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화제의 에키드나 레이드 오픈, 플레이 방송인들에 연쇄 테러
잘 만들고 분위기 피해 입은 로스트아크... LCK 중계 방송도 디도스에 곤욕

인터넷 방송을 겨냥한 디도스 사이버테러가 게이머들의 즐거운 볼 거리를 연이어 망치면서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월 31일 '로스트아크'는 새로운 엔드 콘텐츠 '에키드나' 레이드를 업데이트했다. 게임의 새로운 막을 여는 카제로스 레이드의 첫 주자이자, 원조 욕망군단장으로 매혹적인 비주얼을 보여준 에키드나로 인해 관심이 집중됐다.

로스트아크의 레이드는 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높은 퀄리티와 난이도로 인해 볼 거리를 제공하고, 유명 스트리머들을 포함한 최정예 유저들이 퍼스트 클리어를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 방송을 통한 공략 과정 생중계와 클리어 공대 순위는 로스트아크를 하지 않는 게이머들에게도 화제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경쟁 콘텐츠가 외부 요인에 의해 흥미가 희석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사이버테러가 주요 방송인들을 덮쳤기 때문. 레이드 오픈에 발맞춰 관련 공격대에 참여 중인 스트리머만 집중적으로 디도스가 몰아닥치며 계획적인 테러임을 입증했다. 

업데이트 당일 새벽부터 전조가 있었다. 당시 아시안컵 16강 경기 관전 방송을 중계하던 스트리머 한동숙은 후반전 시점 갑자기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방송을 중단해야 했다. 

아침에 산악회의 에키드나 레이드 '퍼클런'이 예정된 만큼, 이를 겨냥하고 미리 시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돌았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전 시간 공략 중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31일 오후로 넘어가면서 순차 공격이 시작됐다. 특히 방송 인지도가 높은 '산악회'와 '로사단' 구성원들에 연쇄적으로 디도스가 이어졌고, 방송 송출을 넘어 인터넷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만큼 강한 공격이 계속됐다.

방송을 끄고 게임을 하면 의미가 없는 스트리머 파티 특성상, 산악회는 공략을 중지하고 한참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멘 퍼스트 공대 로사단(로아사랑단) 소속 스트리머 '김뚜띠'는 무차별 디도스 공격으로 새벽 사이 방송을 13회나 다시 켜는 고역을 겪기도 했다. 

스트리머 김뚜띠의 무수한 방송 종료가 남긴 다시보기 흔적
스트리머 김뚜띠의 무수한 방송 종료가 남긴 다시보기 흔적

디도스로 방송 시청자와 로아 유저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가운데에서도, 첫 클리어는 빠르게 탄생했다. 한 일반 유저 공대가 1일 새벽 5시 30분경 하드 난이도 에키드나를 쓰러뜨린 것이 확인됐다. 업데이트 후 약 19시간 만이다.

로사단도 결국 역경을 딛고 1일 오후 3시경 클리어에 성공했다. 비록 에카드나에서도 퍼스트를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으나, 디도스 압박 속 해낸 업적에 많은 유저들이 축하를 전했다. 구성원들은 서로 "디도스 더 퍼스트"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나누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디도스 사이버테러는 1월을 기점으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 플랫폼도 가리지 않는다. 초반은 아프리카TV 최상위 방송을 중점적으로 공격했지만, 치지직과 트위치 역시 주요 이벤트마다 디도스가 발생 중이다. 트위치에서 아프리카TV 이전이 예정된 이세계 아이돌 멤버들도 주요 테러 대상이 됐다.

(이미지: 어도비 스톡)
(이미지: 어도비 스톡)

가장 많이 공격을 받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이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이 성황리에 개막하며 중계 방송 콘텐츠도 상습 공격을 당해왔다. 

중계방송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치지직의 '울프'와 아프리카TV의 '김민교'는 중계 때마다 방송과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1일 오후 5시)도 울프 방송에 디도스 공격이 걸린 상태다. 페이커나 쇼메이커 등 대표 프로게이머들 역시 개인 방송 진행 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민교는 송출용 PC로만 방송을 진행해 IP 추적을 피하는 등 곤혹을 겪고 있으며, 울프는 T1 프로게임단과 방송 플랫폼에 문의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게임과 스트리밍 방송 사업도 피해가 막심한 만큼 업체들의 대책 마련도 분주하다. 치지직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네이버, 현재 국내 스트리밍 1위로 올라선 아프리카TV는 각자 기술진과 법무팀을 동원해 데이터 수집 및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도스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때 '리그 오브 레전드' 클라이언트가 문제라는 설도 돌았으나 전혀 관련 없는 방송도 공격을 받으면서, 디스코드가 유력한 매개체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테러 실행 주체도 개인인지, 팀 단위인지 파악할 길이 없어 물밑 조사 결과가 중요할 전망이다.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영리적 방송 플랫폼 및 콘텐츠에 의도적 과부하 테러 행위는 중형에 처해질 뿐 아니라 민사에서도 큰 배상을 할 수 있다"면서 "부디 큰 대가를 치르기 전에 스스로 깨닫고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는 희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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