일어나니, 게임 자체도 초반에 승부가 갈리는 경향이 잦아졌다. 이에 따라 초반 싸움에 유리한 챔피언이 점차 대두하기 시작했고, 운영보다는 교전에 유리한 챔피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장하는 챔피언들은 다리우스, 카밀, 이렐리아 등이었는데, 이들 모두가 초반 성장이 중요한 바텀 듀오에게 있어서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이런 상황에 이어 진행된 8.11 패치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챔피언 이렐리아

앞서 언급한 다리우스, 카밀, 이렐리아 등은 원딜 챔피언에 비해 아이템 대비 효율이 높으며, 그에 따른 성장도 빠른 편이다. 그런데 이번 8.11 패치에서 원딜 챔피언의 라인 유지력이 하락하고, 원딜 챔피언의 핵심인 치명타 아이템이 너프됨과 동시에 가격이 상승했다.

게다가 다시금 정글에 돌아온 신짜오, 그레이브즈, 마스터이 등의 챔피언들은 이러한 ‘저성장’ 원딜을 잡기에 특화되어있다. 그렇기에 생존기가 없는 원딜 챔피언들은 ‘눈뜬 장님’이 되는 셈. 원딜 챔피언 중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은 더 선택률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원딜의 성장이 오래걸리니, 유저들은 ‘고비용 저효율’을 자랑하는 원딜 챔피언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결과로 최근 들어서는 되려 교전 능력과 생존 능력이 높다 평가 받는 블라디미르, 야스오, 모데카이저 등이 바텀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챔피언 하나가 너프를 먹어 이른바 ‘관짝행’을 선고 받는 것이 아닌, 원딜이라는 역할군 자체가 사라지게 생긴 것이다.

물론 라이엇게임즈는 이러한 ‘탈 정석’을 추구해왔다. 빈번하게 “EU 메타는 우리가 바라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왔으며, 실제로 최근 추가한 챔피언들을 보면 한 가지 라인에 치중되는 챔피언이 아닌 ‘멀티 라이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고로 이러한 변화는 라이엇게임즈가 원하는 변화인 셈. 팬들 입장에서도 언제나 정석대로 진행되던 게임과 리그에 대해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이번 변화는 다소 반갑다 평가 받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이 개막하기에 이러한 변화는 더 환영받는 추세다. 초창기 리그에서는 여러 참신한 전략들이 등장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소 무난하고 정석적인 전략들만이 등장해 다소 지루함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만약 리그에서도 현재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사용하는 조합들이 등장한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선한 경기들이 연출 될 것이 자명하다. 스플릿, 날개 운영의 비중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잇따른 소규모 교전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경기가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여러 프로 팀들에서도 ‘마타 조합’, ‘정글 탈리야’, ‘모데카이저-이렐리아’ 등의 조합을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선수들 개인 방송에서도 이러한 조합들은 자주 등장하고 있기에, 리그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볼 확률은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반갑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거리 딜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싫든 좋든 지금까지 EU 메타는 오랜 기간 자리를 잡아왔고, 그에 따라 원딜만을 플레이 하던 유저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변화에서 루시안, 카이사, 진 등의 일부 원딜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관짝’에 들어가게 됐기에, 원딜 유저 입장에서는 불만을 토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후 다른 패치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마 당분간은 이러한 메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면 기존의 것은 도태되거나 사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변화가 없다면 그 물이 썩는 딜레마가 찾아온다. 이에 지금까지 라이엇게임즈는 롤을 살아 숨쉬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쉼없는 변화’를 추구해왔다.

과연 이번 변화가 유저들에게 좋은 의미로 작용할지, 아니면 반대로 유저들이 떠나가는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계속 변화하고 있는 롤이기에, 그 변화를 기대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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