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떨어진 MMORPG, 영업비용 증가로 홍역 겪은 2023년
"아직 현금 충분"... 사업구조 개편과 새로운 장르 신작 내세울 상반기

엔씨소프트가 그간 쌓아온 자원을 바탕으로 2024년 대규모 체질 개선을 준비한다. 

엔씨는 어려운 4분기를 보냈다. 매출은 4,377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39억 원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이 매 분기 감소하면서 1,37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5% 줄었다.

감소 원인은 매출보다 영업비용 증가에 있었다. 4분기 영업비용은 약 4,338억 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273억 원 증가했다. 영업익 감소치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수치다. 세부 비용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급증해 작년 수준에 다다른 것이 확인됐다. 

엔씨는 12월 '쓰론 앤 리버티(TL)' 국내 출시에 맞춰 홍보 및 마케팅을 대폭 늘렸다. 2023년 유일한 신작인 만큼 비용 증가는 필연적이었다. 반면 'TL'이 국내 서비스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며 비용에 따른 매출 효과가 따라오지 않은 것이 이익 감소의 원인이다. 

다만 엔씨에게 시간은 많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엔씨는 아직 2조 3천억 원 이상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현금성 자산만 3,652억 원에 이른다. 적어도 1년 가량은 다음 단계를 준비할 여유가 남았다는 의미다. 

엔씨 영업비용 구성
엔씨 영업비용 구성

임원진을 비롯한 체제 개편도 장기적인 변수다. 엔씨는 지난 12월 경영 및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박병무 신임 대표를 선임해 김택진 대표와 공동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AI 금융, 엔트리브 등 부진한 사업 분야를 빠르게 정리하며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다음 방향성은 MMORPG를 벗어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엔씨의 황금기를 책임진 장르지만, 과도한 장르 의존이 계속되면서 유저층 확장에 실패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장르 자체가 최근 게임성 한계와 시장 포화에 직면한 만큼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진 것.

엔씨가 현재 집중 개발하는 MMORPG는 '아이온2'다. 최근 개발진 규모를 크게 늘렸으나, 정식 출시 계획은 2025년 이후다. 대신 2024년은 기존 장르에서 벗어난 도전작들이 PC 및 콘솔 장르를 두드릴 예정이다.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게임은 2종으로 압축된다. '프로젝트 BSS'와 '배틀크러쉬'다. 둘 모두 장르 플랫폼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뒤 개발을 지속해왔으며, 지스타 2023에서 직접 시연을 통해 기대를 끌어올린 신작이다.

'프로젝트 BSS' 지스타 2023 시연 버전
'프로젝트 BSS' 지스타 2023 시연 버전

'BSS'는 PC-모바일 플랫폼의 수집형 RPG다. 블레이드앤소울 세계관을 바탕으로 원작의 3년 전 이야기를 다루며, 유려한 애니메이션 그래픽과 실시간 필드 전투의 재미를 추구한다. 캐릭터 성급 구분이 없고 각자 기믹과 조합에 따라 사용처를 가질 수 있어 전략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틀크러쉬'는 글로벌 콘솔 난투액션에 도전한다. 여러 유저가 신화 속 캐릭터를 선택해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며 최후의 승자를 가릴 때까지 전투를 벌인다. 글로벌 감성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액션, 맵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변수의 재미가 검증된 바 있다.

엔씨의 장르 폭 개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부에서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 역량을 지닌 스튜디오를 영입해 게임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대형 조직이 오래 존재한 만큼 새로운 시각과의 만남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원준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 맞게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것"을 언급했다. 또한 "곧바로 유동화 가능한 자산을 2조 가까이 보유했다는 점을 활용해 인수합병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엔씨가 2023년의 부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는다. MMORPG를 벗어나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느냐는 미래의 글로벌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특히 상반기 신작 2종의 성패가 앞으로 방향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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