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 공동대표 선임 맞춰 개발 지휘봉부터 대개편
'게임' 안팎 두고 다채로운 구조 만들기, 2024년 반등 만들까

엔씨소프트의 기업 '하드웨어'가 완전히 달라진다. 신임 대표와 구조부터 다시 정비하면서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할 근본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업계에 따르면,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이달 초 정례 회의에서 "2024년은 엔씨 성장을 위해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며 경영 의사결정 체계 효율을 신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 리더부터 전사가 '원 팀'을 이뤄 변화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게임 경쟁력 강화도 강조 대상 중 하나지만, 전체적인 관심은 엔씨의 구조 재설계 자체에 걸려 있다. 엔씨는 1997년 창립 이래 26년 동안 김택진 대표의 단독 지휘를 통해 운영됐다. 그 권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 지휘봉을 영입한 것이다. 

김 대표 역시 기존의 역할 지분을 다소 내려놓은 모습이 보인다. 지난 10월 엔씨 최고경영진이 참여한 변화경영위원회에 김 대표는 빠져 있었다. 또한 지난달 조직 개편에서 부인인 윤송이 CSO와 동생 김택헌 CPO는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고 해외 법인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인원진에 새로운 얼굴도 보인다. 지난 16일, '아이온2' 개발을 주도해온 백승욱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전무로 승진됐다. 지난달 이성구 부사장, 최문영 전무와 함께 CBO로 임명된 3인의 치프 중 한 명이다.

각각 엔씨가 차기 대작으로 준비 중인 '아이온', 엔씨의 상징과 같은 '리니지',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쓰론 앤 리버티(TL)'를 담당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MMO슈팅 'LLL'을 지휘 중인 배재현 부사장 등 실제 게임 개발에 관여하는 이들의 무게감이 커진 구조다. 그만큼 발언권도 강해졌다. 

엔씨 내부에서 흘러나온 변화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보로 읽힌다. 2023년 중반부터 실적 하향세가 시작됐고, 'TL'의 국내 초기 흥행 부진도 뼈아프다. 그 결과 신작 프로젝트 옥석을 가리고 개발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가장 위부터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 내정자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역할은 게임 바깥의 구조 정비다.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함께 남겼다고 전해진다. 

확대도, 축소도 아닌 '재조립'의 개념이다. 현재 일부 장르와 시장에 치중된 내부를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로 채울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2022년 출범한 '엔씽' 문화와도 연결된다.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나아가 서구권 등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만한 재미와 감성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엔씨의 2024년 상반기는 결국 재조립을 통한 체질 개선의 시기로 풀이된다. 내부에 프로젝트 심사 조직이 가동 중이고, 2분기부터는 투자와 인수 작업도 준비된다. 'BSS'와 '배틀크러쉬' 등 신규 장르 도전작도 출시한다. 2025년 이후 출시될 '아이온2' 역시 리니지 IP와 달리 PvE 콘텐츠에 힘을 주면서 차별화를 꾀한다. 

2024년 어떻게 내부 구조를 단장하느냐가 미래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아직 실탄은 풍부하다. 판교 최대 공룡이었던 엔씨가 다시 막강한 전투력으로 근육을 키워 돌아올 것인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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