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의 높은 승률은 챔피언 티어 정립 필요한 시즌 초기 현상
공허 유충은 드래곤보다 가치가 높을까? 팀들의 각기 다른 해석
탱커, 후반 고밸류 메타 시즌 후반부에도 이어질 지가 관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대망의 정규 시즌 1주차가 종료됐다. 이번 정규 시즌은 리그 개막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협곡 대격변으로 인한 메타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로 많은 유저의 관심을 모았다. 1주차 프로 리그 메타는 시즌 전 예측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펼쳐지면서 다양한 해석이 맞붙고 있다. 

LCK 시즌 1주차 종료 이후 현재 진영별 승률은 50대50으로 맞춰졌다. 하지만 시즌 오픈 초기 레드 진영이 연달아 승리를 기록하면서 지켜보는 팬과 전문가들은 의문에 휩싸였다. 레드 진영이 극도로 불리할 것이란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레드 진영은 19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DRX 경기 직전까지 8승 1패를 기록하며 완전 우위에 있었다. 이날 DRX는 레드 진영으로 첫 세트를 패배한 뒤에도 2세트 레드를 선택했다. 결국 패배했지만, DRX외에도 많은 팀이 레드 진영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프로팀이 레드 진영이 유리하다고 해석하는 추세다.

2024 LCK 스프링 지표 (자료: gol.gg)
2024 LCK 스프링 지표 (자료: gol.gg)

레드 진영 우위는 13일 먼저 개막한 유럽 지역 프로 리그 LEC에서도 보였다. 현재 블루, 레드 4:6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단계에 있지만, 여전히 레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즌 예측 전과 달리 레드 진영 승리가 높게 나타나면서 “블루 망겜”이라는 말은 적어도 프로 리그에서는 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레드 진영 우위를 논할 때 거론되는 것은 밴픽 패턴이다. 시즌 초기 챔피언과 조합 티어 정리가 안 된 상태이기에 블루 진영의 첫 픽 이점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LEC는 1주차 내내 레드 진영에서 럼블, 칼리스타를 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블루에게 내주면 까다로운 OP 챔피언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LCK는 개막 후 레드 진영 ‘필밴’ 챔피언이 눈에 띄지 않는 상태다. 지표상으로 86.4%, 가장 높은 밴율을 기록하는 애쉬는 레드, 블루 진영 양측에서 고르게 밴을 하고 있다.

LEC는 2주차에도 '럼블'을 꾸준히 밴하는 추세다.
LEC는 2주차에도 '럼블'을 꾸준히 밴하는 추세다.

그나마 오리아나, 바이가 레드 진영 첫 밴 페이즈에서 밴으로 고려되는 챔피언이다. 오리아나, 아지르라는 고전적인 라인전 구도에서 오리아나가 쉽게 우위를 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는 현재 소규모 교전, 라인전 개입, 한타에서 적 딜러를 추적하는 능력까지 준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챔피언 모두 대체제가 없는 것이 아니므로 OP라고 볼 수 없고 밴율도 그다지 높지 않다.

OP인 줄 알았던 탑 럼블 대신 탑 우디르, 크산테가 현 메타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럼블과 잭스는 4연패 중이고 우디르는 승률 50%, 크산테는 62%를 기록했다. 라인전 기반 초반 주도권보다 중후반에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두 탱커 챔피언에 더 높은 가치를 쳐주고 있다.

HLE와 DRX의 2세트에서 '도란'은 크산테의 묵직함을 제대로 보여줬다. 
HLE와 DRX의 2세트에서 '도란'은 크산테의 묵직함을 제대로 보여줬다. 

블루 진영이 OP 챔피언을 가져가는 불합리한 밴픽 교환을 할 수 없게 된 한편 레드 진영은 여전히 마지막 5픽으로 상대 전략을 받아치는 소위 ‘맛있는 밴픽’을 할 수 있는 전략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는 모두 티어 정립을 마치지 않은 시즌 초기 현상으로 일컬어지며 스프링 플레이오프 단계에서는 블루의 밴픽 이점이 다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3 LCK 서머에서도 정규 시즌 블루, 레드 승률은 49.5대 50.5로 레드가 0.5 포인트로 아주 근소한 차이로 높았고 플레이오프 시작 직후 블루 승률은 58.1로 크게 올랐다.

위에서부터 2024 LCK 스프링, 2023 LCK 스프링, 2023 LCK 서머, 2023 LCK 서머 플레이오프 지표(자료: gol.gg)
위에서부터 2024 LCK 스프링, 2023 LCK 스프링, 2023 LCK 서머, 2023 LCK 서머 플레이오프 지표(자료: gol.gg)

레드 사이드 진영의 높은 승률에는 첫 드래곤 획득률 또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정규 시즌에서 첫 드래곤 획득 확률은 레드가 크게 앞서는 경향이 있다. 현재 협곡은 공허 유충이 우선인가 드래곤이 우선인가로 의견이 대립한다.

솔로 랭크에서는 공허 유충에 대한 가치를 조금 더 높게 보는 편이지만, 아직 프로 단계에서는 공허 유충이 크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막일 젠지 대 T1 경기에서 2, 3세트 공허 유충을 여섯 마리 모두 획득한 T1은 그날 패배했다.

DRX 역시 1세트 공허 유충 여섯 마리를 모두 처치하고 패배했다. 공허 유충은 여섯 마리를 모두 처치했을 때 그 가치가 높은데 획득하기 까다롭고, 획득하더라도 두 번째 드래곤 획득보다 가치가 크지는 않다.

이전 시즌 8분 전령은 확정적으로 포탑 채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게임 초반에 정글러가 골드를 크게 수급할 수 있었고 스노우 볼을 굴리기도 좋았다. 현재의 공허 유충은 확정적으로 포탑 채굴을 제공하지 않는다. 상대 라인을 밀어내거나 킬을 낸 경우에나 가능하다. 조금 더 후반 가치 지향적으로 변한 것이다.

주도권 기반의 스노우볼 조합이 득세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중후반 챔피언 가치를 바라보고 조합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공허 유충을 먹는 것이 반드시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조합에 따른 해석도 중요해 보인다.

KT롤스터의 ‘베릴’ 조건희는 최근 인터뷰에서 공허 유충과 드래곤 오브젝트를 두고 “상황마다 다르며 조합을 비교하면서 버프의 역할에 따라 저울질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플러스 기아 이재민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조합 상황에 따른 오브젝트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탑 탱커, 후반 밸류 메타가 득세할 것인가다. 젠지 지난 20일 경기에서 농심레드포스에게 탑 우디르를 유도하고 다리우스, 올라프를 꺼내 들며 새로운 파훼법을 보여줬다.

우디르 상대법이 노출되면서 크산테를 밴했을 때 등장할 만한 탑 탱커 챔피언에 이목이 쏠린다. 전통적으로 오른이 있으며 현재 티어가 높은 뽀삐가 주력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KT롤스터가 선보인 나르 역시 얼굴을 비칠 것으로 보인다.

'레드 5픽'의 이점을 살리기 좋은 탑 챔피언 티어 정립이 시리즈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정규 시즌 1주차부터 드러난 LCK 메타 변화는 시즌 막바지까지 더해져 팀들의 밴픽 전략을 보는 재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팀 감독과 선수의 새로운 챔피언 해석에 이목이 쏠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